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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September 22, 2026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송전망 NIMBY는 예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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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인도 남부 어느 시골 마을에 갔다. 거기에 현대그룹 계열사의 콘테이너 공장이 가동 중이기 때문이었다. 당시 현대정공은 글로벌 제1의 콘테이너 메이커로 시장점유율 약 40%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장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용접과 페인팅이 주된 공정이기에 값싸고 양질의 전력이 필수인데, 그 큰 공장을 자체 발전기로 돌리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공장까지의 고압 송전선이 마을을 통과해야 하는데, 주민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비싼 발전기 전력으로는 채산성이 안 맞아 결국 그 공장은 가동 몇 년 만에 문을 닫았다.

당시에는 인도라는 특수한 상황상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렇지 않다. 공장을 세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점은 공장에 전기를 끌어오는 것이라는 엄연한 현실이 지금도 종종 발생한다. 최근 미국 버지니아주에서의 데이터센터 건립 좌초가 바로 그 예이다. 올해 7월, 워싱톤 DC에서 남쪽으로 한시간 거리에 위치한 버지니아주의 한 카운티에서는 두 개의 대형 데이터센터 건립 프로젝트가 잇따라 좌초됐다. 두 데이터센터 예정 부지는 약 200만평(1600에이커)이고, 투자금은 1,000억불(약 14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막대한 전력과 용수, 송전 인프라 그로 인한 환경 변화 등을 문제로 제기했고, 법원에는 별도로 절차의 하자를 어필했다.

결국 투자자들은 프로젝트를 취소했다. 주민들의 입장은 “데이터센터는 인정하는데, 왜 하필 우리 동네만 희생해야 하나”이다. 이것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용어가 NIMBY다. ‘Not In My Back Yard’, 즉 “공공의 이익상 필요한 것은 알겠지만 우리 동네에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NIMBY를 단순히 지역 이기주의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전력과 AI 서비스의 편익과 혜택은 넓게 분산되지만, 고압 송전망이 들어서는 지역의 토지, 경관, 환경 부담은 특정 주민에게 집중된다. 데이터센터가 창출하는 세수와 일자리는 지역에 돌아오지만, 그 인프라 확충에 따른 자연훼손, 소음, 용수 등 문제는 소수의 주민이 떠안게 된다. 따라서 NIMBY를 예방하려면 주민을 설득하는 기술보다 먼저 혜택과 비용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서 최근 조지아주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OpenAI는 조지아주 동부, 현대자동차 메타 공장 인근의 에핑햄 카운티(Effingham County)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금은 200억 달러(약 28조원)에 달한다. 이 시설이 필요로 하는 전력은 약 3.2GW에 이른다. 중요한 것은 전력 인프라 구축비용을 누가 부담하도록 지역사회와 합의했는가이다.

조지아주에는 전기, 천연가스, 통신 등 공공 서비스요금을 관장하는 ‘PSC’(공공서비스위원회; Public Service Commission)라는 정부기관이 있다. PSC는 대형 전기 소비자와 일반소비자를 다르게 취급하는 내부규칙을 가지고 있다. 금번 OpenAI의 프로젝트에서 그 규칙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PSC는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비용에서 ‘수혜자 부담의 원칙’을 분명히 했다. 즉, 새로 필요한 송전, 배전 인프라의 추가 설치 비용은 원칙적으로 OpenAI가 부담하게 했다. 기존 가정이나 소규모 사업자에게 그 비용을 전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점은 사업이 중간에 취소되거나 조기 종료될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이다. 데이터센터 건립을 전제로 전력회사가 인프라에 선 투자했는데 사업자가 몇 년 후 철수한다면 어떻게 될까? PSC는 이런 심각한 위험에도 대비했다. 프로젝트의 취소나 조기 종료 시에는 Open AI가 페널티로 비용을 내야 하며, 그 비용으로 그간의 투자금을 상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해가 있을지라도 전기회사는 일반 고객에게 전가해 요금으로 회수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다.

OpenAI는 여기에 더해, 프로젝트 기간 동안 8,000만달러를(약 1100억원) 지역사회에 내놓기로 했다. 학교 급식, 공공안전, 의료, 공공시설, 직업훈련, 주택, 참전용사 지원 등이다. 이런 접근은 단순한 기부가 아니다. “당신들이 우리 사업을 받아들이면 우리도 무엇을 주겠다”는 거래를 넘어, “이 사업의 혜택을 지역사회와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를 사전에 구체화하는 것이다.

또한 전기공급회사인 조지아파워와 25년 계약을 맺고, 유연한 수요, 공급 조절과 통제에 합의했다. 즉,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피크 시기에는 조지아파워가 데이터센터에 공급하는 전력을 줄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3.2GW라는 거대한 부하가 오히려 전력망의 안정성을 지원하는 자원이 되는 셈이다.

이제 시선을 한국으로 돌려보자. 우리도 막대한 전력을 쓰는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를 계속 건설해야 한다. 특히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공장 건설만큼 중요한 것이 전력 인프라 구축이다. 대형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전압, 주파수 등이 24시간 일정하고 찰나의 정전도 일어나지 않도록 2개 이상의 독립적인 송전망이 필요하다. 고압 송전망은 많은 지역과 주민의 토지를 지난다. 여기서 제2의 밀양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밀양 송전탑 갈등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국가 전체가 얻는 편익과 특정 지역 주민이 부담하는 고통 사이의 불균형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송전망은 반도체 클러스터의 핵심 인프라다. 그것의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지아주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요약한다면 첫째,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수혜자가 그에 따른 추가 인프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둘째, 장기계약과 최소사용량 보장 등을 통해 사업 중단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셋째, 사업 취소나 조기 철수의 경우에도 일반 국민과 기존 소비자에게 비용이 절대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넷째, 송전선이 지나가는 지역에는 세수, 일자리, 지역기금, 생활 인프라 개선 등 구체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주민에게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이니 참아 달라”고 요구하던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단순하게 기업에게서 몇 년치 전기료를 미리 받겠다는 발상은 타당하지 않다

30년 전 인도에서 송전선을 깔지 못해 공장을 닫았던 우리의 경험은 오늘날에도 값진 것이다. 버지니아주의 데이터센터 좌초는 NIMBY가 AI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조지아의 OpenAI 사례는 그 갈등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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