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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November 6, 2026

초원의 사자 같은 ‘기세’로, 새로운 이야기를 써볼까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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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세 l 이현 지음, 창비, 1만5000원
오늘의 기세 l 이현 지음, 창비,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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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운세’는 자주 봤지만, ‘오늘의 기세’는 처음 보는 조합이다. 운에 맡기는 대신, 기세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말일까. 조용히 ‘자기만의 방’에 틀어박혀 글쓰기에 매달리는 대신, 자신의 방에 보조 책상을 들이고 싶다며 자정께 홀로 드라이버를 꺼내 거실 식탁의 다리를 분해하는 작가에게 어울리는 조합이긴 하다. 더욱이 초원에서 사냥하는 사자에 대한 동화를 생생하게 쓰고 싶다며 아프리카 세렝게티로 취재를 가는 작가라면, 아무래도 ‘기세’라는 단어만큼 잘 어울리는 건 없다.

에세이 ‘오늘의 기세’가 보여주는 것은 어린이책 ‘푸른 사자 와니니’를 만든 이현이 전해주는 자신의 삶이다. 출퇴근이 없는 대신 월급도 없는 전업 작가이자 혼자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로서 불안은 계속되지만, 기어이 직접 분해해 설치하는 보조 책상과 5시간 전에 끊은 유럽행 비행기, 세렝게티와 탄자니아 여행까지 대부분 기세로 시작된 해프닝과 같은 일들, 그리고 질문들이 그를 앞으로 이끈다.

쓸모없다는 이유로 무리에서 쫓겨난 어린 암사자인 주인공 ‘와니니’의 이름은 동아프리카의 공용어인 스와힐리어로 ‘왜’라는 뜻이라고 한다. ‘왜’라는 질문에는 기세가 있다. 부정적 평가에 맞서 사냥법을 배우고 자신만의 무리를 만들어 우두머리가 되는 와니니의 이야기가 그렇다. ‘무리는 있는데, 왜 땅이 없냐’는 어린이 독자들의 질문은 와니니 무리에게 영토를 줬고, 새로운 모험으로 이어지며 무려 열권의 이야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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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아프리카에 대한 자신의 편견과 사랑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고, 모든 생명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채식에 도전하며 자신과 세상을 돌보는 솔직한 이야기들이 담겼다. 코로나19로 아프리카행이 좌절되자 영국 비비시(BBC)의 세렝게티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며 영어를 공부하고 다시 세계로 나갈 준비를 한다. 남아프리카의 자연 보호 구역에서 야생동물 연구자를 돕는 자원봉사를 하거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열대 바다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그의 기세야말로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에겐 최고의 원동력이다.

그러면서도 ‘최고의 독자’인 어린이를 대하는 그의 마음은 더없이 섬세하다. ‘쓸모없는 사자’에 공감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보고, 어린이와의 다리가 되어 주는 교사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에 함께 아파하기도 한다. 몇년 후면 예순살에 가까워지는데도 영 삶에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푸념하는 그이지만, 그런 기세와 마음이 있는 한 얼마든지 새로운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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