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궁궐에 신명이 흘렀습니다 [정동길 옆 사진관]
한글날 연휴의 마지막 날인 11일, 서울 중구 덕수궁에 흥겨운 장단이 울려 퍼졌습니다. 가을 궁중문화축전의 마지막 날을 맞아 펼쳐진 길놀이 공연입니다. 궁 안을 돌고 있는 공연 행렬을 따라 시민들의 발걸음도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행렬의 맨 앞에는 커다란 깃발이 섰습니다. 기접놀이는 마을의 상징인 농기를 앞세우고 서로 인사를 나누거나 기세를 겨루던 놀이로, 장정들이 육중한 깃대를 하늘 높이 들어 올릴 때마다 구경꾼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뒤이어 등장한 사자는 큰 눈을 굴리며 관객 앞으로 성큼 다가섰고, 아이들은 놀란 듯 뒷걸음질 치다가도 이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장구춤과 소고춤이 이어지자 궁궐 마당은 금세 한바탕 놀이판이 됐습니다. 어깨에 멘 장구를 두드리며 빙글빙글 도는 춤꾼들의 치맛자락이 가을바람에 꽃처럼 피어났고, 소고를 든 연희자들은 가볍게 뛰어오르며 상모를 돌렸습니다. 꽹과리와 징, 장구와 북이 한데 어우러진 사물놀이 장단이 절정에 이르자 관객들도 박수로 장단을 맞추며 함께 어깨를 들썩였습니다.
석조전과 광명문을 배경으로 울려 퍼진 우리 가락은 근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덕수궁의 풍경과 묘하게 잘 어울렸습니다. 긴 연휴를 마무리하는 시민들은 휴대전화를 높이 들어 공연을 담기도 하고, 돗자리 대신 돌계단에 걸터앉아 한참을 머물기도 했습니다. 내일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이날 궁궐 마당에서 함께 나눈 신명은 오래도록 마음속 장단으로 남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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