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에 AI···카페 점령한 ‘딸깍 음악’, 저작권 논의는 꾸물꾸물
유튜브에 업로드된 AI 음악 플레이리스트. 유튜브 갈무리
최근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울려 퍼지는 인공지능(AI) 음악 때문에 불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었다. 묘하게 반복되는 멜로디에 비슷비슷한 가사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음악이 어딘가 듣기 거북하다는 것이다. ‘샤잠’ 같은 음악 검색 앱으로는 찾을 수 없는 곳들은 ‘수노’ 같은 생성형 AI로 값싸게 찍어낸 곡들이다. 간단한 명령어 몇 줄로 몇백, 몇천 곡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AI 음원들은 유튜브 등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음원 저작권료 지불을 피하기 위해 AI 음원 재생을 택하는 매장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생성형 AI로 제작한 음원 사용이 확산되면서 AI 사용 음원에 대한 저작권 규정 마련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관련 정책은 표류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는 지난 7월 ‘AI를 활용해 제작한 음원 저작권 신탁을 받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며 문화예술계 최초로 AI 이용 창작물에 저작권을 인정하는 규정을 마련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일부 국회의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를 유보하도록 하면서 시행 22일 만인 지난 4일 이를 철회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공지된 AI(인공지능) 활용 음악 저작물 신고·등록 기준 철회 안내. 음저협 홈페이지 캡처
음원 전문 생성형 AI ‘수노’ 홈페이지.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음저협은 문체부 산하의 신탁단체로 음원 저작권에 대한 권리를 위임받아 사용료 징수와 배분 등을 담당한다. 한국은 저작권에 ‘무방식주의’를 택해, 음악과 같은 창작물은 어딘가에 등록하거나 공개되지 않더라도 제작과 동시에 저작권이 생긴다. 다만 이 창작물의 사용료를 개인이 징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수익화 과정’을 협회에 신탁하게 된다. 협회 등록이 가능해지는 것이 곧 AI 창작물에 저작권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을 비롯한 미술·출판계 등에도 AI 활용에 대한 기준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음저협의 방안은 일종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음저협이 AI 음원에 대한 규정을 마련한 것은 관련 규정이 공백인 상태에서 이미 AI를 활용한 음악이 협회에 등록되는 현실 때문이다. 감사원의 AI 대응 실태 점검 과정에서 음저협에 등록된 음원 가운데 생성형 AI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확인됐고, 문체부는 음저협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음저협 측은 10일 경향신문에 AI 음원 신탁 규정 마련이 “100% AI 제작 음원을 걸러내려는 방편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음원을 방치하기보다 AI 사용 여부를 밝히고 등록하게 하자는 구상이었다”며 “보조 도구로서 AI 사용을 허용한 것이었는데 AI 사용을 전면 허용하는 것으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음저협이 지난달 4일 시행에 들어간 ‘음악저작물 신고·등록에 관한 규정’과 ‘음악저작권 신탁계약약관’에는 인간 창작자가 작사·작곡·편곡 과정에 실질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한 경우, 인간이 창작한 부분에 한해 AI 음악도 신탁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음저협 측은 “여기서 ‘주도적’이라는 것은 최소 50% 이상 인간의 창작 개입을 상정하고 있다”며 “현행 저작권법은 인간만을 저작권의 주체로 상정하고 있어서 보조도구의 역할로 제한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 기술로는 AI의 사용 정도를 완벽하게 구분할 수 없어 신고자의 양심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인간의 개입’을 어떻게 판단할지가 논의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음저협은 이번 개정안에서 일명 ‘딸깍’이라고 부르는 100% AI 제작 음원의 등록을 막기 위해 등록을 허위로 작성했을 경우 최대 3배에 달하는 위약벌 조항을 넣기도 했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AI 음악 플레이리스트. 유튜브 갈무리
유튜브에 업로드된 AI 음악 플레이리스트. 유튜브 갈무리
하지만 시행 일주일이 되지 않은 지난달 10일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동을 걸고 나섰다. 김 의원은 “AI 음악의 저작권 문제에 대해 어떠한 사회적 합의도, 입법적 결론도 내려진 바 없다”며 음저협이 자체 규정을 통해 AI 음악의 관리 기준을 먼저 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AI 음원 신탁 규정이 꼭 저작권법 개정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음저협의 개정안은 인간만을 상정한 기존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체부 산하 신탁단체로서 신탁의 범위와 수수료율 등을 정하는 데 있어 문체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논란이 커지자 문체부는 지난달 18일 음저협에 공문을 통해 문화예술계 전반의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하며 이를 유보토록 했다. 문체부 측은 “AI 음원 규정에 대해 시정 권고를 한 것은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음원의 경우 음원 플랫폼 사업자, 방송, OTT 등 이해관계자가 많은 만큼 의견수렴과 공론화가 중요하다”며 “추후 음저협과 함께 논의 과정을 거쳐 다시 개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생성형 AI 창작물의 권리를 무조건 막기보다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개입한 부분에 한해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고 있다. 음저협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신탁단체인 미국의 ASCAP, BMI, 캐나다의 SOCAN 등은 AI를 활용해 반주나 화성 구조를 추출했더라도 사람이 멜로디를 얹거나 가사를 쓰는 등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있는 경우 신탁 등록이 가능하다. 음악 생성 AI에 명령어(프롬프트)만 입력하는 경우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음저협 측은 “현재 학계 의견을 수렴하고 협회 회원을 포함한 각 분야 창작자들과 논의를 이어나가고 있다”며 “음저협 회원들이 AI 음원 관련 규정이 속히 마련되길 원하는 만큼 앞으로 더 넓은 범위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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