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숫자를 세어주며”…헬스장에서 나라는 스승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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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에 처음 등록하고 유튜브를 보며 기구 사용법을 겨우 깨치던 때가 있었다. 눈에 익은데다 비교적 쉽게 해볼 수 있었던 ‘펙 덱 플라이’는 나의 주 종목이 되어갔다. 하루는 손잡이가 평소와 다르게 반대에 있었다. 어깨를 꺾어 팔을 뒤로 보내야만 잡을 수 있는 힘겨운 위치였다. 억지로 붙잡고는 가슴 안쪽으로 모으는데 힘들고 불편했다. 덩치만 큰 사람이 기구 앞에서 낑낑거리고 있는 게 안쓰러웠는지 보다 못한 어떤 사람이 손잡이 위치를 조정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리버스 펙 덱 플라이’. 뒤로 돌아앉아 어깨 후면 운동을 하는 위치에 놓여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해주었다. 한 기구에 한 자세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내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그렇게 하다간 다칠 수도 있다며 그는 훈수를 더했는데, 하마터면 어깻죽지에서 날개가 솟아날 뻔했던 기억이다.
처음에는 운동하는 중에 누군가 간섭한다는 것이 내심 못마땅했다. 하지만 그렇게 알게 된 것은 쉽게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어 다행이기도 했다. 생면부지의 헬스장에서 기구 사용법을 알려주었다는 인연으로 간단한 목례를 주고받으며 감사함을 뒤늦게라도 전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헬스장에는 선생님을 자처하는 이른바 ‘고인 물’이 존재한다. 처음에는 헬스장에서 일하는 트레이너인 줄 알았으나, 그저 알려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렇다. 언젠가 나도 당첨되어서 그는 내가 하던 기구에 올라타 시범을 보여주기도 했다. 과장되고 과열된 시범을 보느라 정작 내 운동은 하지 못하고 기구 사용 순서를 가로채는 신종 기술인가 싶기도 했다. 그 뒤로 헬스장 곳곳에는 ‘티칭 금지’라는 경고문이 붙었고, 그땐 다행히도 누구의 도움이 크게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기구를 익힌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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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나의 선생님이 되어 갔다. 정해둔 개수에 세개만 더, 속으로 외치며 모진 선생님이 되었다가, 두개 모자라게 하고 힘에 부쳐 그만둘 땐 스스로를 다독여주었다. 어디서 본 방법으로 조금 더 세부적인 자세를 교정하고, 일주일에 4분할로 운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다. 헬스장에 모인 사람들 모두 각자 자기만의 루틴을 지키며 분주하게 운동 기구 앞에서 분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어쩐지 모두 자신의 스승이 되어 자신을 수련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 혹은 셋이서 짝을 지어 파트너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지나 홀로 나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줄 때면 나는 스스로에게 혹독한 호랑이 선생을 자처하게 된다. 무섭기만 한 것은 아니고, 퇴근 후 녹초가 되어 겨우 이곳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 없다며 다독여보기도 하고, 지난 운동의 실수나 아쉬운 점을 복기하며 보완하는 차원에서 나를 독려하기도 한다. 인바디에 올라서 기대하던 체중이나 근육량에 미치지 못할 때면 조용히 두 눈을 감아준다. 못 본 척하는 것까지 나의 몫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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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가끔 헬스가 재밌느냐고 물어보곤 한다. 재미있을 리가 만무한데, 그 고리타분한 시간에 힘겨운 ‘쇠질’을 통해 하루 일과에 이끌려 온 잡생각을 잠깐이나마 멈출 수 있는 장점이 컸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운동을 하면서도 생각 자체는 멈춘 적이 없었다. 운동에 집중하면서 운동에 대한 생각만 했지만 그것은 나와 함께 단합한다는 점에서 좋은 생각이기도 했다. 운동하는 나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 조금 어색하지만, 운동하는 나를 나의 선수라고 생각하며 효율적인 성취를 위해 함께 단합한다는 그 협동심이 필요했었다. 운동을 자기 자신과의 약속이라고 하는 흔한 말에는 의지 이상으로 나를 도모해야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스로가 자신의 스승이 되어 그 의지를 지켜내는 데 일조하는 것, 의기투합을 느껴보는 경험은 운동이 주는 가능성이기도 하다. 나와 협동하여 운동에 가지 않는 날도 더러 있지만, 나를 끝까지 믿어주고 나를 기다려준다는 점에서 운동이라는 세계 속에서 나는 나의 선생님이 된다. 속으로 숫자를 세어주며 있는 힘껏 들어올리는 벤치 프레스를 기다려주고, 출발선을 힘차게 뛰쳐나가도록 ‘스타팅 건’을 쏴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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