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는 사상 최고치인데 코스피는 왜 7000에서 번번이 미끄러지나

미국 뉴욕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지만 코스피는 좀처럼 7000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일(현지 시각) 미국 S&P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58% 오른 7818.95, 나스닥지수는 0.45% 상승한 2만7599.79에 마감했다. 두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다. 반면, 한국 증시는 정반대다. 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89% 떨어진 6941.39에 마감했다. 7일도 0.83% 하락한 6883.51로 시작했다. 미국 증시는 매일 최고치를 쓰는데 코스피는 왜 7000 박스권에서 헤매는 것일까.
◇외국인이 떠났다
가장 큰 차이는 수급이다. 미국 증시에는 AI 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자금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지난달 30일까지 일주일 동안 미국 주식형 펀드에는 206억달러(약 29조원)가 순유입됐다. 이 가운데 대형주 펀드에만 193억달러가 몰렸다.
반면 한국에서는 외국인이 빠져나가고 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종가 기준으로 6월 22일 전고점 대비 23% 하락한 상황”이라며 “펀더멘털 요인보다는 지난 6월 이후 약세장에 개인 투자자들이 상당수 손실 구간에 위치해 투자 심리가 훼손되었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9~10월 코스피에서 21조6000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대해 각각 5조2000억원, 12조원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최근 10년래 최저 수준이고, SK하이닉스의 외국인 지분율도 GPT-3.5 출시 이후 2023년부터 시작된 AI 강세장 이전 수준까지 되돌아갔다. 코스피가 7000을 넘으려면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외국인이 다시 사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모리 주가에 대한 불신
AI주 안에서도 시장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엔비디아가 6조달러에 가까운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마벨과 AMD 등 AI 반도체 기업들이 상승하고 있다. AI 투자가 실제 매출과 이익 증가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S&P500 기업들의 전체 이익은 전년보다 약 3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국 증시의 핵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성장’과 함께 ‘메모리 사이클’이라는 변수를 안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올해 HBM과 메모리 가격 상승 기대를 타고 크게 올랐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메모리 호황이 언제 정점을 찍을 것인가”에 대한 경계가 다시 나오고 있다. 나스닥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6일에도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는 6.39% 하락했다. 메모리 관련주를 담은 라운드힐 메모리 ETF도 3.49% 하락했다. 7일 국내 증시에서도 SK하이닉스는 1.86%, 삼성전자도 0.18% 하락 출발했다.
올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메모리 업체들은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메모리 가격 상승 기대를 타고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제 투자자들은 현재 높은 메모리 가격과 이익 증가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를 따지기 시작했다. 배런스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2027년 중반쯤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데이터센터의 전력 부족이라는 새로운 변수도 등장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2028년까지 필요한 전력의 34%, 약 32기가와트(GW)를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그러면서 데이터센터 건설이 전력 부족으로 미뤄질 경우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은 비교적 충격을 덜 받지만 메모리·광통신·전력관리·아날로그 반도체 업체는 주문 연기나 취소, 재고 증가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한 데이터센터가 늦어져도 부족한 GPU를 전력이 확보된 다른 데이터센터에 돌려팔 수 있지만, 주변 부품 업체는 특정 프로젝트가 연기되면 납품 일정 자체가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코스피는 7000 박스권을 벗어날 수 있을까. 증권가에서는 아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첫 시험대는 삼성전자 실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8일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의 실적 가시성이 높아질 경우 외국인의 순매수 복귀를 촉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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