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호르무즈 파병 두고 “한반도 대비태세 손상없는 범위서 운신”…국회 동의안 제출 등 고심하는 정부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에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등 군사적 자산을 파병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018년 취역식 당시 소양함 모습. 연합뉴스
청와대가 4일 호르무즈 해협 파병 가능성에 관해 “정해진 것은 없지만 계속 검토하고 있다”며 “한반도 대비 태세에 큰 손상이 있지 않은 범위에서는 운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반도 안보 영향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사실상 파병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방어 목적의 비전투 자산 파병을 통해 미국의 지원 요청에 응하는 동시에 이란과의 외교적 마찰을 줄이기 위한 묘수를 고심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자유로운 통항은 우리 국익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며 “호르무즈에서 실질적 기여를 하려면 한반도 대비 태세를 고려해야 하고, 대비 태세 관련해 여러가지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내법적인 절차에 따라서도 고려를 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국회와의 협의, 국회의 동의를 의미하는 것인데 아직 그 단계까지 가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안건 상정 및 국회 비준동의안 제출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도 있었지만 아직 국회 측과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고위관계자는 “실질적 기여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여러 번 얘기해왔다. 실질적 기여는 군사적 기여를 포함하는 것”이라고도 밝혔다. 군사적 지원 방안을 두고는 “군사적 기여도 다양한 방식이 있다. 전투에 참여하는 것도 비전투도 있다”며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전투든 전투든, 한 명이든 두 명이든 현장에 가게 되면 파병이라고 규정된다”며 “일반인들이 파병이라고 하면 전투와 대규모 병력으로 바로 연결시키는데 꼭 그렇지 않다. 여러가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올해 초부터 준비한 호르무즈 해협 통항 기여 방안을 단계별로 보면, 1단계 지지 표명, 2단계 인력 파견, 3단계 정보 공유, 4단계 군 자산 지원으로 구성돼있다. 청와대가 이날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군사적 기여 방식은 군 자산을 파견하는 4단계 방식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는 넓은 해역을 감시하면서 잠수함과 수상함을 탐지·타격할 수 있는 P-8 초계기, 군수지원함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두 방어적 성격의 비전투 자산으로 한반도 대비태세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하면서도 미국의 군사적 지원 요구에 응하고 이란과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이 안정화되고 장병들의 안전이 보장된 이후에야 파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미국·이란 전쟁 종전 직후나 해협 통항을 둘러싼 주변국들의 협상이 끝난 뒤 군 자산 파견 논의를 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미국 측의 연이은 압박으로 군사적 기여 검토에 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국을 돕고 있지만 우리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거절했다”며 “이를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 말과 우리가 검토하고 있는 건 직접 관련은 없다”며 “그 말이 나오기 전부터 실질적 기여를 하기 위해 협의해왔다”고 말했다.
군 자산을 파병하려면 NSC와 국무회의 의결,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할 파병동의안 문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국회가 이달 시작되면서 정부가 하반기에 파병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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