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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October 14, 2026

변창흠 “‘빈 땅 찾기’론 공급 한계…대안은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주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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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세종대 교수)이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 집현관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세종대 교수)이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 집현관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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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닥공’(닥치고 공급)을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는 ‘닥공’ 같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누구에게 주든, 얼마에 주든, 어디에 주든 상관없이 무조건 공급하라는 거 아닌가? 그건 아니다. 부담 가능한 적정 가격의 주택을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적기에, 제대로 설계해서 공급해야 한다. 지금은 단순하게 많이, 빨리 공급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정교한 설계가 중요하다.” ― 도심 공급의 대안으로 역세권,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를 꼽으셨는데 설명해달라 “서울 면적이 605㎢인데 아파트가 약 100㎢를 차지하고 저층주거지가 113㎢다. 준공업지역은 19.97㎢, 600만평 정도다. 외곽 신도시는 정해졌으니 하면 된다. 그런데 도심에서 빈 땅을 찾아 짓자는 얘기에는 한계가 있다. 빈 땅은 언젠가 없어진다. 되기도 어렵지만, 돼도 몇만호 건축하고 끝이다. 그 다음엔 없으니 사람들에게 안심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지속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신념을 줘야 한다. 당장 공급되지 않더라도 ‘이런 식이면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공급되겠네’ 싶으면 다음에 사면 된다. 그런데 그걸 주지 않고 있는 땅만 열심히, 최선을 다해 쓰면 소진된다. 용산공원에 공공주택을 지을 수 있다, 용산에 있는 용지를 다 쓰면 그다음 빈 땅이 어디 있나 찾아야 한다. 머지 않아 공지가 없어지면 더 이상 공급할 땅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때부터 다시 오르게 된다.” ― 역세권은 어떻게 활용하자는 건가? “서울엔 역이 325개 있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서울시 역세권 평균 용적률은 전체 용적률의 1.1배에 불과하다. 차이가 거의 없다. 외국은 철도가 놓이면서 역이 생기고 역 주변에 집이 들어섰다. 우리는 지하철이 도로 지하로 지나가면서 사거리에 출구만 뚫었다. 원래 있던 집이 그대로 있는 거다. 출구가 생기니 권리관계가 복잡해지고 땅값이 올라 사업성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 개발이 안 된다. 서울은 지하철이 워낙 잘 돼 있어 역에 가깝기만 하면 40분~1시간이면 어디든 가고 차도 필요 없다. 역세권 용적률을 300%, 400%로 한들 무슨 문제인가? 문제는 누가, 어떻게 정비하고, 자금은 어떻게 조달하고, 인센티브는 어떻게 주느냐다. 이것만 잘 설계하면 무궁무진하게 공급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성공한 모델이 역세권 청년주택이다. 박원순 시장 때 제가 에스에이치 사장이었다. 박 시장 1기가 끝나고 2기에 들어서면서 ‘뉴타운 출구전략 외에 획기적인 주택 공급 방안을 마련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그래서 서울시 도시계획국이 제안한 역세권 청년주택을 시작했고 에스에이치가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 이런저런 비판도 있지만 5만호 가까이 공급됐다. 역세권 땅값이 올랐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역세권을 효과적으로 쓴 거다. 지금은 청년안심주택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청년들이 좋아한다. 지금도 경쟁률이 200 대 1에 이르기도 한다. 그때도 반대가 엄청 많았다. 그럼에도 새로운 실행모델을 만들어 역 주변에서 대량으로 청년주택을 공급한 거다.” ― 2·4 대책에도 역세권 고밀 개발이 들어갔다. “2·4 대책에서 역세권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은 용적률을 최대 700%까지, 준공업지역은 500%까지 높일 수 있게 했고, 역세권과 준공업지역에 소규모 재개발 제도도 새로 만들었다. 제도가 만들어지면 모델이 생기고 고밀 개발이 가능하게 된다. 문제는 토지 확보다. 지구단위계획은 ‘앞으로 개발하려면 이 형태와 규제를 따르라’고 설계해 놓는 거다. 높이는 얼마로 하고 옆 건물과는 얼마나 띄우라고 정해놔도 대부분은 사업으로 추진되지 못한다. 누군가 밀어붙여야 한다. 100% 동의가 어렵다면 3분의 2 이상 동의하면 수용할 수 있게 하는 식으로 토지 확보제도를 설계해 놓으면 작동한다. 그렇게 역세권을 고밀로 개발하면 어마어마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 ― 준공업지역은? “서울시 준공업지역 면적은 19.97㎢, 약 600만평이면 분당 신도시만 하다. 준공업지역은 서울에 제조업 기능이 필요해서 둔 건데, 지금 서울엔 오염·소음·진동·매연을 내는 제조업이 사실상 거의 없다. 서울형 제조업은 아이티(IT)·디지털 같은 거다. 고도의 실험 기능은 대학에 있다.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는 상업지역인데 디지털 산업특화단지가 되었다. 도심 상업지역에서도 산업 기능이 충분히 가능하니 준공업지역 물량을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줄어든다. 100만평 정도는 과감하게 해제해도 된다고 본다. 서울의 3대 도심은 광화문·시청 일대, 강남, 영등포·여의도다. 셋 중 영등포·여의도가 중심 기능이 제일 약하다. 이 지역이 중심지 역할을 못하니 다들 강남으로 집중하게 된다. 집값이든 건물가격이든 강남 접근성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그래서 강남으로 가는 9호선, 7호선, 남부순환로가 너무 막힌다. 이 집중 문제를 풀려면 강력한 중심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영등포·여의도다. 여의도는 이미 꽉 찼지만 영등포역 일대엔 준공업지역이 많다. 여기를 풀어 제2의 도심으로 만들면 강력한 중심이 생겨 강남 쏠림이 분산되고, 강남 1극 집값 문제도 해소되고, 교통 문제나 사회적 혼잡도 훨씬 줄어든다. 준공업지역을 활용하는 한가지는 해제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복합개발이나 규제 완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서울시도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오세훈 시장도 준공업지역 활성화 방안을 두어 차례 발표했다. 김용범 실장과 오 시장이 만났을 때 김 실장이 준공업지역 해제 얘기를 했고, 오 시장도 준공업지역 규제를 풀어달라고 했다. 생각이 일치한 거다. 그러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풀 건 풀고 개발할 건 개발해야 한다. 단순한 주택 공급을 넘어 서울의 도시 구조 개편과 결합하는 모델을 만들어내면 주택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되고, 강남 1극 집중도 분산될 거다.”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세종대 교수)이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 집현관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세종대 교수)이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 집현관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 저층주거지는 어떻게 바꿔야 하나?

