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옆 경사면에서 돌봄·먹거리까지…수원의 ‘잇는’ 행정

광고
경기도 수원시 팔달산 아래 남창초등학교. 학교 터와 맞닿은 산비탈이 가파르게 떨어진다. 바로 아래에는 학생 통행로와 운동장이 있다. 비탈이 무너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곳이다.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문제는 누가 맡느냐였다. 비탈 일대에는 수원시 땅과 교육청 땅이 섞여 있었다. 몇 차례 논의 끝에 시가 맡기로 했다. 시에서 관리하는 도로와 맞닿은 곳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번에는 시에서 담당 부서를 정해야 했다. 비탈이 화성 성곽과 이어져 있어 성곽 관리, 재산 관리, 도로 부서가 모두 후보에 올랐다. 이 민원을 맡은 김영덕 수원시 새빛민원실 팀장은 관계 부서와 국장이 참석하는 회의를 여러 차례 열었다. 조정 끝에 팔달구 안전건설과가 주관 부서로 정해졌다. 주관 부서가 생기자 유지보수가 시작됐다.
수원시는 김 팀장처럼 기관과 부서 사이에 걸쳐 있는 문제를 푸는 이들을 ‘베테랑 팀장’이라 부른다. 2023년 4월 문을 연 새빛민원실(시청 본관 1층)에 행정·토목·건축·사회복지·세무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한 팀장급 공무원들을 배치했다. 장기간 해결되지 않은 민원이나 기관들의 협의가 필요한 복합민원을 맡는다. 최종 판단과 실행은 소관 부서의 몫이다. 베테랑 팀장은 관련 규정과 자료를 살펴 소관 부서에 검토 의견을 보낸다. 여러 부서가 얽힌 사안에는 협의 자리를 만든다. 김경숙 베테랑 팀장은 ‘소관 부서가 어디인가’보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먼저 검토한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제2회 한겨레 지역회복력 평가’에서 종합 대상에 선정됐다.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를 환경·경제·사회 세 영역에서 정량평가하고, 사례조사와 전문가 검토를 거쳤다. 종합 부문 후보군은 전체 점수 상위 20% 가운데 세 영역 모두 중위권 이상인 곳으로 추렸다. 후보군을 대상으로 정책을 떠받치는 조직·예산·제도와 실행 성과를 살폈다. 수원은 특정 사업 하나가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조직과 제도를 갖추고 실행한 사례가 두루 확인됐다.
광고
남창초 비탈과 닮은 문제는 다른 분야에도 있었다. 책임질 주체가 없거나, 자원이 오갈 길이 끊긴 경우다. 수원시는 돌봄, 취약계층에 학교급식 나눔, 지역기업 투자 등에서 담당 주체와 전달 경로, 실행 조건을 정해 일이 이어지도록 했다.

아프거나 사고를 당해 혼자 일상을 이어가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 가족의 도움을 받기 어렵고 기존 공적 돌봄 대상에도 들지 못하는 경우다. 이런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만든 것이 ‘수원새빛돌봄’이다. 2023년 8개 동에서 시작해 이듬해 44개 동 전체로 넓혔다. 신청 창구는 동 행정복지센터다. 돌봄플래너가 주민을 상담하고 지원 여부를 판단한다. 가사와 병원 동행, 식사, 일시 보호 등이 필요하면 민간 제공기관을 연결한다. 소득 수준에 따라 비용도 지원한다. 시는 2023년 말 통합돌봄 지원 조례를 만들어 사업 근거를 마련했다. 수원시는 지난해 5200여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광고
광고
학교가 급식 수요를 미리 계산해도 실제 배식량과 딱 맞기는 어려운 일이다. 학생에게 배식되지 않은 음식은 당일 조리분이라도 남으면 버려진다. 수원시는 학교와 복지기관 등을 연결하고 운반 체계를 마련해, 이 음식이 복지기관으로 갈 길을 만들었다. 학교가 음식 상태와 온도를 확인해 용기에 담으면, 온도 관리 차량을 갖춘 운송업체가 복지기관으로 옮긴다. 이 음식은 취약계층 가정에 바로 배달된다. 전달 내역은 ‘전용 앱’에 남긴다. 올해 상반기에는 14개 학교와 8개 복지기관이 참여해 28차례에 걸쳐 음식 약 6.5톤을 전달했다. 이준영 청솔재가노인지원센터장은 음식을 전하면서 어르신의 안부를 살피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고 말했다.
지역기업 투자에는 출자금을 지렛대로 썼다. 시는 공공 모펀드 등과 함께 조성한 ‘수원기업새빛펀드’에 200억원을 출자했다. 투자 대상을 정하는 주체는 운용사이지만, 출자 약정에 수원 기업에 일정액을 투자하도록 조건을 뒀다. 8월 현재 수원 이전 예정 기업 8곳을 포함한 31개사에 439억4천만원이 투자됐다는 게 수원시 쪽 설명이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