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만들어도 쏘아 올릴 로켓이 없다…우주산업 덮친 ‘발사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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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을 만들어 놓고도 쏘아 올릴 로켓을 구하지 못하는 ‘발사 정체’가 세계 우주산업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미국 오하이오에서 미국항공우주학회(AIAA) 주최로 열린 글렌우주기술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로켓 공급 속도가 발사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아리랑 6호 발사가 계획보다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2029년까지 발사 슬롯(예약석)이 가득 차 있다”며 “세계적으로 발사 수요가 늘면서 원하는 시기에 쓸 수 있는 해외 발사체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영국 우주기업 뉴오빗의 아나톨리 파풀로프 대표는 뉴사이언티스트에 “지난해까지 12개월 안팎이던 발사 대기 기간이 지금은 사실상 30~36개월”이라며 “이는 많은 스타트업에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발사 중개업체 세옵스(SEOPS)의 에반 호이트 대표는 “위성 기업들은 이제 2~3년 뒤 발사를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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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달 기지 건설을 목표로 하는 달 착륙선 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도 예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년 초 세번째 착륙선 발사를 앞둔 인튜이티브 머신즈의 한 임원은 “지금 당장 로켓을 살 돈은 있는데, 로켓을 구입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해소하기 위해 지난 8월 발표한 국가 우주 수송 정책에서, 2030년까지 매년 1000회 이상의 발사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은 이런 ‘발사 병목’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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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르게 늘어나는 위성…계획된 군집위성 170만기
발사 정체의 배경엔 스페이스엑스가 촉발시킨 위성 발사 수요 급증이 있다. 전 스페이스엑스 엔지니어인 맷 하우스만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교수는 발사 정체가 “역설적으로 스페이스엑스의 성공 때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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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스페이스엑스가 저궤도 인터넷 군집위성이라는 새 영역을 개척하면서 위성 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여기에 로켓을 회수해 다시 쓰는 재사용 기술로 발사 비용을 크게 낮추면서 위성을 쏘려는 수요에 불을 당겼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1㎏당 발사 비용은 1960년 8만7천달러(1억3천만원)에서 3868달러까지 떨어졌다. 2030년에는 1500달러대로 내려갈 전망이다.
위성 발사 수요는 앞으로 더 가파른 속도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신청된 대형 군집위성만 해도 33개다. 이들의 위성 수를 합치면 무려 176만기가 넘는다. 우주항공청 집계에 따르면, 한국도 2035년까지 1400기가 넘는 위성 발사가 예정돼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발사 수요를 충족시킬 로켓이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기엔 세계 우주 발사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스페이스엑스의 자체 발사 수요가 절대적으로 크다는 점도 한몫한다. 스페이스엑스는 지난해 로켓을 165회 발사했다. 전 세계 발사 시장의 절반을 웃돈다. 그런데 이 가운데 3분의 2는 자사 위성 인터넷 군집위성 스타링크 발사였다.

스페이스엑스, 2028년 말 이후 발사 예약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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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엑스의 자체 수요가 세계 발사 시장에 주는 압박은 앞으로 더 심해질 전망이다. 스페이스엑스는 올 6월 기업공개(IPO) 투자자 설명회에서 통신용으로만 10만기가 넘는 위성을 궤도에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 스타링크 위성의 거의 10배에 이르는 규모다. 설상가상으로 스페이스엑스는 위성 100만기로 구성된 우주데이터센터 구축 계획도 밝힌 상태다.
주력 로켓인 팰컨9의 발사를 점차 줄이고 차세대 우주발사체인 스타십으로 전환한다는 스페이스엑스의 방침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외신들은 스페이스엑스가 2028년 말 이후의 상업 발사와 여러 회사 위성이 로켓 한 대를 나눠 타는 승차공유 프로그램인 트랜스포터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고 전한다.
그러나 스타십 개발이 늦어질 경우, 이런 방침은 자칫 발사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타십은 지난달 말에서야 처음으로 궤도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폭발 사고· 발사 실패 등으로 대안도 없어
다른 업체의 로켓을 이용하는 대안도 마땅찮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는 러시아 소유즈 로켓이 세계 발사 시장의 약 5분의 1을 맡았지만, 미국의 러시아 제재로 지금은 이 경로가 사라졌다.
다른 로켓 업체들은 아직 스페이스엑스에 필적할 만한 발사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스페이스엑스 다음으로 발사가 많은 로켓랩은 지난해 소형 로켓 일렉트론을 18차례 쏘는 데 그쳤다.
블루오리진의 대형 로켓 뉴글렌은 5월 폭발 사고로,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의 벌컨은 2월 고체 부스터 이상으로 멈춰 섰다. 유럽 아리안과 인도 PSLV는 연간 몇차례 발사에 그치고, 일본의 H3는 지난해 12월 실패 후 지난 8월에야 발사에 성공했다.
최근 몇년 사이 로켓 발사 횟수를 크게 늘리고 있는 중국이 해외 위성에도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했지만, 미국산 부품이 하나라도 들어간 위성은 탈 수 없어 사실상 이용이 막혀 있다.
신형 로켓 개발도 지연되고 있다. 미국 민간 우주기업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와 노스럽 그러먼이 공동 개발 중인 중형 로켓 이클립스는 애초 2025년 발사가 목표였으나 2027년 이후로 미뤄졌다. 로켓랩의 중형 발사체 뉴트론도 비슷한 상황이다. 애초 목표 시점은 2024년이었으나 개발 작업이 계속 늦어져 2027년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2030년에 어떤 상황 올지 알 수 없어
발사 정체에 따른 피해는 이미 현실이 됐다. 미 AST스페이스모바일은 지난 4월 블루오리진 뉴글렌 로켓이 위성을 제대로 올리지 못해 위성을 잃었다. 이어 7월에는 로켓을 제때 잡지 못해 올 연말로 약속한 서비스 개시가 2027년으로 미뤄진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올해 안에 위성 45~60기를 궤도에 올릴 계획이었다.
아마존은 위성 인터넷망 레오 구축을 위해 83회 위성 발사를 계획했지만 지금까지 이뤄진 건 14회뿐이다. 올 7월까지 계획한 위성의 절반도 올리지 못하게 돼 망 구축 승인이 취소될 처지가 되자 급기야 당국에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미국 우주군의 우주개발국에서는 올해 12월로 잡혀 있던 기술 실증 위성 발사가 2027년 10월 말로 밀렸다. 로켓이 준비가 안돼 기술 검증이 1년 가까이 늦어진 셈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다목적실용위성인 아리랑 6호는 애초 2022년 러시아 로켓에 실어 발사할 예정이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무산되고, 이후 유럽 베가-C 로켓을 통해 올해 하반기 발사하기로 했지만 함께 실릴 이탈리아 위성 개발이 늦어지면서 또 다시 발사 시기가 2027년 2분기로 미뤄졌다. 오태석 청장은 최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아리랑 6호를 사례로 들어 누리호와 같은 독자적인 발사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사 시장 분석가인 퀼티스페이스의 케일럽 헨리는 뉴사이언티스트 인터뷰에서 스타십은 사용할 수 없고, 팰컨9은 사라지고, 이를 대체할 다른 로켓은 부족한 상황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았다. 그는 “현재로선 2029년이나 2030년에 어떤 상황이 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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