“저층주거지 113㎢는 다세대·다가구·연립·도시형생활주택으로 돼 있는데, 아파트에 비해 열악한 주거로 낙인찍혀 있다. 젊은이들, 특히 결혼할 세대가 살려고 하지 않는다. 전세사기 문제도 있다. 비아파트 공급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건축원가보다 싸게 팔리니 지을 이유가 없다. 지난해 서울 비아파트 준공 5천호 가운데 3천호 정도가 엘에이치나 에스에이치가 사주는 매입임대주택이다. 건축비를 반영해서 사주니까 사업성이 맞는 거다. 예전엔 전세든 매매든 3억원 정도면 방 3개짜리 20평짜리 다세대에 가족이 살 수 있었다. 최근에는 그런 주택의 공급이 안 된다. 매입임대를 빼면 2천호 남짓 남는데, 인구 1천만 도시에서 그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싼 주택이 없다. 새로 공급되는 건 아파트인데 서울 아파트는 평균 15억9천만원이다. 그러니 경기도로 가거나 전세로 사는데, 전세도 점점 부족해 불만이 폭발한 상태다. 이제는 다세대·다가구가 아닌 새로운 주택 유형을 만들어야 한다. 아파트는 지하가 주차장이고 지상이 공원인 셈이다. 커뮤니티 시설이 있고 개별 방범, 단지 방범이 되고 각종 편의시설이 있다. 다세대·다가구는 이게 안 된다. 보안, 안전, 품격, 삶의 질 문제가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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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 공급 대책에도 비아파트 확대방안이 많이 들어갔다. 다가구 층수 제한을 3개 층에서 4개 층으로 늘렸고, 다세대·다가구 건축면적 제한도 660㎡에서 1천㎡ 미만으로 넓혔다. 이게 중요하다. 같은 땅에 훨씬 많은 가구가 들어갈 수 있다. 공급을 늘리는 건 좋다. 그런데 이름을 ‘일반주택’이라고 해놨더라. 저는 ‘플랫폼형 아파트’로 바꿔야 한다고 본다. 지금 건축법상 5개 층 이상이 주택으로 쓰이는 공동주택이 아파트다. 밑에 상가가 있고 위로 주택이 5개 층 이상이면 아파트가 된다. 층수를 늘리다 보면 이것도 사실상 아파트다. 아파트가 고급 주거의 상징처럼 돼버렸으니, 이걸 아파트라고 부르되 넓은 단지형 아파트와 구분해 플랫폼형 아파트로 부르자는 거다. 정비사업 단지는 부지면적이 1만㎡, 3천평 이상이다. 다세대·다가구 한 필지가 40~50평이니 너덧 필지를 합하면 200~300평 정도의 작은 플랫폼 아파트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편의시설을 조금 두고, 필요하면 지자체가 커뮤니티 시설을 지원하는 거다.”

