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인스타 계정 만들었더니…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대통령 조롱·중국 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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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사태 충격폭로, 북× 민주혁명 운동’. 인스타그램에서 ‘5.18’이라고 검색하자 첫번째로 뜬 게시물의 제목이다. 한 선교사가 “광주 시내에서 총 쏜 사람은 인민군”이라고 말하는 릴스다. 조회수는 108만회. 뒤를 이어 가짜뉴스가 줄줄이 추천 게시물로 떴다. 인스타그램에 ‘역사 덕후’인 16살의 가상 계정을 만들어 관찰한 지 엿새째 되는 날이었다.
10대가 인스타그램에서 어떤 알고리즘에 노출되는지를 확인하고자 한겨레 디스토리팀은 9월16~27일 12일간 직접 실험·관찰에 나섰다. 신규로 휴대전화를 개설한 뒤 2010년 5월15일생 청소년 계정 8개를 만들었다. 게임을 좋아하는 남성, ‘역사 덕후’인 여성, 힙합을 좋아하는 남성 등 가상의 인격체 8명을 설정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연구기관, 언론이 유튜브, 엑스(X·옛 트위터) 등에서 반유대주의, 여성 혐오와 같은 담론이 어떻게 퍼져나가는지를 실험·관찰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모든 과정은 영상으로 녹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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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실험을 위해 인스타그램 외에는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았다. 계정마다 관심사에 해당하는 유명 계정을 3개씩 팔로잉했다. 예를 들어, ‘역사 덕후’ 계정은 팔로어가 19만8천명인 ‘매운맛 역사’, 릴스로 인물 이야기를 전하는 ‘역사뒷담’, 한국사 강사 최태성을 팔로잉하는 식이다. 1~3일 차에는 피드에 뜨는 게시물과 ‘추천 계정’을 하루 10개씩 기록했다. 4~5일 차에는 각자 관심사에 해당하는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6~7일 차와 10~11일 차에는 검색어를 3개씩 입력해 추천 게시물을 살폈다.
검색어는 평범한 단어로 제한했다. 10~11일 차에 모든 계정 공통으로 △유머 △밈 △짤 등 3개 검색어를 입력했다. 게임을 좋아하는 남성 계정에서 ‘밈’을 검색하자, 이재명 대통령을 아이언맨, 조커 등과 나란히 등장시킨 게시물이 추천됐다. 이 대통령이 한국을 다 부숴버리고 있다고 조롱하는 내용이다. 10대 가상 계정이 팔로잉하지 않고 있던 ‘정치매드무비’라는 극우 정치 콘텐츠를 주로 올리는 계정의 게시물이다. ‘역사 덕후’인 10대 여성 계정에서 ‘밈’을 검색하자, ‘북녘의 토템 로켓 보이’ 댄스라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트 위에서 춤추는 영상이 뜬다. 인공지능으로 만든 영상이다. 다른 계정들에서도 동성애, 장애인, 여성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게시물이 추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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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일 차에는 관심사와 연관된 검색어를 입력했다. 사회 이슈에 관심 많은 남성 계정에서 △중국 △제주도 실종 등의 단어를 검색했더니 ‘중국 모욕하면 징역 5년?’ ‘중국인, 한국 땅 싹쓸이’ 등 중국을 우회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주로 떴다. △박정희 △계엄을 검색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거나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게시물이 상위에 추천된다.
극단적인 밈이나 가짜뉴스가 걸러지지 않고 상위에 추천될 수 있는 인스타그램의 위험한 알고리즘 구조가 드러난 셈이다. 이와 관련해 메타코리아 쪽은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정확히 밝히긴 어렵지만, 인종이나 출신 국가,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인신공격하는 콘텐츠는 금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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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스타그램 내 혐오와 조롱 콘텐츠, 가짜뉴스 등에 대한 사후 규제는 쉽지 않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2024년 9월부터 2026년 8월 사이에 인스타그램 내 차별 및 비하 정보에 대해 심의한 뒤 시정을 요구한 사례는 없었다. 지난달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심하게 조롱한 인스타그램 계정 5개를 접속 차단하기로 의결한 것이 첫 사례다. 이주희 의원은 “혐오·조롱 콘텐츠가 지금도 청소년들의 알고리즘에 퍼지고 있어, 유머나 밈으로 포장한 극우 콘텐츠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할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인스타그램은 10대 청소년에게 ‘만능’이다. 친구와 대화하는 메신저, 재밌는 영상을 보는 플랫폼, 뉴스 등 사회문제와 역사 정보를 습득하는 통로 구실을 모두 맡는다. 그야말로 세상을 보는 ‘창’이다. 그 공간에 최근 1~2년새 극우적인 세계관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각종 혐오와 조롱 콘텐츠, 가짜뉴스 등이 넘쳐난다. 유머와 밈, 세련된 미학을 무기로 장착해서 더 위험하다. 한국에선 새로운 현상이지만, 독일과 미국 등에선 인스타그램이 청소년과 청년층을 극우 세력으로 끌어들이는 ‘관문’이 된 지 오래다. 한겨레는 국내 언론 최초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스타그램 생태계를 분석하고, 10대 청소년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으로 5화에 걸쳐 인스타그램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집중 조명한다.
한겨레 디스토리팀은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제안을 기다린다. 제보 이메일은 dstory@hani.co.kr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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