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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October 20, 2026

“그때도 여성 근로자부터 사라졌다”…AI 고용충격, 남성보다 크다는 근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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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국 여성 10명 중 1명 위험
전화교환원 7만5000명 일자리 상실
PC 확산에도 여성 사무직 타격
AI, 고숙련 일자리까지 위협

과거 전화 교환원  이미지 [그림=챗GPT]

과거 전화 교환원 이미지 [그림=챗GPT]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 전화교환기 자동화와 개인용 컴퓨터(PC) 보급 과정에서도 여성 근로자들이 일자리 감소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다만 기술 발전으로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는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AI가 고용시장에 미칠 영향을 단순히 일자리 감소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CNBC는 전화교환원과 세탁기, PC 등 과거 기술혁신이 여성 고용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며 AI 시대에도 여성 근로자들이 더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 3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에서 일하는 여성 약 10명 중 1명은 AI에 의한 일자리 대체 위험이 가장 높은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아리안 헤게비시 미국 여성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AI는 반복적인 업무와 숫자 처리, 패턴을 찾아내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런 업무는 여성이 많이 종사하는 사무직과 행정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서와 사무직 근로자의 90%가 여전히 여성”이라고 덧붙였다.

과거에도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여성의 일자리는 큰 변화를 겪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화교환원이다. 1940년대 미국 전화교환원의 약 95%는 여성이었다. 특히 20세 미만 미국 태생 백인 여성에게 전화교환원은 가장 큰 고용 비중을 차지하는 직업이었다.

당시 전화교환원은 비교적 보수가 좋은 일자리였다. 수개월간 교육을 받아야 했으며 통화가 몰리는 시간에는 한 시간에 수백 건의 전화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연결해야 했다. 하지만 미국 통신회사 AT&T가 자동 전화교환기를 도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자동교환기 보급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약 7만5000개의 전화교환원 일자리가 사라졌다. 당시 자동화 투자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자동화 투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제임스 파이겐바움 보스턴대 교수와 대니얼 그로스 듀크대 교수는 2020년 발표한 연구에서 자동교환기 도입이 기존 전화교환원들의 직업과 경력을 빼앗았다고 분석했다. 상당수는 임금이 낮은 일자리로 이동하거나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했다.

데이비드 오터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CNBC에 “대부분의 사람은 경력을 자주 바꾸지 않는다”며 “자신이 선택한 직업의 가치가 기술 발전으로 사라지면 일반적으로 이전보다 좋지 않은 일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음 세대의 상황은 달랐다. 파이겐바움과 그로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젊은 여성들은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적응해 다른 분야에서 비슷한 수준의 일자리를 찾았다. 연구진은 미래 세대의 취업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는 당시 우려가 어느 정도 빗나갔다고 평가했다.

기술 발전이 오히려 여성의 경제활동을 확대하기도 했다. 1950년대 보급된 세탁기와 가전제품이 대표적이다. 세탁기 등 가전제품은 여성들이 무급 가사노동에 쓰는 시간을 크게 줄였고, 이를 통해 임금을 받는 일에 참여할 기회를 넓혔다.

1950년부터 1980년까지 미국의 여성 취업자는 2500만명 이상 증가했다.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34%에서 52%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남성 취업자도 1600만명 증가했지만 경제활동참가율은 오히려 5%포인트 하락했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면서 새로운 서비스 수요도 만들어졌다. 가정에서 직접 하던 육아와 음식 준비가 유료 서비스로 바뀌었고, 소매업과 외식업, 여가·숙박업 등에서 일자리가 증가했다. 기업 성장에 따라 급여 관리와 고객 계정 처리 등 사무직 수요도 확대됐다.

1980년대 PC 보급은 여성 고용시장에 또 다른 충격을 줬다. 1980년 미국 인구조사에 따르면 비서와 속기사, 타이피스트로 일하는 미국인은 약 470만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98% 이상이 여성이었다.

1981년 IBM이 PC를 출시하고 1983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인 ‘워드’를 선보이면서 사무실의 업무 방식이 바뀌었다. 경영진이 직접 보고서를 작성하고 출장을 예약하며 문서를 출력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사무직의 일부 역할이 사라졌다.

하지만 PC는 새로운 기회도 제공했다. 여성들은 스프레드시트와 데이터베이스 등 컴퓨터 도구를 활용해 업무 영역을 넓혔다. 기술이 기존 업무를 대체하는 동시에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작용한 것이다.

2022년 마커스 딜렌더와 엘리자 포사이스가 발표한 연구에서는 기업들이 사무·행정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도입한 뒤 해당 부문 고용이 1% 감소했지만 대졸 근로자의 임금은 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시대에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AI가 업무 전체를 없애기보다 반복적인 작업을 대신하면서 근로자가 인간의 판단이 필요한 업무에 집중하도록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CNBC는 오늘날 여성들이 이전 세대보다 대학과 대학원 교육을 많이 받고 관리직에 진출한 비중도 높아지면서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 위험을 일부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AI가 고숙련 업무까지 대체할 가능성이 있어 이러한 보호 효과가 오래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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