―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대책에 그런 모델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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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정부는 다세대·다가구·도시형생활주택의 규제를 풀고 금융 지원을 하겠다는 데까지는 있지만 새로운 주택 유형에 대한 구상이 없다. 다세대·다가구는 필지 하나씩 개발하는 ‘점 단위’ 개발이다. 3층을 4층으로 올려봐야 매한가지다. 정부가 크게 늘리겠다는 매입임대주택도 점 단위다. 6만5천호에 플러스알파로 대폭 늘리겠다는데, 다세대 몇 개를 합쳐 5층짜리 빌라 하나 지어 파는 식이다. 문제는 이게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잔뜩 들어간다는 거다. 강남은 땅이 비싸 사기도 어렵지만, 정부 지원은 호당 1억원 남짓이고 나머지는 서울시와 에스에이치가 나눠서, 엘에이치는 통째로 부담해야 한다. 그러니 비싼 주택을 살 이유가 없다. 주택호수만 중요하니 계속 강북지역에서 매입하게 된다. 그러면 그 지역은 노후도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정비사업도 안 된다. 나중에 정비하려 해도 보상비가 크게 늘어 사회 전체가 그 비용을 떠안게 된다.”

― 그럼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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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중층고밀 주택이 해법이다. 필지 6개, 8개, 10개를 묶어 7~12층 정도로 높여주고, 그 대신 용적률 인센티브를 과감하게 주는 거다. 아무 데나 해주자는 건 아니다. 2·4 대책 때 제가 만든 게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이다. 이름이 복잡하다고 오세훈 시장이 ‘모아타운’으로 바꿨다. 제가 재직할 때 만든 제도의 서울형이다. 한 구역 안에 새집도 헌집도 있고, 가로주택정비사업, 소규모재건축, 자율주택정비사업을 제각각 점 단위로 개발하면 기반시설 확보가 안 된다. 그래서 구역을 정해 종합계획을 세우고, 인프라를 깔고 비용을 줄여주는 대신 개별 사업에는 용적률 인센티브와 용도지역 변경 혜택을 주자는 거였다. 제가 핵심으로 둔 건, 매도청구권밖에 없던 가로주택정비사업에는 수용권까지 부여하고, 100% 동의가 필요하던 자율주택정비사업에 매도청구권을 허용하자는 거였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걸 모아타운이라 이름 붙이고 개별 사업 단위를 ‘모아주택’이라 부르면서 노후도 요건을 낮춰주는 등 규제를 풀어줬다. 사람들은 반겼다. 하지만 원래 취지는 구역을 정해 계획하라는 거였는데 그게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다. 그래서 개별 사업만 하나씩 늘어나고 있다. 당초 제도 도입의 취지를 다시 살리면 좋겠는데 걱정이다.”

― 중층고밀의 용적률은 어느 정도로 보나?

“구역을 정해 용적률을 350%까지 줘도 된다고 본다. 지금 정비사업은 최대 250% 정도까지밖에 못 간다. 350%를 주려면 여러 규정에 걸린다. 일조권, 건폐율, 채광 이격거리(창문이 난 쪽은 건물 높이만큼 띄워야 하는 규정), 주차장 기준 같은 걸 예외적으로 풀어줘야 한다. 이걸 다 지키면 용적률을 아무리 줘도 250%도 다 찾아 먹을 수 없다. 대신 350%가 되면 이익이 너무 많이 생기니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은 내놓게 하자. 그걸로 공공기숙사나 민간기숙사를 짓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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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세대 집주인은 자기 집 한 층에 살면서 나머지를 전월세로 주고 그 수입으로 산다. 재개발한다고 철거하고 아파트 한 채 주면 월세 수입이 없어진다. 이런 분들에게 도시형생활주택이나 민간기숙사를 두세 개 주면 월세 수입이 유지된다. 이런 방식이면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아직 이런 모델이 없다. 지금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도심 블록형 주택’을 준비한다는데, 지주공동사업 방식, 즉 집주인끼리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공공이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규제 완화가 결합돼야 한다. 그러면 분담금 때문에 재정착이 어려운 재개발 사업의 해법이 될 수 있다.”

― 그런 유형의 주택을 ‘중간형 주택’이라 부를 수 있을텐데 이런 유형이 왜 필요한가?

