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미리 키워보는 ‘예비입양제’ 도입…찬반 교차속 시범 운영
추석을 나흘 앞둔 지난해 10월2일 호남 최대 규모의 오일장인 전라남도 순천시 풍덕동 아랫장에서 한 시민이 강아지를 태우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김창길 기자
정부가 유기동물의 재유기 및 파양을 막기 위해 입양 전 가정에서 동물을 미리 키워본 뒤 최종 입양 여부를 결정하는 ‘예비입양제’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 신규 입양 희망자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생명을 필요에 따라 일시적으로 사용해 보고 반환하는 물건처럼 다루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을 개정해 ‘예비입양제’를 시범 도입한다고 밝혔다. 예비입양제는 입양을 전제로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 중인 동물을 최대 10일간 집으로 데려와 함께 지내며 성격과 행동, 특성 등을 미리 확인하는 제도다.
입양 희망자가 보호동물의 특성과 가정 내 적응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도록 해 충동적 입양에 따른 재유기를 막겠다는 목적이다. 전국 87개 지자체 직영 동물보호센터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된다.
일부 전문가들과 동물권 단체들 사이에서는 열악한 유기 동물 보호소 실태를 감안할 때 긍정적인 정책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국장은 “현재 보호소는 극심한 과밀화로 입소 동물의 3분의 1 가까이가 자연사할 만큼 환경이 열악하다”며 “입양 문턱을 낮춰 열악한 보호소를 벗어날 기회를 주는 것이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환경보건위원회 등 일부 단체들은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민변은 “새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한 동물이 10일 만에 다시 반환될 경우 불안과 심리적 스트레스를 겪을 수 있다”며 “이는 ‘동물을 마치 물건처럼 써보고 마음에 안 들면 반품하라’는 식의 사회적 인식을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제도 오남용을 막을 안전장치가 마련된 시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전 입양 교육을 이수해야만 예비입양이 가능하고, 상습적인 분실이나 사육 포기 이력 등이 있으면 입양이 거부될 수 있다”며 “신청 자격도 관할 지방자치단체 주민, 연간 3마리 이하로 제한했다”고 밝혔다. 이어 “10일간의 소유권은 보호센터가 갖되 실질적 관리 책임은 예비입양자가 진다”며 “기간을 1~2달로 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강아지가 성견으로 자라 입양 기회를 놓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10일로 결정했다”고 했다.
김현주 부천대 반려동물학과 교수는 “가정 내 예기치 못한 문제 행동 등을 확인한다는 점에서는 실효성이 있다”면서도 “사전 환경 조사나 사후 관리를 담당할 현장 인력 확충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기동물이 발생하는 근본적 이유를 차단하는 대책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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