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A 현장]⑤ 제노사이드 비극 이겨낸 르완다 여성들…냐미람보의 기적

냐미람보 여성센터 대표 "재봉·문해 교육으로 젠더 폭력 사각지대 해소"
코이카 봉사단, 의류 기술 전수·도서관 지원 등 주민 주도형 자립 '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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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갈리=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우무게니 마리 에메 냐미람보 여성센터(NWC) 대표가 지난 8월 28일(현지시간) 르완다 키갈리 NWC 본점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센터의 활동과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2026.10.13 raphael@yna.co.kr
(키갈리[르완다]=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1994년 약 80만∼100만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진 참혹한 제노사이드(집단학살)는 르완다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잿더미가 된 절망의 땅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살아남은 여성들의 강인한 연대였다.
과거의 비극을 이겨내고 오늘날 아프리카 최고 수준의 양성평등을 실현하며 가파른 경제 성장을 이어가는 르완다에는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자립의 씨앗을 뿌린 풀뿌리 공동체가 있다.
수도 키갈리의 대표적인 저소득층 거주지 냐미람보에 위치한 '냐미람보 여성센터'(NWC)는 젠더기반폭력(GBV)과 불평등의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 여성들의 자립을 이끌어온 상징적인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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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갈리=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8월 28일(현지시간) 냐미람보 여성센터 내 마련된 강의실 전경.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지역 여성들은 칠판과 재봉틀이 놓인 이곳에 모여 문해 교육과 재봉 기술 등 자립을 위한 기초를 다진다. 2026.10.13 raphael@yna.co.kr
◇ "글자 모르는 18명 모여 시작"…재봉틀이 가져온 경제적 독립
우무게니 마리 에메(43) NMC 대표는 지난 8월 28일(현지시간) 키갈리 본점에서 취재진과 만나 "2007년 글자도 모르는 여성 18명이 모여 시작했다.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자는 작은 마음이 오늘의 냐미람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찾은 센터는 단순한 교육 시설 그 이상이었다. 정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던 여성들은 이곳에서 키냐르완다어 문해(읽기·쓰기) 교육부터 시작해 재봉, 헤어 미용 등 생존과 직결된 기술을 익힌다.
에메 대표는 "르완다 여성들이 완전한 경제적·사회적 독립 지위를 갖추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유일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기술을 익힌 여성들이 일할 수 있도록 만든 터전이 바로 '우무티마 협동조합'이다. 아프리카 전통의 화려한 키텡게 천을 엮어 가방과 의류, 인형을 만들어 판매한다.
처음엔 재봉틀 몇 대만 두고 여성 12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55명의 조합원을 둔 조직으로 성장했다. 본점 외에 키미후루라 지역에도 매장을 열어 판로를 넓혔다.
조합의 수익 구조는 철저히 공정하고 합리적이다. 자신이 제작한 수공예품의 양과 질에 따라 정당한 월급을 받고, 매장 판매 순수익을 결산해 일정 비율의 재투자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를 전 조합원이 균일하게 나눈다.
에매 대표는 "여성들이 스스로 돈을 가치 있게 벌고 가정을 꾸려나가면서 가정 내 지위와 자존감도 완전히 달라졌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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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갈리=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8월 28일(현지시간) 냐미람보 여성센터에서 기술을 익힌 여성들이 '우무티마 협동조합' 작업장에 모여 재봉틀로 수공예품을 만들고 있다. 2026.10.13 raphael@yna.co.kr
◇ 동네 골목이 관광 코스로…수익금으로 취약 계층 '무료 교육'
NWC가 거둔 자생력의 비결은 2010년 도입한 '커뮤니티 기반 관광 비즈니스'다. 초기에는 슬로베니아 등 외부 지원에 의존하기도 했으나, 진정한 의미의 독립을 위해 2010년부터 커뮤니티 기반 관광 사업을 도입했다.
