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렇지마는 그럴지도

'그렇다'를 가지고 놀아보자. 시작은 '그렇다'의 원어다. '그러하다.' 이게 줄어서 '그렇다'가 되었다. '되었다'가 줄어 '됐다'가 된 꼴과 다를 게 없다. 이 '그렇다'를 부정하고 싶다. '그렇지 않다'다. 이것도 다 풀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아닌가.
본딧말과 줄임말, 줄여서 본말과 준말의 다양한 활용이다. 자기가 알고 있는 게 진리인 양 착각하고 사는 친구 a의 말을 들을 때마다 b의 머릿속에선 늘 이런 말이 맴돈다. "자기가 하는 말이 모두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설마 아니겠지? 꼭 그렇지만은 않은데…"
b가 속으로 삭인 '그렇지만은'은 '모두 맞지만은'을 대신한 말이다. '그렇'이 '그렇지'가 된 뒤 보조사 '만'과 '은'이 연달아 붙었다. 그렇지만은 않다, 저렇지만도 않다, 또 이렇지만도 않다처럼 활용한다. 네 말이 꼭 맞지만은 않듯 내 생각도 반드시 옳지만은 않고 그이의 논리 역시 늘 타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미지 확대
그렇지만 어떤가.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만다. 저 보는 세상이 전부라는 망상에 가끔 빠지는 것이다. 이처럼 문장과 문장을 연결하며 '그렇지만'을 썼다. '그렇'에 반대 뜻을 잇는 어미 '지마는'이 붙어 '그렇지마는'이 되었고 이것이 줄어 '그렇지만'이 된 것이다.
'그렇지만'은 사전 표제어에까지 올라 있다. 앞의 내용을 인정하면서 앞의 내용과 뒤의 내용이 대립될 때 쓰는 접속 부사다. 앞에서 보듯 원어는 '그렇지마는'이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그건, 그런 거예요"라고 단정할 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 필요도 있다.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그렇지마는, 그럴지도 모르죠."
이제 남은 것은 '-마는'과 '만은'의 구별이다. '그렇지마는'는 '그렇지만'이니까 '그러나'나 '하지만'을 써도 말이 되지 않겠나.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그렇지만(하지만, 그러나) 그럴지도 모르죠." 얼마든지 말이 된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는 "꼭 그렇지마는 않아요"가 될 수 없다. 무엇을 한정하거나 제한하는 의미의 '만'과 '은'이 붙은 '그렇지만은'은 다른 말이다. '-지'에 '만은'이 붙으면 뒤에 부정어가 따르는 까닭을 생각하라.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2(용법 편)』, 2010
2.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상담 사례 모음 '그렇지마는', '그렇지만은'의 표기 - https://www.korean.go.kr/front/mcfaq/mcfaqView.do?mn_id=21&mcfaq_seq=9087&pageIndex=1
3. 중앙일보, [우리말 바루기] '-마는'과 '만은'의 구별법 (입력 2019.10.07 00:03)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596518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9월11일 05시55분 송고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