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지나고 외상없으면 성폭력 치료 안해준다…콩고에서 벌어진 일

국경없는의사회 “치료 제한 즉각 중단해야”
외상·경찰 신고 요구…의료진에도 압박
일부 지원시설 진료 인원 41% 감소
성폭력 피해를 입어도 눈에 보이는 상처가 없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면 치료받기 어렵다. 피해 발생 후 72시간을 넘겨 병원을 찾아도 진료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제 의료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가 전한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동부의 실태다. 일부 의료시설에서는 진료 기록까지 삭제돼 피해가 통계에서도 가려지고 있다고 MSF는 경고했다.
MSF는 4일 성명에서 북키부주 내 반군 통제지역의 보건당국이 올해 초부터 성폭력 피해자의 치료를 제한하는 조치들을 시행하거나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AFP통신도 전날 해당 내용을 보도했다. MSF는 해당 지역을 사실상 통치하는 국가재건전선(FRN·구 AFC/M23)에 제한 조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MSF에 따르면 현지 당국은 외상이 있는 사람만 성폭력 피해자로 인정하도록 의료진을 압박했다. 피해 사실을 입증한다는 명목으로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침습적 검사를 요구하거나, 경찰 신고를 진료의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피해 발생 후 72시간 이내에 의료기관을 찾은 사람만 치료받도록 하는 조치도 포함됐다.
하지만 72시간이 지났다고 치료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제공할 의료지원으로 72시간 이내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노출 후 예방요법과 120시간 이내의 응급피임, 성매개감염 예방, 심리적 지원 등을 제시한다. 처치에 따라 필요한 시기가 다르다.
유엔인구기금(UNFPA)도 지난 8월 공개한 안내에서 72시간을 넘겼더라도 도움을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기 예방 처치 시기를 놓친 뒤에도 진단과 치료, 심리적 지원을 받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병원을 찾은 피해자의 신상도 보호받기 어려워지고 있다. MSF는 현지 당국이 의료기관과 구호단체에 피해자의 이름·주소,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정보 등을 요구하는 서식을 사용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치료와 무관한 정보 수집이 비밀보장을 훼손하고 피해자를 낙인과 추가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여성은 구호단체가 지원하는 진료소에 가지 못하도록 추궁이나 위협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의료진도 새 조치를 따르지 않으면 업무 정지나 구금을 당할 수 있다는 위협을 받았다고 MSF에 전했다. MSF는 이 같은 압박 때문에 일부 의료진이 성폭력 피해자 진료를 주저하거나 관련 업무를 중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지원시설에서는 진료 인원이 급감했다. MSF가 북키부주 내 일부 의료시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8월 성폭력 관련 치료를 받은 인원은 1월보다 41% 줄었다. 지난해 월 약 80명을 치료하다 올해 월 9명 수준으로 줄어든 시설 사례도 있었다. 이는 해당 시설에서 치료받은 사람의 수를 비교한 것으로, 지역 전체의 성폭력 발생 건수를 조사한 결과는 아니다.
MSF는 여러 지원시설에서 관련 진료 기록 수십 건이 삭제됐다고도 밝혔다. 사례 기록을 아예 중단하거나 수개월 동안 극소수만 보고한 시설도 있었다. 기록을 누가 삭제했는지는 성명에 명시되지 않았다. 아케 보에레 MSF 운영국장은 “보고되는 사례 수가 줄었다고 해서 성폭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뜻도 아니다”라며 피해자들이 안전하고 비밀이 보장되는 치료를 받기까지 더 많은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콩고 동부에서는 수십 년간 무력분쟁이 이어져 왔다. AFP에 따르면 M23는 점령지에 별도의 행정체계를 구축했다. 지난달에는 조제프 카빌라 전 대통령이 이끄는 FRN이 동부 반군 세력을 이끄는 새 조직으로 등장했다.
MSF는 현지 지도부가 지난달 초 문제를 시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일 성명 발표 당시까지 제한 조치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진에 대한 압박을 중단하고 환자의 비밀과 안전을 보호하도록 보건당국에 공식 지침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MSF는 가해자의 책임을 묻는 일과 피해자를 치료하는 일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고나 법적 절차를 진료의 조건으로 삼으면 피해자가 긴급한 치료를 망설이거나 추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치료는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지원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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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MSF)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성폭력 피해자 치료에 대한 심각한 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일부 의료시설에서 피해자의 기록이 삭제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현지 당국은 외상이 있는 피해자만 치료하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신고나 불필요한 검사를 요구하는 등의 압박을 가하고 있어, 진료를 주저하는 의료진도 늘어나고 있다.
MSF는 환자의 비밀과 안전을 보호하고, 성폭력 피해자에게 필요한 의료지원이 적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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