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가 별다른 대응 안 해"…국가유산청의 '태권도' 변명

北, 태권도 단독 등재 확실시…'종주국' 한국은 2년 늦게 신청
등재 '기준' 되는 평가 결과, 허민 청장이 공식 발표 전 SNS로 알려
"청장의 주도적 조율·극적인 합의로 등재 신청서 제출" 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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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전국태권도애호가경기- 2026'이 지난 8월 9일부터 태권도전당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북한 조선중앙TV가 11일 보도했다. 경기는 16일까지 계속된다고 방송은 전했다.[조선중앙TV 화면] 2026.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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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태권도가 북한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류무형유산)으로 먼저 이름 올릴 것이 확실시되면서 대한민국 국기(國技)의 가치와 역사가 뺏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유네스코에 먼저 등재한다고 해서 독점적인 권리를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논의가 이어져 왔음에도 북한이 등재 신청서를 낸 지 2년이 지나 신청하는 등 무형유산의 정체성을 지키고 가치를 알리는 데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5일 공식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신청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태권도'를 인류무형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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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전국태권도애호가경기- 2026'이 지난 8월 9일부터 태권도전당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북한 조선중앙TV가 11일 보도했다. 경기는 16일까지 계속된다고 방송은 전했다.[조선중앙TV 화면] 2026.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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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사례를 볼 때 평가기구의 등재 권고 판단이 뒤집히는 경우는 없다.
올해 3월 '태권도: 한국의 도장 공동체 수련문화'라는 명칭으로 등재 신청서를 제출하며 남북한 공동 등재 혹은 확장 등재를 추진하려 한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국가유산청은 "통일부, 외교부 등 유관 부처와 소통하면서 유네스코 관계자를 면담하고 공동 등재 지원을 요청했으나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종주국으로서 태권도를 인류무형유산 목록에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나왔다.
전통 무예 문화를 바탕으로 한 태권도는 1960년대 이후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 미국 등으로 확산했고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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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북한 국가우표발행국이 태권도를 주제로 한 우표 5종을 오는 9월 5일 발행한다고 조선우표사가 6일 밝혔다. 2025.8.6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조선우표사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nkphoto@yna.co.kr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에는 유네스코 등재 추진 움직임이 있었고, 이후 태권도 단체와 학계를 중심으로 남북한이 공동으로 등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그러나 북한은 2024년 3월 유네스코에 단독으로 등재 신청서를 냈고, 정부는 올해 3월에야 한국 태권도의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다.
북한이 제출한 태권도의 등재 평가가 상당 수준 진행되고서야 뒤늦게 신청한 셈이다.
국가유산청은 신청 당시 "2018년 남북이 처음으로 공동 등재한 씨름에 이어 두 번째 남북 공동 등재를 희망한다"고 밝혔으나, 학계에서는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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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2일 서울 강남구 국기원에서 열린 '2026 세계태권도한마당'에서 참가자들이 겨루기 경연을 펼치고 있다. 2026.8.2 dwise@yna.co.kr
20년 넘게 무형유산 조사·연구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씨름은 남북한이 모두 등재 심사를 받은 상황이었으나, 태권도는 평가 절차·과정에서 차이가 크다"고 짚었다.
그는 "여건을 고려할 때 현 상황으로서는 공동 등재가 불가능하다는 게 전반적인 견해"였다며 "최선을 다했다는 국가유산청의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남북한이 신청한 인류무형유산 심사 결과는 유네스코 공식 발표 사흘 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먼저 알려졌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달 2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등을 통해 한지와 태권도가 각각 "'등재 권고'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전 공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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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2일 서울 강남구 국기원에서 열린 '2026 세계태권도한마당'에서 한 참가자가 옆차기/뒤차기 격파 경연을 펼치고 있다. 2026.8.2 dwise@yna.co.kr
허 청장은 북한의 태권도 단독 등재를 의식한 듯 "당면한 남북 관계 등 여러 여건으로 인해 현시점에서 '공동 등재'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명했다.
무형유산 등재 가능성을 심사하는 평가기구는 위원회 선거를 통해 선출된 6명의 전문가와 비정부기구(NGO) 6곳의 대표자 등으로 구성된다.
심사 결과는 인류무형유산 등재의 '기준'이 되는 만큼 평가기구가 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유네스코가 공식 발표한 뒤 공개돼 왔다.
2003년 제도가 시작된 이래 국가유산청장이 결과를 사전 공표한 사례는 없었다고 복수의 관계자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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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익명을 요청한 무형유산 분야 전문가는 "공식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정부 기관장이 결과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라며 "태권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안호 국가유산청 대변인은 문자 공지를 통해 "태권도의 (남북) 공동 등재와 관련한 정부 역할에 대해 어려움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태권도 단독 등재를 둘러싼 비판이 이어지자 국가유산청은 4일 설명 자료를 내고 "(북한이 등재 신청서를 냈을 당시) 지난 정부가 별다른 대응이나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윤석열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면서 "지난해 국내 주요 태권도 5개 단체를 한데 모아 긴밀히 협의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매우 까다로운 과정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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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가유산청은 "허민 청장의 주도적인 조율 하에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이를 바탕으로 올해 3월 한국 태권도의 등재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또 "유네스코 심사 결과와 관계없이 대한민국의 국기인 태권도가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단독 등재되거나 확장 등재되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가유산청은 올해 3월 신청서를 제출한 이후 공동 등재를 위해 북한 혹은 유네스코 측과 어떤 협의를 했는지 등 구체적인 과정은 밝히지 않았다.
북한의 태권도를 포함한 올해 인류무형유산 등재 여부는 다음 달 중국에서 확정된다.
허민 청장은 올해 부산에서 열린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에 북한을 초청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이뤄지지 않았고, 태권도의 공동 등재 추진 계획 역시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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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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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5일 09시07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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