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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2, 2026

세상엔 ‘여자아이’의 색도, ‘남자아이’의 색도 없어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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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핑크 블루 l 윤정미 사진, 소이언 글, 우리학교(2021)
안녕? 나의 핑크 블루 l 윤정미 사진, 소이언 글, 우리학교(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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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숙의 내일의 그림책

‘여자는 핑크(분홍), 남자는 블루(파랑)’라는 색에 대한 젠더 고정관념은 극복해야 할 관습으로 다뤄져 왔다. 분홍색 물건이 꽉 찬 곳에 앉아 있는 여자아이와, 역시 같은 방식으로 파란색 물건들 사이에 앉은 남자아이의 사진은 이 관념을 상기시킨다.

사진들은 윤정미 작가의 ‘핑크&블루 프로젝트’(2005)에서 비롯된 것이다. 분홍색을 무척 좋아하고 분홍색 장난감만을 사는 딸아이로 인해 시작한 작업은 ‘라이프’지 표지와 ‘내셔널지오그래픽’ 표지 이야기로 알려졌고, 15년 동안 세계 100여곳에서 전시회가 열리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작가는 ‘핑크’, ‘블루’의 컬러 고정관념은 세계 각국이 공통으로 가졌고, 전시가 이런 인류학적 현상을 드러내고 있어 뜨거운 관심이 모인 것이라고 그 이유를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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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핑크&블루 프로젝트’는 인물과 그의 물건 간의 관계성을 탐구한다. 사진들은 성 정체성을 색채로서 표현하는 데서 나아가, 개인이 분홍색과 파란색으로 나뉘어 드러나는 소비문화에 주목한다. 또한 사진은 컬러 외에도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의 차이를 통해 성별, 기호, 취향 등을 담아낸다.

책에서는 사진에 글이 결합해 의미가 더 확장된다. 그림책에는 2006~2018년 촬영한 사진들이 실렸는데, 한 인물을 3년, 6년, 길게는 12년까지 특정한 간격으로 찍은 사진으로, 인물과 물건의 관계 혹은 기호의 하나로서 색채와의 관계를 또렷하게 보여준다. 예를 들면 ‘상유’라는 여자아이의 사진은 2006년, 2009년, 2015년에 세차례 찍었다. 상유의 방은 분홍 일색의 공간에서 불과 3년 만에 파란 물건으로 꽉 찼다. 그로부터 6년여 뒤엔 거의 모든 색이 사용됐고 방은 놀랄 만큼 여백이 많다. 이렇게 한 인물의 기호와 취향의 성장담이 담기고, ‘핑크와 블루를 넘어선 자신만의 색을 찾으라’는 메시지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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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 카메라를 사용해 모두 정사각형의 프레임으로 찍힌 사진들은, 작은 공간 안의 물건들이 밀도 있게 꽉 차 보이게 한다. 작가는 대상을 배치하는 데 다섯시간 이상 썼다고 한다. 사진 속 인물들은 화면의 가운데나 뒷부분에 주로 앉아 있는데, 무표정하거나 표정을 짓더라도 절제돼 보인다. 물건을 소유해 얻은 만족감, 혹은 욕망 등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조명 역시 최대한 작은 방 안의 모든 물체에 골고루 빛이 퍼지도록 설치해, 인물뿐만이 아니라 방 안에 가지런히 놓인 물건들이 모두 극사실적으로 잘 보이게 했다.

사진 이미지만을 사용한 그림책은 수가 많지 않다. 딱 맞는 결과물을 얻기 쉽지 않고, 수천장의 사진 더미에서 몇장의 사진을 골라 하나로 엮는 것이 너무나 까다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의 말대로 사진은 정적인 미술에 견줘 활동적이고, 대상과 만나는 직접성을 통해 다큐멘터리 같은 사실성을 준다. 순간성은 그 매력과 가능성을 키우며, 복제성은 관람자와의 거리를 좁히려는 현대미술의 흐름과 잘 조응한다. 매체의 확장성이라는 측면에서 사진 그림책에 기대하는 이유다. 마침 경기도 판교의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11월1일까지 사진 이미지의 이해를 돕는 전시가 열리고 있으니 관람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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