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 든 천재 의사 ‘닥터X’ 사이다 처방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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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비에스(SBS) 금토 드라마가 ‘사이다’ 같은 통쾌한 줄거리로 또 한번 흥행 기록을 쓰고 있다. ‘열혈사제’ ‘모범택시’ ‘김부장’에 이어 이번엔 천재 여성 의사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 ‘닥터 엑스(X): 하얀 마피아의 시대’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른바 ‘사이다 히어로물’이 강력한 흥행 문법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지난 9일 첫 방송을 한 ‘닥터 엑스’는 1회부터 두자릿수 시청률인 11.4%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어 2회 14.9%, 3회 15.1%, 4회 18.5%로 상승세를 타더니 지난 24일 방송한 6회는 19.5%를 기록하며 20%대를 눈앞에 뒀다. 넷플릭스에서도 첫 공개 이후 2주 연속 전세계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본 비영어 쇼 1위에 꼽히며 글로벌 흥행 조짐도 보인다.

‘닥터 엑스’는 일본 아사히 티브이(TV)에서 방영된 인기 드라마 ‘닥터 엑스: 외과의 다이몬 미치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다크 히어로’ 계수정(김지원)이 부패한 의료 권력과 맞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계수정은 병원에 소속되지 않은 파견직 외과 의사로, 수술 외에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다. 환자를 살리는 일보다 자신의 권력을 지키는 게 더욱 중요한 의사들은 그런 계수정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계수정은 “교수들 앞에선 엎드리고 환자들 앞에선 고개 쳐들고” 같은 직설로 그런 의사들의 정곡을 찌르고, 천재적인 수술 실력으로 그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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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살리는 일밖에 모르는 의사 계수정과 출세밖에 모르는 구서대학교 병원 의사들의 선명한 대립 구도, 계수정이 매번 수술 실력으로 승리하는 통쾌한 이야기 전개, 여기에 김지원, 이정은, 손현주, 김영민, 이진희 등 연기파 배우들의 맛깔스러운 연기가 인기 비결로 꼽힌다. 주인공 계수정부터 장희숙(이정은), 부승권(손현주) 등 등장인물 모두 조금씩 의문스러운 구석이 있고, 이들의 전사가 다 풀리지 않아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도 특징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계수정은 의사인데 의사 편을 들지 않는다”며 “대개 메디컬 드라마가 현실에 대해 얘기하긴 하지만, 의사를 낭만화하거나 영웅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반면 이 드라마는 의사 조직에 대한 문제를 얘기하며 오직 실력으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는데, 이 점이 시청자들에게 사이다 같은 느낌을 준다”고 짚었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는 높은 시청률을 얻는 한편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자신을 정형외과 의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 ‘의료 현실 왜곡 및 의료인 묘사에 관한 심의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닥터 엑스’에 관한 심의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회진을 불필요한 잡무처럼 묘사하고, 의료진을 무능한 악역으로 단순화하며, 의료 행위의 불확실성마저 외면하는 연출이 반복된다”며 “극적 과장은 이해하지만 이 정도면 의료 현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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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선악 구도가 분명한 ‘사이다 히어로물’은 에스비에스가 그동안 금토 드라마 시간대에 지속적으로 선보여온 장르다. 앞서 다혈질 가톨릭 사제와 형사의 공조 수사를 그린 드라마 ‘열혈사제’가 2019년 최고 시청률 22%를 기록하며 시즌2 제작으로 이어졌다.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의 사적 복수 대행극 ‘모범택시’ 역시 2021년 시즌1이 큰 인기를 끈 뒤 시즌3까지 방영되며 에스비에스 대표 시즌제 아이피(지식재산권·IP)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6∼7월 방영된 ‘김부장’ 또한 평범한 척 위장한 특수부대 출신 아빠가 하나뿐인 딸을 되찾기 위해 봉인된 힘을 해제하는 이야기로 ‘한국판 테이큰’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최고 시청률 23.1%를 기록했다. 이들 드라마에서 각각 김남길·이제훈·소지섭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는데, ‘닥터 엑스’에서는 여성인 김지원이 ‘히로인’이 됐다.
이들 드라마를 제작한 스튜디오에스(S)의 홍성창 대표는 이런 ‘사이다 히어로물’의 공통적인 흥행 비결로 ‘현실 밀착형 카타르시스’를 꼽았다. 홍 대표는 한겨레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부조리와 답답한 현실을 배경으로 하지만, 주인공들이 이를 돌파하는 방식은 시청자들이 상상하던 통쾌함을 그대로 구현해낸다”며 “현실에서는 타협하거나 참아야 하는 순간들이 많지만, (‘닥터엑스’의) 계수정이나 (‘모범택시’의) 김도기 같은 인물들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즉각적인 정의를 실현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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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에스비에스 금토 드라마에서 이런 장르가 꾸준히 이어지는 데 대해 홍 대표는 “하나의 획일화된 공식으로 정해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한주간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주말 밤에 시원하게 털어버리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의 요구와 맞물려, 속도감 있고 통쾌한 사이다 히어로물이 주로 금토 라인업에 배치돼 큰 사랑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이어 “가장 중요한 편성 기준은 특정 장르가 아니라 드라마 자체의 작품성과 완성도”라며 “앞으로도 다채로운 장르와 깊이 있는 서사의 작품을 유연하게 배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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