전 세계 여행자들은 현지 가이드와 함께 활기찬 냐미람보 골목과 로컬 시장을 걷고, 미용실에서 전통 머리 땋기를 체험하며, 현지 가정집에 들러 우갈리와 카사바 등 르완다 가정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
생생한 지역 문화를 엮어낸 이 활동은 글로벌 여행 플랫폼에서 높은 평점을 받으며 키갈리의 필수 관광 코스로 자리 잡았다. 수익금 전액은 가장 취약한 지역 여성들에게 헤어 미용 및 재봉 교실을 무료로 제공하는 재원으로 쓰인다.
에메 대표는 "수익을 내기 위해 센터를 찾는 분들도 있지만, 배움의 기회를 놓쳐 지식을 얻으러 오는 분들이 더 많다"며 "가장 취약하고 도움이 절실한 여성들이 우선으로 혜택을 받도록 교육은 전액 무료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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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갈리=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8월 28일(현지시간) 냐미람보 여성센터 매장에 진열된 가방, 모자, 의류 등 수공예품. 2026.10.13 raphael@yna.co.kr
◇ 코이카 기술 전수로 자생력 '날개'…주민 주도 자립 생태계 완성
NWC의 자립 모델에는 한국의 손길도 든든한 디딤돌이 됐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은 일회성 물자 지원을 넘어 현장에 가장 필요한 기술과 사람을 보냈고, 실질적인 판로를 지원했다.
2017~2020년 파견된 프로젝트봉사단은 동네 아이들의 쉼터인 센터 도서관 운영을 도왔고, 웹사이트 콘텐츠 제작과 멀티미디어 홍보 활동을 펼치며 센터 여성들의 자립 성과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렸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2022년 센터 여성들이 제작한 마스크를 대량 주문해 현지 초등학교에 전달하는 봉사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에코백과 수공예품을 지속해서 구매하며 든든한 판로 역할을 했다.
아울러 코이카는 신임 봉사단원 현지 적응 교육 프로그램에 센터의 '냐미람보 도보 투어'와 '쿠킹 클래스'를 연계해 단원들의 현지 문화 이해를 돕는 동시에 센터의 추가적인 관광 수익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센터의 시선은 성인 여성에만 머물지 않는다. 해외 방문객들의 따뜻한 도서 기부로 채워진 센터 도서관은 거리로 방치될 위기에 놓인 아이들을 모아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안전하게 보호하는 요람 역할을 하고 있다.
에메 대표는 "향후 어머니들이 안심하고 직업 훈련에 몰두할 수 있도록 공식 어린이집을 확충하고자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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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갈리=연합뉴스)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프로젝트봉사단원들이 현지 문화 이해와 투어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냐미람보 여성센터로 들어서고 있다. 코이카는 물자 지원을 넘어 단원들의 도보 투어 연계, 마스크 대량 주문 등 실질적인 판로 역할을 하며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줬다. [코이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수강생 창업 이어 글로벌 수출 꿈꿔…"5년 내 자체 센터 건립"
센터를 거쳐 간 이들의 성공담도 속속 나오고 있다.
문해 교육과 헤어 드레싱 교육을 수료한 남성 수강생이 나오는가 하면, 센터에서 기술을 배워 자신만의 미용실을 창업해 지역 사회에서 당당한 경제 주체로 살아가는 여성들도 다수 배출됐다.
에메 대표는 "매달 지출되는 막대한 임대료 부담에서 벗어나, 모금과 자체 수익을 통해 5년 이내에 자체 트레이닝 센터 건물을 짓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소개했다.
또 "기존 투어리즘과 수공예를 넘어 목공, 패션 디자인 등 전문 기술 교육을 도입하고자 한다"며 "온라인 판매망을 본격 구축해 르완다 여성들이 만든 제품을 전 세계로 수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순 물자 지원 등 일회성 원조에 그치지 않고 '문해 교육-기술 습득-협동조합 일자리-관광 수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일궈낸 NWC의 사례는 'K-ODA'와 현지 주민의 주체적인 열정이 시너지를 낸 모범적 결합으로 평가받는다.
외부 의존에서 벗어나 스스로 삶의 주권과 경제적 자유를 되찾는 냐미람보 여성들의 당찬 발걸음은, 지속 가능한 국제개발협력의 미래 지향점을 보여준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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