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조 과징금’ 희비 가른 식품담합 리니언시… 국회, 실태 들여다본다

올해 식품업계에서 설탕, 밀가루, 전분당 등 주요 원재료 시장의 대형 담합 사건이 잇따르며 총 과징금 규모가 1조 8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식품업계에서는 담합 적발의 핵심 수단인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도)’의 실효성과 복잡성도 주목받고 있다. 이 실태를 들여다보기 위해 국회도 검증에 나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를 중심으로 식품 업계 담합 사건의 리니언시 집행 내역을 점검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농해수위 소속의 한 의원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식품 담합 사건 관련 리니언시 제출 자료 및 감면 현황 일체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거래법에서 자진신고자에 대한 강력한 비밀유지 의무를 정하고 있기 때문에 의원실에서 관련 자료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공정위에서는 A, B, C등 익명화된 자료만 제공한다. 그럼에도 의원실이 이런 자료를 요청한 것은 국회 내에서도 담합 사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반영한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올해 식품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설탕에서 시작해 밀가루와 전분당으로 이어진 담합조사다. 공정위는 지난 2월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의 설탕 가격 담합에 대해 약 40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5월에는 7개 제분사의 밀가루 담합에 6710억원, 7월에는 대상·사조CPK·삼양사·CJ제일제당 등 4개 전분·전분당 제조사의 담합 행위에 7476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세 사건의 과징금만 1조 8000억원을 웃돈다.
이 과정에서 리니언시는 개별 기업의 법적·재무적 리스크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현행 공정위 제도상 조사 전 자진신고 1순위 기업은 과징금과 검찰 고발이 100% 면제되고, 2순위는 과징금 50% 감경과 고발 면제 혜택을 받는다. 조사 개시 이후에도 협조 순위에 따라 감면 혜택이 달라져, 기업 입장에서는 리니언시 순위가 제재 수위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전분당 담합 사건에서는 삼양사가 검찰 수사 단계에서 자진신고 및 수사 협조를 한 것으로 알려지며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밀가루 담합 사건에서는 CJ제일제당이 검찰에 리니언시를 신청해 내부 자료를 제출하며 리스크를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리니언시가 개별 기업의 법적 리스크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는 뜻이다.

◇ 검찰과 공정위의 리니언시 감면 혜택 달라
문제는 제도의 복잡성이다. 검찰 리니언시와 공정위 리니언시는 별개의 제도다. 검찰 제도는 제일 먼저 자백한 1순위 기업에게 기소 면제, 2순위 감경 구형을 해 준다. 공정위 제도에서는 조사 전 1순위가 과징금·고발 면제, 2순위는 과징금 50% 감경·고발 면제라서 1순위와 2순위의 차이가 크다. 또 검찰 리니언시는 공정위 리니언시와 무관하게 검찰에 접수된 순서로 순위를 정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리니언시에 따른 보상이 단순히 “자백하면 감면받는다”가 아니라 ‘누가 먼저, 어느 기관에, 얼마나 결정적인 증거를 들고 들어가느냐’까지 고민해야 할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리니언시 신청 과정에도 상당한 법률적 판단이 개입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징계 후 행정소송 제기 시는 물론, 리니언시 제출에도 로펌에 자문을 받는다”며 “제도 자체가 복잡하기 때문에 로펌이 개입할 여지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국회가 식품업계 담합 사건의 리니언시 신청 기업과 순위, 감면 규모, 고발 여부 등을 종합 검토하려는 배경에는 리니언시 제도의 실효성과 형평성을 따져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별로 리니언시 적용 여부와 순위에 따라 행정제재와 형사절차에서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업계의 관심은 리니언시 자체보다는 누가, 언제, 어떤 자료를 제출했고 그 결과 어떤 제재 차이가 발생했는지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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