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표에 러시아 페트병까지…플라스틱 파도에 고통받는 서해
지난 9일 충남 태안 가의도 신장벌 해변에 쓰레기가 쌓여 있다.
태안 가의도 백사장 덮은 쓰레기
페트병이 3분의 1, 나머지는 어구
인근 무인도엔 월 1300개씩 쌓여
실제 쓰레기양 데이터 부족하고
관리 주체도 분산…파악 어려워
지난 9일 여객선 갑판에서 바라본 충남 태안해안국립공원 가의도는 때 묻지 않은 섬 같았다. 선착장에 닿기 전 보이는 가의도 신장벌 해변은 아름다웠다.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하얀 모래사장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졌다.
작은 낚싯배로 갈아타고 해변으로 접근해보니 쓰레기가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는 페트병과 스티로폼, 플라스틱 부이들이 흩어져 있었다. 내려서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물과 뒤엉킨 폐어구가 발에 차였다. 해변이 통째로 쓰레기 더미에 파묻힌 듯했다.
400m에 달하는 해변을 따라 쓰레기 띠가 길게 이어졌다. 모래사장에 깊이 파묻힌 쓰레기는 힘을 줘도 꿈쩍하지 않았다. 큰 파도에 휩쓸려 온 쓰레기들은 바위틈에 단단히 박혀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쓰레기는 페트병이었다. 국립공원공단이 무인기(드론) 촬영과 인공지능(AI) 분석을 통해 확인한 가의도 해양쓰레기 1만9701개(지난 8월 기준) 가운데 플라스틱 병류는 6527개로 3분의 1을 차지했다. 중국 상표가 붙은 빙홍차와 러시아어가 적힌 탄산수 페트병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페트병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어업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부이, 폐어구 등 ‘어업 쓰레기’였다.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들이 수심이 얕은 해안 암초 사이를 빠져나가지 못한 채 파도에 따라 찰방거렸다. 어른 허리둘레만 한 중국산 플라스틱 부이도 적지 않았다. 중국은 최근 해양 양식 과정에서 스티로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부이를 사용하고 있다. 중국의 ‘친환경’ 부이가 한국에 유입돼 쓰레기가 된 셈이다.
섬 주민들은 끝없이 밀려오는 쓰레기에 지쳐가고 있다.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주민들이 삼삼오오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지만 쓰레기가 쌓이는 속도를 따라잡기 버겁다. 70여명이 모여 사는 작은 섬에서 고령의 주민들이 감당하기에 쓰레기는 너무 많고 무겁다.
2019년부터 가의도에서 민박을 운영하는 임영화씨(76)는 “원래 여기는 물이 깨끗해서 ‘동해 같은 서해’라고 불렸던 곳”이라며 “지금도 물 바닥은 깨끗한데 해안가에 밀려온 쓰레기가 많아서 보기에 좋지가 않다”고 말했다.
사람이 사는 가의도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무인도인 목개도에선 매월 800~1300개의 쓰레기가 확인된다. 또 다른 무인도인 화창도 내 해양쓰레기 개수와 무게는 매달 증가하고 있다.
국내 해양쓰레기는 해마다 느는 추세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국 해양폐기물 수거량은 2021년 12만736t에서 지난해 14만4615t으로 늘었다. 전국 4개 해양국립공원에서 수거된 해양폐기물도 2018년 708t에서 2022년 2158t으로 큰 폭으로 뛰었다.
수거량만으로는 실제 해안에 쌓인 해양쓰레기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현재 해양쓰레기 수거량은 집계되지만, 얼마나 쌓여 있고 어디에 집중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이터는 부족하다. 관리 주체도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해수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나뉘어 있어 해양쓰레기의 규모와 분포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4월부터 가의도를 포함해 태안국립공원 섬 3곳과 해변 19곳 등 22곳, 약 30㎞ 구간을 대상으로 매월 드론 영상을 촬영해 AI로 해양쓰레기의 양과 성질, 상태를 분석하고 있다. 반복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쓰레기 분포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한창준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장은 “육안 조사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해안 쓰레기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데이터가 축적되면 해양쓰레기 대응을 위한 예산과 인력을 필요한 곳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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