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정 윗선’과 박정희 분리”…‘암살자(들)’ 허진호 감독, 논란에 직접 내놓은 답변이

영화 ‘암살자(들)’의 역사적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출을 맡은 허진호 감독이 작품 속 ‘중정 윗선’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분리해 설정했다고 직접 해명했다.
허진호 감독은 지난 2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영화에 등장하는 ‘중정 윗선’의 의미와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관계, 작품에 담긴 영화적 상상력 등에 대해 설명했다.
‘암살자(들)’에는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둘러싸고 ‘중정 윗선’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영화 속 ‘중정 윗선’을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해석하며 사건의 배후 가능성을 암시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허진호 감독은 ‘중정 윗선’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분리해서 생각했다”고 밝혔다.
허 감독은 “이 영화가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을 지시한 영화라는 어떤 재단을 해놓고 이 영화를 보신다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죠. 저는 분리해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부터”라고 강조하며 그 이유에 대해 “만약에 이것을 지시였다면 자기 목숨을 걸고 그런 지시를 내릴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또 당연히 자기 아내를 죽게 한다는 건 저도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분리해서 생각했다. 그래야만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가 있었다”며 “중정 내부에 있어서의 어떤 암투도 있을 것이고, 혹은 그 DJ 납치 사건으로 인해 위기에 몰린 중정이 자체적으로 어떤 일을 벌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영화 속 사건을 하나의 거대한 계획으로만 보지 않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허 감독은 “이것이 어떤 아주 잘 짜여진 계획으로 나온 게 아니라 어떤 소동극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당시 현장에 있었던 외신 기자의 증언을 언급하며 “이렇게 커질지는 모르는 소동극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며 “당시 LA타임스 도쿄 지사 기자가 경축식장에 있었는데, 그 기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소동극이 벌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그걸 대사로 썼다”고 전했다.
허 감독은 관객이 영화 속 설정을 실제 역사적 사실과 구분해 받아들이길 바라는 마음도 밝혔다. 그는 “제가 마지막에 다큐멘터리 장면을 실제 장면으로 집어넣은 것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실제 있었던 탐사 프로그램이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면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영화적 상상으로 만들어진 건지 쉽게 구분이 가기 때문”이라며 “그런 부분들을 좀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암살자(들)’에서 활용한 영화적 상상력에 대해서는 특정한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허 감독은 “어떤 사실이 있었다기보다는 어떤 사실이 있었지 않을까라는 질문의 형식을 많이 가져왔던 것 같다”며 “수사 기록과 제가 봤던 다른 자료들과의 간극이 너무나 컸다”고 밝혔다.
이어 “그 간극에서도 내가 이것을 ‘이거는 사실이야’라고 얘기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이 영화를 끌어갔다”고 했다.
창작 과정에서 논란 가능성을 의식했던 심경도 털어놨다. 허 감독은 “내가 이야기를 만들 때 어느 집단의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싫어할 것 같다, 이것이 사회 문제로 크게 될 것 같다 이런 검열을 하는 것이 저도 이번 영화를 만들고 나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그런데 그것이 이 창작자에게 좋은 일인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만든 사람으로서의 바람은 그 영화를 보고 평가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영화를 보지 않고 어떤 단순한 몇 잘못된 사실을 가지고 재단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23일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프로, 사건을 둘러싼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 극영화다.
개봉 이후 영화 속 역사적 사건의 재구성을 두고 정치권과 일부 관객 사이에서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영화계에서는 창작과 표현의 자유 및 작품에 참여한 영화인들에 대한 과도한 공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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