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국민연금 추납, 진실 혹은 거짓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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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욱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내가 국민연금 추후납부(추납)라는 단어를 처음 들은 건 유학 마치고 한국에서 일하기 시작할 때였다. 유학 전 다니던 직장에서 국민연금을 낸 기록이 있어서 6~7년의 유학 기간, 즉 ‘실직으로 인한 납부유예 기간’ 중 못 낸 보험료를 한꺼번에 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노후에 받을 연금액을 늘리는 좋은 재테크 방안이라고 여기저기서 추천받았지만, 당시 목돈을 낼 여력이 전혀 없어 결국 추납은 포기했다.
요 며칠 국민연금 추납이 새삼 화제가 됐다. ‘한국서 딱 한달 일하고 평생 연금 받는 중국인’ 같은 제목이 언론을 장식했다. 여론이 들끓자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장관이 제도의 빈틈을 고치겠다고 나섰고 ‘외국인 실거주 의무 강화’ 같은 제도 변경이 신속하게 이뤄졌다. 그런데 얼마 뒤 전수조사에서 드러난 실상은 달랐다. 한달만 일하고 출국해 연금을 타 먹는 외국인은 없었다. 정상적인 추납 제도를 이용해 납부유예 기간 119개월의 보험료를 낸 외국인은 세명이고, 그중 실제로 노령연금을 받는 사람은 국내에 머무는 재외동포 단 한명이었다. 추납 제도를 이용한 다른 외국인도 대부분 추납 기간 동안 국내에 실거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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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말대로 설령 일탈하는 사람의 수가 적어도 제도에 빈틈이 있으면 문제다. 그런데 이 빈틈이 유독 외국인에게만 적용되는 건 이상하다. 만약 내가 여유자금이 있어서 귀국 후 추납 제도를 이용했더라도 아무도 나한테 얌체 같다고 말하지 않았을 거다. 납부유예 기간 중 내가 국내에 실거주했는지 따지는 사람도 없었을 거다. 2025년에 추납을 신청한 내국인은 24만명, 외국인은 1500명으로 내국인이 전체의 99.4%를 차지했다. 평균 추납 금액도 내국인이 더 많고 추납 기간도 내국인이 더 길다. 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추납 제도를 이용했다면 수급자의 국적과 무관하게 비난받을 필요 없다.
물론 추납 제도 자체의 부작용이 크거나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된다면 제도 전체를 손봐야 한다. 모두가 기여한 만큼 공평하게 돌려받게 하고, 사각지대를 줄이는 한편, 부정수급은 철저히 단속하면 된다. 어쩌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여 과감하게 보험료를 조정하는 정치적 결단도 필요할 거다. 국민연금뿐 아니라 다른 사회보험 역시 고령화 시대에 맞게 정비해야 하는데, 특정 외국인이 문제라며 실거주 조건 강화 같은 지엽적인 땜질 처방만 내놓아 봤자 행정 부담만 늘고 실효성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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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세간의 오해와 다르게 외국인들은 대부분의 사회보장제도에서 혜택은커녕 불이익을 받는다. 한국의 ‘사회보장기본법’은 수급권의 주체를 ‘국민’으로 규정하여 외국인을 원칙적으로 배제한다. 예컨대 결혼 등으로 국민과 엮이지 않은 외국인은 생계급여나 기초연금, 아동수당을 받지 못한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보험료 납부에 대한 대가로 받는 사회보험은 외국인도 수급 대상이 되는데, 이는 기여한 만큼 돌려받는 것이니 특별한 혜택으로 볼 수 없다. 오히려 외국인은 받는 것보다 더 많이 낸다. 수지 계산이 쉬운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보면, 2024년에 외국인 가입자 대상으로 각각 9594억원, 1321억원씩 흑자를 냈다. 논란의 중국인 역시 건강보험은 55억원, 장기요양보험은 708억원만큼 재정에 보탬이 됐다.
다시 국민연금으로 돌아오면, 국내 취업자 중 외국인 비중이 4% 정도인데 추납 신청자 중에선 0.6%에 불과하다. 고용 중지 상태에서 체류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외국인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비교적 체류가 안정적이면서 이미 장기간 거주해온 재외동포나 결혼이민자 위주로 추납을 신청했을 가능성이 높다. 추납 신청자 중 중국인 비중이 높은 건 그들이 그만큼 오래 우리 곁에 머물면서 사회에 이바지했기 때문이다. 의무를 진 사람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건 잘 정비된 문명사회의 당연한 작동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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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1년 전 유엔 총회에서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내외국인 모두가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삶의 모든 현장에서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이번 추납 논란에 대한 대응을 보며 그 약속이 진심이었는지 의심이 들었다. 단편적 사실을 자극적으로 왜곡해 유통한 언론도 문제지만 기본적인 팩트체크도 없이 성급하게 제도에 손댄 정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앞으로 나아가기도 바쁜 시기다. 뒤로는 가지 말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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