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의 프리즘으로 본 K컬처의 뿌리와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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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을 필두로 한 한류 문화에 세계인들이 환호하는 이유는 뭘까?
흔히들 뛰어난 기획력과 화려한 무대, 그리고 소셜미디어 엄청난 전파력 등을 꼽는다. 하지만 동양철학자인 두 공저자는 그것만으로는 사람들이 왜 한류 콘텐츠에서 유독 강렬한 감정적 몰입을 경험하는지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케이 콘텐츠의 힘은 어디에서 온 걸까?
저자는 오랜 세월 한국 문화에 축적돼온 문화적 감각이 현대의 장르와 기술을 만나 새로운 형태로 번역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저자는 그 중에서도 토착 신앙의 역할을 해온 무속이 정착시킨 의례에서 하나의 연결고리를 찾는다. 무속은 믿느냐 안믿느냐라는 차원을 떠나, 한국인의 삶에서 세계를 읽고 삶을 정돈하는 하나의 문화적 도구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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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의 굿이 사람들의 불안과 욕망을 해소하는 역할을 했듯, 오늘날의 케이팝 아이돌은 무대와 팬덤 안에서 흩어진 감정을 하나의 리듬으로 묶는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헌터스’, 영화 ‘파묘’. TV드라마 ‘도깨비’ 등에 나타나는 한국형 오컬트의 핵심은 막힌 관계를 푸는 것이다.
막힌 관계를 푸는 방식은 ‘참여’다. K팝은 노래를 따라 부르고 안무를 따라 하고 다함께 응원봉을 흔드는 것이 특징이다. 굿판 역시 무당 한 사람의 공연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음악과 춤, 장단, 말과 울음, 의복과 무구,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한 판 안에서 움직이는 과정을 거치며 다시 관계가 재정비되고 막힌 관계가 뚫린다. 전혀 다른 두 시대의 모습이지만 음악, 춤, 의상, 무대, 이야기와 관객 참여가 결합돼 하나의 강한 몰입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는 비교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눌려 있던 것을 풀어내는 한국인 특유의 감정 엔진 ‘한과 신명’은 이런 과정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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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정보와 데이터가 넘쳐나는 오늘날 젊은이들이 사주와 타로 등을 찾는 이유도 관계의 막힘과 이로 인한 불안에서 찾는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불안을 다루는 작은 완충재일 뿐, 삶의 운전대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받아들여, 막힌 감정을 몸으로 풀고, 자신의 불안을 공동의 판으로 가져와 관계를 재배치해온 ‘한국인의 오래된 문화 기술’이 현대의 대중문화 안에서 K컬처로 되살아나 세계인의 감각을 흔들고 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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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명리와 주역에 정통한 저자에게 무속은 어떤 의미일까? 저자가 보기에 전통 한국인의 삶에서 무속과 사주명리, 주역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불확실한 삶을 견뎌내는 데 활용돼 왔다. 세계를 관계의 그물망으로 보는 무속은 현재 관계의 막힘을 풀고, 사주명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관계의 지도를 그리며, 주역은 관계가 변화하는 윤리와 방향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한국의 무속과 K컬처의 연관성을 유심히 들여다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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