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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September 23, 2026

“반도체 기업 모셔온다면서”…담양 농어촌공사는 기존 공장 물도 못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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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명 근무 제지공장 용수 중단 위기
양수장 용도폐지에 공장 취수도 흔들
“폐지 대신 양수장 매각해달라” 호소
권익위 “용도폐지 땐 매각 검토해야”

전남광주 반도체·소부장 기업 유치로 산업용수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담양의 한 제지업체가 대체수원까지 직접 확보하고도 기존 양수장 용도폐지로 공업용수 공급 중단 위기에 놓이면서 향후 안정적인 산업용수 공급체계 마련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공장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 해당 용산양수장. [송민섭 기자]

전남광주 반도체·소부장 기업 유치로 산업용수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담양의 한 제지업체가 대체수원까지 직접 확보하고도 기존 양수장 용도폐지로 공업용수 공급 중단 위기에 놓이면서 향후 안정적인 산업용수 공급체계 마련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공장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 해당 용산양수장. [송민섭 기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으로 전남광주에 반도체·소부장 기업들의 입주가 예상되는 가운데 담양에서는 30년 넘게 가동 중인 공장이 공업용수 공급 중단 위기에 놓였다. 주민 민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농어촌공사가 기존 공장의 공업용수 취수에 사용해온 양수장의 용도폐지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기존 공장마저 안정적인 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향후 늘어날 산업용수 수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따르면 담양군 대전면에서 30년 넘게 제지공장을 운영해온 A업체에는 협력업체 등을 포함해 300명에 가까운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공장에 필요한 물은 인근 용산양수장을 통해 공급받아왔다. 용산양수장은 1994년 A업체의 전신 회사가 비용을 들여 보강·개수한 뒤 농어촌공사에 귀속한 시설이다. 이후 영산강에서 물을 끌어올려 인근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동시에 A업체의 공업용수 취수에도 사용돼 왔다.

A업체는 농어촌공사와 계약을 맺고 담양호 용수를 공업용수로 공급받아 공장을 가동해왔다. 당초 하루 최대 8000㎥를 공급받았지만 주민 민원 등이 이어지면서 공급량이 줄었다.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2021년 지역 환경단체는 주민 692명의 서명을 받아 A업체에 대한 공업용수 공급 중단과 사용허가 종료를 요구했다.

일부 주민들은 공장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소음, 분진 등으로 오랜 기간 피해를 입었다며 공장 이전까지 요구하고 있다. 주민대책위 관계자는 “수십 년간 공장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소음, 분진 등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과거 환경 관련 행정처분을 받은 사항은 필요한 조치를 이행했고, 현재 수질 등은 법정 기준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농어촌공사 담양지사 역시 민원을 제기한 주민 상당수가 지역 농민인 만큼 이들의 의견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농어촌공사는 A업체에 대체수원을 확보할 것을 요구했고 2024년에는 기존 공급량의 45% 수준인 하루 3600㎥만 공급하는 임시계약을 요구했다. 이에 업체는 농어촌공사에서 공급받는 물에만 의존하지 않고 부족한 물을 직접 확보하기로 했다.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영산강 하천수를 대체수원으로 확보했고 지난해 3월 영산강홍수통제소로부터 하천수 하루 4000㎥를 취수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현재는 농어촌공사와 계약해 공급받는 담양호 용수 하루 4000㎥와 업체가 별도로 허가받은 영산강 하천수 하루 4000㎥를 합쳐 최대 8000㎥를 사용할 수 있는 구조다. 농어촌공사와의 용수 공급계약은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인 반면 하천수 사용허가는 2027년 말까지 남아 있다. 농어촌공사의 요구에 따라 부족한 공업용수를 업체가 직접 확보한 셈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용산양수장이 용도폐지될 경우 철거를 원칙으로 하기보다 A업체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농어촌공사에 의견을 표명했다. [독자 제공]

국민권익위원회는 용산양수장이 용도폐지될 경우 철거를 원칙으로 하기보다 A업체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농어촌공사에 의견을 표명했다. [독자 제공]

하지만 이번에는 확보한 물을 끌어올릴 양수장이 문제가 됐다. 농어촌공사는 시설 노후화와 침수 위험 등을 이유로 기존 용산양수장을 대체할 새 양수장을 건설하고 있다. 새 시설은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것으로 A업체의 공업용수 취수 기능은 포함되지 않았다.

새 양수장이 완공되면 농어촌공사는 기존 용산양수장을 농업생산기반시설에서 용도폐지할 예정이다. 철거 여부는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직접 확보한 하천수를 끌어올릴 시설의 존치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A업체는 용산양수장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면 공장 가동에 필요한 공업용수를 확보할 수 없어 제지 생산을 중단하고 최악의 경우 공장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A업체는 농어촌공사에 계속 공업용수를 공급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기존 양수장을 자신들에게 매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농어촌공사와의 용수 공급계약이 끝나더라도 양수장을 직접 사들여 자신들이 확보한 하천수를 취수하겠다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농어촌공사의 요구에 따라 별도의 수원을 확보하고 정부기관의 허가까지 받았다”며 “공사에 계속 물을 공급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기존 양수장을 우리에게 매각해 확보한 물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설 안전성을 두고도 양측 입장은 엇갈린다. 농어촌공사가 외부 전문업체를 통해 실시한 2024년 정밀안전점검에서는 용산양수장이 종합 D등급을 받았다. 반면 업체 측이 별도로 실시한 진단에서는 보수·보강 이후 B등급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권익위는 업체가 제기한 고충민원을 심의한 뒤 용산양수장이 용도폐지될 경우 해당 업체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의견을 냈다. 특히 매각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은 채 철거를 원칙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권익위는 양수장이 철거돼 공장 가동이 어려워질 경우 300여명의 근로자와 가족들의 생계에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업체가 오랜 기간 시설 운영과 유지·보수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왔고, 매각할 경우 농어촌공사도 철거와 폐기물 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농어촌공사는 권익위 의견에도 신중한 입장이다. 농어촌공사 담양지사 관계자는 “민원을 제기한 주민 대부분이 농민들로 농어촌공사 입장에서는 농민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며 “양수장을 매각한다고 해서 지금까지 이어진 주민들의 반대까지 해결될 수 있을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제기하는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양측 입장은 다르다. 일부 주민들은 수십 년간 공장의 악취와 소음, 분진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체 측은 과거 환경 관련 행정처분을 받은 사항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이행했고, 현재 수질 등은 법정 기준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주민들과의 환경 갈등과 공업용수 문제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어촌공사 측 역시 현재 해당 공장의 환경 관련 수치를 직접 측정하거나 확인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농어촌공사는 또 이번 A업체 사례와 향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공업용수 공급은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A업체는 과거 특수한 사정으로 농업생산기반시설을 통해 공업용수를 공급해온 사례인 반면 반도체 산단은 별도의 정부 계획에 따라 용수 공급 방안이 마련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반도체 생산공장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입주까지 이어지면 지역의 산업용수 수요는 지금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역 산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소부장 기업을 유치하려면 전력뿐 아니라 필요한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신뢰도 중요하다”며 “기존 기업에서도 용수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향후 산업용수 수요 증가에 대비한 공급체계와 지역사회와의 조정 방안을 미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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