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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November 6, 2026

선거 결과에 2800조원 증발, 당선 소식엔 사상 최고치…정치가 시장을 흔들 때 [이윤정 기자의 소소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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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주식 거래를 하고 있다. 이날 다우지수는 1800포인트 이상 급락하고 나스닥지수는 조정장에 진입했다. UPI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주식 거래를 하고 있다. 이날 다우지수는 1800포인트 이상 급락하고 나스닥지수는 조정장에 진입했다. UPI연합뉴스

정치 뉴스는 때로 실적 발표보다 무섭다.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세금, 규제, 무역정책 등이 달라지고, 정부의 한마디가 특정 산업의 미래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주가지수 선물이 수백 포인트씩 떨어지는가 하면, 당선인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한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오르기도 하고, 예상과 다른 정책이 발표되면 순식간에 투자심리가 얼어붙는다.

정치가 주식시장을 흔든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 국민투표, 무역정책 변화 등 굵직한 정치적 사건이 시장의 방향을 바꾼 순간은 여러 차례 있었다. 다만 정치 이벤트가 언제나 증시 폭락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같은 선거 결과를 두고도 투자자들이 어떤 정책을 예상하느냐에 따라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2016년 미국 대선은 정치 뉴스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얼마나 빠르게 뒤집힐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자 개표가 진행되던 밤 뉴욕증시 선물은 급락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선물은 한때 800포인트 넘게 떨어졌고, S&P500과 나스닥100 선물은 낙폭이 커지면서 거래가 일시적으로 제한됐다. 시장은 트럼프의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과 보호무역 기조를 우려했다.

그러나 정규장이 열리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4%, S&P500과 나스닥지수는 각각 1.1% 상승했다. 감세와 금융 규제 완화, 인프라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가 불확실성을 밀어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이후 당시 금융시장 움직임을 분석하면서 개표 중 급락했던 주가지수 선물과 국채 수익률이 당선 확정 뒤 빠르게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이라는 같은 결과를 두고 시장이 몇 시간 만에 다른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같은 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하는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정반대의 충격을 안겼다. 영국이 EU에 남을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탈퇴가 결정되자 글로벌 증시는 급락했다. 로이터통신은 투표 결과가 알려진 직후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약 2조800억달러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2026년 11월 초 환율로 환산하면 약 2800조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S&P500지수는 하루 동안 3.6%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7.9% 떨어졌다. 영국 FTSE100지수도 장중 한때 9% 가까이 급락했다. 파운드화 가치는 31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2000년 미국 대선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시장을 압박한 사례로 꼽힌다.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 후보가 맞붙은 대선에서 플로리다주 개표 결과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면서 당선자가 한동안 확정되지 않았다. 재검표와 법적 공방이 이어졌고, 연방대법원이 부시 후보의 승리를 사실상 확정한 것은 선거일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12월 12일이었다. JP모건자산운용은 선거일부터 대법원 판결까지 S&P500지수가 4.2%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당시에는 닷컴 버블 붕괴도 진행 중이었던 만큼 주가 하락 충격은 더 컸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대선 승리 다음 날에도 미국 증시는 크게 떨어졌다. 11월 5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S&P500, 나스닥지수는 모두 5% 넘게 하락했다. 하지만 이때는 선거 결과보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이어진 금융위기와 세계 경기침체 우려가 시장을 짓누르던 시기였다.

2020년 대선에서는 개표가 끝나기도 전에 증시가 강세를 보였다. 조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이 접전을 벌이며 승자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선이 포함된 주간 S&P500지수는 7.3% 상승했고 다우지수도 6.9% 올랐다. 나스닥100지수는 9% 넘게 뛰었다. 시장에서는 민주당이 백악관을 차지하더라도 공화당이 상원을 지킬 가능성이 커지면서 바이든 후보가 공약한 증세와 규제 강화가 의회에서 제약될 수 있다는 기대가 퍼졌다.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장악하는 ‘블루 웨이브’가 실현되지 않은 점이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고 분석했다.

가장 최근의 대표적인 상승 사례는 2024년 트럼프의 재집권이다. 11월 6일 당선 소식이 전해진 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3.57%, S&P500은 2.53%, 나스닥은 2.95% 올랐다. 특히 규제 완화와 감세의 수혜가 예상된 은행주가 강세를 보였다. S&P500 은행지수는 하루 만에 10.68% 급등했다. 테슬라도 14.75% 뛰었다. 반면 재생에너지 관련주는 하락했다. 같은 선거 결과가 어떤 기업에는 호재였지만 다른 기업에는 악재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선거철에는 주식을 팔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답일까. 과거 통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미국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가 1992년 이후 대통령 선거 전후의 주가와 변동성을 분석한 결과, 선거 기간 주가가 일관되게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패턴은 나타나지 않았다. 선거 전후 주가 흐름은 절반씩 상승과 하락으로 갈렸지만, 변동성은 선거가 끝난 뒤 낮아지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뚜렷했다. JP모건자산운용도 “선거가 끝나면 결과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돼 투자자들이 다시 경제와 기업 실적 등 기초 여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5일(현지시간) 사설에서 “지금이 금융 위험 재평가의 또 다른 고통스러운 단계일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이익을 실현하고 현금을 조달해 새로운 정치적·경제적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매도하면서 시장에 새로운 수준의 유동성 스트레스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짚었다. 다만 “기술주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 상황이 시장의 공황을 부추기는 경고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면서 “기술주를 비롯한 주식시장 조정이 장기화하면 소비 지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워싱턴은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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