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푸틴에 우크라 점령지 휴전 요청…러시아 “구호 협력”
레오14세 교황이 입원한 이탈리아 로마의 아고스티노 제멜리 병원 앞에서 신자들의 기도가 이어지고 있다. EPA 연합뉴스
레오 14세 교황이 식량난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 점령지 주민들을 돕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직접 휴전을 요청했다. 푸틴 대통령은 구호물자 공급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휴전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레오 14세 교황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올레시키에 식량과 의약품 등 필수 물자가 전달될 수 있도록 일시적인 휴전을 요청했다. 주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뜻도 전했다.
올레시키는 2022년 2월 러시아군에 점령된 이후 식량과 의약품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부 주민들은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야생 풀에 의존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 전 약 2만4000명이 살았던 이곳에는 현재 어린이 47명을 포함해 약 1700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황청은 교황이 올레시키 주민들이 처한 상황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 추기경은 이번 통화가 교황의 제안으로 이뤄졌다며 고립된 도시 주민들의 어려움을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호소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정부도 인도적 지원에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크렘린궁은 성명을 통해 주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생필품 공급에 필요한 여건을 마련하려는 바티칸의 구상을 지지한다며 이 문제에 관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교황이 요청한 휴전을 받아들일지는 명확히 하지 않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올레시키에 대한 물자 공급이 끊긴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구호물자 반입을 방해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식량 공급을 가로막고 있다는 입장이다.
교황과 푸틴 대통령의 전화 통화는 지난해 6월에 이어 두 번째로 알려졌다. 교황은 이번 통화에서도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한 모든 노력에 교황청이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근 폐암 수술을 받은 71세의 레오 14세 교황은 현재 로마 제멜리 병원에서 회복 중이다. 푸틴 대통령은 통화에서 교황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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