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화, 기후 재원, 1.5도 초과… ‘이행’ 앞세운 튀르키예 기후총회 쟁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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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리는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기후총회)는 튀르키예와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두 나라가 공동 주관한다. 개최국 튀르키예가 ‘총회 의장’을 맡고, 호주는 ‘협상 의장’을 맡는다. 의장단은 이번 총회에서 ‘이행’(implement)을 강조하고 있다. 기후변화협약이 수십년 동안 약속·선언한 것들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담겼다. 다만 파리협정 10주년이던 지난해 브라질 기후총회(COP30) 역시 같은 취지로 ‘행동’을 강조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바 있다.
해마다 기후총회에선 의장단이 주도하는 새로운 선언이 나온다. 올해 의장단이 앞세운 주제는 ‘전력화 35’, 곧 전세계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 23%에서 2035년 35%로 확대하자(35×35)는 제안이다. 난방(건물), 교통, 산업 등의 부문에서 화석연료를 태워 얻던 에너지를 전기로 바꿔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효율도 높인다는 취지다. ‘재생에너지 3배 증대’, ‘에너지 효율 2배 향상’,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등 기존 목표들을 보완하고 견인한다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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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서는 생산 단계에서 화석연료가 재생에너지로 전환되지 않는 한 소비 단계의 전력화는 그 자체로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2023년 아랍에미리트 기후총회(COP28)에서 결정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은 산유국들의 반대로 아직도 구체적 이행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이 과제를 의제화하는 데 실패한 브라질 기후총회를 계기로 국제사회에 ‘탈화석연료’를 압박하기 위해 콜롬비아 주도로 만들어진 ‘자발적 연합’이 올해 어떤 목소리를 낼지도 주목된다.

기후총회의 변치 않는 핵심은 ‘기후 재원’이다. 올해 수천명이 목숨을 잃은 네팔 대홍수의 여파로, 이를 요구하는 개발도상국의 목소리가 특히 거셀 전망이다. 지난달 피지에서 열린 사전 기후총회(pre-COP)에서 태평양 섬나라들은 “파리협정 이후 국제사회가 태평양 섬 나라들에게 약속한 160억달러의 기후 재원 중 50억달러 이상이 실제로 지급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기후 재원 상당 부분이 선진국이 직접 책임지는 공공 자금이 아닌, 사실상 민간의 자발적 대출로 이뤄지는 것이 근본적 문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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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아제르바이잔 기후총회(COP29)에서 당사국들은 2035년까지 개발도상국에 제공할 전체 기후 재원을 연간 1조3천억달러(이중 선진국 직접 분담은 3천억달러) 규모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단계별 실행 계획, 공공 자금과 민간 자금의 비중, 완화·적응·손실과 피해 사이 배분 등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지난해 브라질 기후총회에서는 파리협정의 ‘선진국의 재정 지원 의무’(9조1항) 이행을 촉구하기 위한 ‘기후 재원 작업 프로그램’(CFWP)을 만들었는데, 역시 뚜렷한 합의가 없는 불완전한 타협안에 그쳤다. 올해 기후총회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기후총회는 유엔이 ‘1.5도 초과(오버슈트) 불가피’를 공식화한 뒤 열리는 첫 총회이기도 하다. 그간 기후변화협약은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2도 오르는 것을 최대한 막는다’는 목표로 움직여왔는데, 이젠 ‘일정 기간 1.5도 초과 상황이 불가피하다’는 전제가 생긴 것이다. ‘1.5도 초과’가 길어질수록 지역사회, 생태계, 경제는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된다. 이는 완화·적응·손실과 피해 등 모든 기후행동도 그만큼 더 강한 강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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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산업의 급성장을 반영해 의장단이 내놓은 ‘에이아이(AI) 서약’도 주목할 만하다. 개막을 앞두고 공개된 서약서를 보면, 의장단은 인공지능 모델을 설계하고 하드웨어를 구축할 때 지속가능성·저탄소·청정에너지 등의 원칙을 적용하고, 환경·기후 영향의 투명한 측정과 공개, 전지구 기후 목표와의 연계 등을 행동 지침으로 제안했다. 자발적인 약속 수준이지만, 앞으로 에너지 소비를 이전과 다른 수준으로 폭증시킬 산업을 콕 집어 대상으로 삼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인공지능 산업을 떠받치는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확장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2030년까지 전세계 전력 수요 증가분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파리협정에 이어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적극적인 ‘반기후’ 정책을 벌여온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기후총회를 앞두고 최근 중간선거에서 대패한 것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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