“지금처럼 가면 서울엔 잘사는 사람만 살기 편하고 못사는 사람은 살 집이 없어지는 이상한 도시가 된다. 공존할 수 있는 주택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제도로는 안 된다. 오세훈 시장처럼 대규모 단지형 아파트로만 정비하면 서울엔 평당 6천만~7천만원짜리 아파트에 임대주택 15%만 들어선다. 반면, 지금처럼 다세대·다가구를 지으면 이 주택은 열등재가 된다. 사람들이 만족할 수 없다. 모든 주택이 다 아파트가 될 때까지 재개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지금처럼 양극화된 두 유형만 두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중간형 주택이 필요하다. 다른 분들은 ‘중층중밀’이라고도 하는데, 상업지역 용적률 700%에 견주면 중밀이지만 주택 기준으로 350%면 고밀이다. 중층고밀 주택을 새 유형으로 만들면 공급 호수가 늘고, 분담금이 없어지니 원주민 재정착률이 높아진다. 서울의 새로운 주택 유형이 될 수 있다.”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세종대 교수)이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 집현관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세종대 교수)이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 집현관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 오세훈 시장은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박원순 시장 시절 정비구역 해제로 26만호 공급 기회가 사라졌다고 비판한다.

“오 시장은 2006년 취임했고, 2008년에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 자문위원회를 만들었다. 저도 위원이었다. 이명박 시장이 2002년 시작한 뉴타운이 서울 전역에서 26개 지구에 8개 균형발전촉진지구까지 어마어마한 물량으로 진행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이렇게 전격적으로 하면 부작용이 있겠다는 걸 오 시장도 알았던 거다. 비교적 진보 성향인 하성규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고 이창무 교수, 김현아 전 의원, 시민단체 인사들도 참여했다. 그때 도시형생활주택 같은 제도가 처음으로 제안되었다. 재개발 물량과 속도가 과도하면 부작용이 있다, 새로 짓는 주택이 현 거주자 요구소득으로 따져 3배를 넘는 비싼 주택이다, 그러니 속도 조절과 엄격한 정비구역 지정 기준이 필요하고 다양한 주택 유형, 소형 주택, 소규모 단지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2009년 1월에 자문위원회의 발전방안이 발표되었고, 오 시장도 인터뷰에서 이런 식의 재개발은 문제가 있다고 여러 번 말했다.

그래서 2010년에 뉴타운 출구 논의가 일어났고, 2011년 말 도시정비법과 도시재정비촉진법의 개정을 통해 해제 조항이 신설되면서 출구전략이 본격화했다. 박원순 시장은 그 직전인 10월 말에 취임한 거다. 박 시장이 출구전략을 만든 게 아니라 법이 먼저 바뀌고 서울형 출구전략이 만들어진 거다. 오 시장이 계속 있었어도 출구전략을 할 수밖에 없던 시기였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있었고 2012년엔 유럽 재정위기가 있었다. 사업성이 너무 나쁘고 부작용이 많아 뉴타운 사업이 다 멈춰 섰다. 그래서 뉴타운 출구전략에서는 사업성이 있으면 계속 추진하고, 없으면 해제하고, 오도 가도 못하는 곳은 주민 투표로 결정한 거다. 요즘 박 시장 때 뉴타운 해제 때문에 26만호를 못 짓게 되었다고 하는 게 실상은 그렇다. 오 시장이 그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 정치적 프레임으로 비판하는 거다.”

― 지금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고 보나?

“그때와 똑같다고 본다. 지금 오 시장이 하는 것처럼 밀어붙여 수천, 수만 세대가 동시에 개발되면 세입자들이 갈 데가 없게 된다. 그러면 전세가 다 오른다. 그때도 뉴타운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세가 올라 출구 논의가 나온 거다. 지금도 그게 그대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재개발을 하면 서울 바깥 신도시와 이주 대책을 연계해 일부는 신도시로 옮길 수 있게 하고, 서울 전체 정비사업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기존 주택 멸실을 최소화하고 원주민 재정착률을 높일 수 있게 저렴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 도심 재개발 재건축이 진행된다 해도 이것이 집값을 부추기고 원주민과 세입자들을 내쫓는 악순환이 반복되는데 어떻게 풀어야 하나?

