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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November 5, 2026

[청소년활동 릴레이 기고] 청소년에게 ‘오늘’을 돌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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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청소년을 이야기할 때 유독 미래를 강조한다. 미래세대, 미래인재, 미래의 주역이라는 표현은 익숙하고, 청소년을 잘 성장시켜 미래사회의 인재로 키워야 한다는 말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한 번쯤 물어야 한다. 청소년의 삶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청소년은 미래에 비로소 삶을 시작하는 존재가 아니다. 지금 친구를 만나고, 뛰어놀고, 갈등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시민이다. 좋은 미래도 오늘을 충분히 살아본 경험 위에서 만들어진다.

이런 점에서 잉글랜드의 최근 청소년정책은 눈여겨볼 만하다. 청소년 서비스가 크게 위축된 뒤 재건에 나선 잉글랜드 정부는 2025년 12월 청소년의 목소리를 반영한 국가 청소년 전략을 발표했다. 2035년까지 취약한 환경의 청소년과 또래 사이의 활동 참여 격차를 절반으로 줄이고, 가정 밖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믿을 만한 어른을 만날 수 있는 청소년을 50만 명 더 늘리겠다는 목표다. 시민참여, 예술·문화, 자연·야외·모험, 스포츠·신체활동, 삶의 기술과 미래 역량이라는 다섯 영역의 경험을 청소년이 고르게 누리도록 하고, 학교와 대학이 스스로 그 기회를 점검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영국의 변화에서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새로운 프로그램의 이름이 아니다. 모든 청소년에게 경험할 기회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국가의 책임으로 묻기 시작했다는 점과 누가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누가 그 경험에서 배제되는가 라는 질문이다. 청소년이 만날 수 있는 세계의 크기가 가정의 경제적 여건이나 사는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면 활동은 개인의 선택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험의 격차를 줄이는 일은 사회와 정책의 몫이다.

우리의 상황을 돌아보면 또 하나의 문제가 보인다. 바로 시간이다. 청소년의 하루는 학교와 학원, 입시 준비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운동하고, 자연과 예술을 경험하고, 아무 목적 없이 친구와 어울리고, 실패하고 돌아올 시간은 좀처럼 남지 않는다. 그 시간마저 가정 형편과 사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주어진다.

좋은 시설을 짓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도 청소년에게 그곳에 갈 시간이 없다면 기회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청소년활동이 시간이 남으면 하는 것이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또래와 관계를 맺고, 나를 지지해 주는 어른을 만나고, 몰랐던 세계를 경험하는 일은 그 자체로 청소년기의 중요한 삶이다.

그래서 청소년활동 정책은 이제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청소년에게 마음 놓고 머물 ‘갈 곳’이 있는가.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도전할 ‘할 일’이 있는가. 어려울 때 이야기를 들어주고 때로는 잘못을 바로잡아 줄 ‘믿을 만한 어른’이 있는가. 그리고 그곳에 가고, 그 일을 하고, 그 사람을 만날 ‘시간’이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세 가지가 달라져야 한다.

첫째, 시간을 제도로 보장해야 한다. 청소년활동을 방과 후 남는 시간에 맡겨 두지 않고, 학교 일과와 지역 안에서 활동할 시간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격차를 목표와 지표로 관리해야 한다. 활동 기회가 적은 지역과 계층의 청소년을 우선 지원하고, 참여 격차가 줄고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셋째, 평가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더 많은 프로그램과 더 좋은 시설을 만드는 데 힘써 왔다. 이제는 무엇을 얼마나 제공했는가를 넘어, 그것이 청소년의 실제 삶에 어떤 경험으로 남았는지를 물어야 한다.

청소년활동은 미래의 인재를 만드는 수단만이 아니다. 청소년이 지금 이 삶에서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경험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하는 일이다. 청소년의 미래를 위해 오늘을 유보하게 할 것이 아니라 오늘을 충분히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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