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빠른 ‘정답’ vs 인간의 ‘망설임’···작가들이 말하는 ‘AI가 대체 못 할 문학’
올해 출판계는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인간의 관계를 질문하는 여러 행사를 마련했다. 지난 6월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제는 ‘인간선언 Homo duduri(호모 두두리)’로 인간이 AI를 다룰 슬기가 있는지 물었다. 이달 초 진행된 서울국제작가축제도 ‘누구세요?’라는 주제를 통해 AI 시대 인간 존재란 무엇인지 고민했다. ‘AI 시대의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느냐’는 이제 작가들이 받는 단골 질문이다. 어떤 대답을 했을까 살펴본다.
지난 4월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한 김애란 작가. MBC 유튜브 갈무리
“좀 고민되는 일이 있어서 (AI에게) 고민을 나눈 적이 있는데, 인간한텐 있고 AI한텐 없는 것이 있었다. 망설임이었다.”
소설가 김애란이 방송 프로그램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 얘기한 답이 화제가 됐다. 평소 방송 출연을 잘 하지 않는 신중한 성격의 작가가 AI에 대한 생각을 피력한 말이 대중에게 많은 울림을 줬다. 그는 “누군가의 고민을 들을 때, 아픔을 들을 때, 어떤 말을 삼키거나 주저하거나, 짐작하고 헤아리는 찰나가 있다. 그리고 그 주저 안에 힘겹게 서 있는 어떤 배려나 품위가 있다”면서 “어느 때는 유려하고 빠른 AI의 조언보다 인간의 투박한 침묵이 위로가 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AI가 ‘답’ 그 자체로 직진한다면 김애란이 주목하는 인간은 ‘과정’을 사유한다. 이는 그가 서울국제작가축제 기자간담회에서 AI 시대 문학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 대답과도 연결된다. 그는 “AI가 과정 없이 답만 내놓는 것과 달리, 문학은 헤매며 당도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며 “소통의 환상을 주지 않고 이 세계에 대한 무지를 오래 고백해 온 것이 바로 문학”이라고 말했다.
같은 행사에 참석한 칠레 출신 소설가 벵하민 라바투트도 “우리가 되찾아야 할 것은 야생적이고 동물적인 감각, 즉 인간 본연의 심장과 마음”이라며 “문학은 세상의 마지막 요새이자 영혼이 담긴 예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AI가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 “훌륭한 산문을 써내지 못한다”며 문학의 미래를 낙관하기도 했다.
최은영 소설가. 경향신문 자료사진
무한한 사유보다 고정된 답을 제공하는 AI의 특성을 생각하면, 인간의 여러 고뇌를 담아내는 문학의 미래는 여전히 어둡지 않다는 의견은 여러 작가에게서 확인된다.
소설가 최은영은 지난 5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누군가에게 매력을 느낄 때는 훌륭한 부분을 보고 그렇기도 하지만, 허점이나 약점 같은 부족한 부분에 매력을 느낄 때도 있다. 부족한 부분이 합쳐져야 한 사람의 고유한 개성이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AI는 너무 매끈하다. 주저하고 실패하고 이상한 부분도 있는 것이 사람이 쓰는 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커상 수상 작가인 아룬다티 로이도 지난 8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학을 단지 시장에서 팔리는 상품으로만 본다면, AI가 그런 종류의 문학을 파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작가에게 글쓰기는 신성한 행위다. 거칠고 통제할 수 없는 본능”이라며 “자기 자신의 내면과 씨름해 그 결과로 시장에서는 전혀 원하지 않을지라도 어쨌든 (자신만의) 트로피를 들고나오는 것, 이런 과정은 결코 AI가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작가축제 기자간담회에서 축제 기획위원을 맡은 소설가 김연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AI가 인간을 대체한다거나, 인간이 AI의 기술 발전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공존’이 화두가 될 것이란 의견도 다수다.
소설가 김연수는 서울국제도서전 리미티드 에디션(한정판 도서) <인간선언 Homo duduri>에 생성형 AI와 주제문을 공동 작성한 일화를 밝히며 “챗지피티와의 대화는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문자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제문 작성 과정에서 “AI의 합리적인 판단은 현실에서 팩트보다 의미를 찾는 인간의 오판을 줄여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인간의 경험과 AI의 합리가 결합할 때 새로운 인간선언이 가능”하다고 했다.
원로 작가인 황석영은 올해 초 신작 장편 <할매>를 내놓으며 소설을 집필하며 생성형 AI를 자료 조사 및 구성 조수로 활용했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밝히며 AI를 제대로 활용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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