“지금 재개발 구조는 비싼 주택을 만드는 카르텔로 형성돼 있다. 정비사업 시공 현황은 사실상 과점 상태다. 대형 건설사가 사업수주와 자금조달에서 유리하고 주택은 다 브랜드화돼 있다. 대형사여야 책임준공, 대출보증이 되니 금융이 들어오고, 대형사가 없는 곳엔 금융이 아예 안 들어온다. 오피스텔이나 다세대주택은 금리가 13~14%여도 사업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돈을 못 구하니 개발사업을 못 한다. 그나마 엘에이치 매입임대주택은 땅만 확보하면 나머지 비용을 조달해주니 이 사업을 많이 하게 되는 거다.

조합 임원들의 인센티브도 너무 크다. 반포의 한 재건축 조합장이 고가 펜트하우스를 받아 논란이 되지 않았나? 조합 대표나 임원의 인센티브가 이렇게 크니 비싼 주택을 만드는 데 쉽게 합의하는 것같다. 짬짜미가 돼서 어마어마하게 비싼 주택을 짓고, 지하 3층까지 파서 한 집에 차 3대씩 대는 고급 주차장을 만든다. 그러니 원래 주민들은 못 들어가고 팔고 떠나게 된다.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는 거다. 재개발만 많이 하면 집값이 안정된다는 건 환상이다. 철저하게 상품화된 주택을 만들어내는 거다.

조합 임원이 100억원, 20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가져가는 건 막아야 한다. 그리고 정비사업 전체에서 시세 대비 일정 수준 이하인 저렴주택을 몇% 이상 의무적으로 공급하게 해야 한다. 잉글랜드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개발사업에 대해 ‘부담 가능한 주택’(Affordable Housing) 공급을 의무화했고, 프랑스도 25% 이상의 사회주택을 확보하도록 의무화해서 주택개발사업에서 사회주택을 의무적으로 공급한다. 우리는 재건축사업엔 임대주택 의무가 없다. 재개발사업만 15%의 임대주택 공급의무가 있다. 재건축사업은 늘어난 초과용적률의 50%를 임대주택으로 짓게 돼 있지만, 증가된 용적률을 선택할지는 사업자의 선택이다. 서울시 재개발사업도 임대주택 의무공급비율이 15%밖에 안 되니 세입자를 수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은 어떻게 보나?

“오 시장의 핵심적인 주택정책은 모아타운과 신속통합기획인데, 신통기획은 정비구역 지정 전까지에만 집중한다. 기획 단계에서 5년 걸릴 절차를 2년으로 줄이겠다는 거다. 실제로 그만큼 빨리 진행되지도 않았지만, 구역 지정 이후엔 여전히 조합이나 신탁사가 사업을 주도하기 때문에 기존 정비사업의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토지 등 소유자로 구성된 주민단체에 불과한데 공법인 성격을 준 게 정비조합이다. 그런데 공익을 실현하기보다 사익을 추구하는 단체에 불과하고, 전문성이 부족하니 정비업체나 설계사무소, 시공사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고 그 결과 고가주택 건축에 쉽게 동의한다. 그렇게 이익 카르텔이 만들어진다. 정부가 나서서 저렴주택을 일정 부분 짓게 하고 고비용 구조를 줄여야 한다. 주차장도 한 집에 3대씩 과도하게 짓는데,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한 집에 차가 3대씩 있을 이유도 별로 없다. 정비사업을 빨리 많이 추진하면 된다는 데 역점을 둘 것이 아니라 저렴주택을 어떻게 공급할지에 최우선 초점을 맞춰 새로운 정비모형을 만들어야 한다.”

― 이재명 정부의 도심 정비사업 정책은 어떻게 보나? 8·13 대책에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이 들어갔다.

“공공재개발사업과 도심공공주택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민간정비사업에 대해서는 8·13 대책에서 정비사업 공공기여 임대주택 인수가격을 기본형건축비의 80%에서 100%로 올리겠다고 한 건 사업성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밖엔 규제를 풀어주고 이주비 대출 등을 완화하는 방안이 포함되었다. 도심 재개발·정비사업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특별한 지원책이 마련되어 민간이 특별하게 반응한 기억은 없다.”

― 이런 구상을 정부·여당에 전하지 않았나?

“특강도 하고 민주당 의원들과 간담회도 했다. 새로운 실행모델이라는 건 내가 열 개, 스무 개를 얘기해도 정책결정자나 집행자가 누군가 ‘그거 되겠다, 한번 해보자’ 하고 시작해야 실행될 수 있다. 중층고밀주택도 몇 년째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다행히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도심블록형 주택이란 이름으로 구상을 하고 있고 국토부와 협의도 한다고 들었다. 새로운 주택 공급 방안으로 설계되어야 하는데 국건위는 주택 공급보다는 새로운 건축모형에 역점을 두기 때문에 대량 주택공급 모델이 될 수 있을지는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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