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례안보회의 연기는 잘된 일이다 [정의길의 세계,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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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 국제부 선임기자
3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치러지는 중간선거 이후는 한국의 대미 관계 및 대외정책에서 중대한 전기이다. 미국과 국제사회를 혼돈으로 몰아넣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외 정책은 선거의 결과에 크게 영향받게 된다.
민주당이 승리해도, 트럼프가 선거 결과를 불복하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정책을 오히려 더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 선거 뒤에 이란에 공격을 재개할 것이라는 트럼프의 협박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선거 뒤 이런 상황은 트럼프와 그 정책의 집행력을 크게 잃게 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밀어붙였던 이란 전쟁, 우크라이나 종전, 각국과의 무역·관세 전쟁 등은 올해 하반기 이후 거의 올스톱 상태이다. 각 당사국이 트럼프에게 맞서며, 협상과 타결을 중간선거 이후로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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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트럼프의 공격 재개 협박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 이후 미군의 해상봉쇄 해제 및 동결자산 해제 등 이른바 7대 조건(7일 신뢰구축안)이 관철 안 되면, 협상은 없다고 완강히 버틴다. 러시아는 미국이 중재하는 3자 회담을 수용하면서도 중간선거 직후로 미뤘다. 러시아는 트럼프로부터 경유 수출 등 제재를 부분적으로 완화받으면서도 기존의 종전 조건을 고수한다.
관세 등을 놓고 트럼프와 가장 격렬히 싸우는 캐나다도 트럼프가 부과했던 50% 관세를 철회시킨 뒤 새로운 무역협정 타결을 중간선거 이후로 미뤘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달 19일 무역협상과 관련해 “진전이 있었던 것은 미국이 우리 입장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논의가 “약간, 아주 약간 강화됐으나 캐나다의 협상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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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게 저항하고 압박하면서 일정한 양보를 얻어내고, 중간선거 뒤에는 그의 모순적인 국내외 정책이 힘을 잃는다고 보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도 중간선거 전에 트럼프 행정부의 거센 요구에 비교적 선방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해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이 밝힌 청해부대 작전구역 조정 등을 놓고, 우회 파병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그 정도는 이란 종전 이후 협상으로 미룰 수 있다. 이 대통령의 그 발표 이후 호르무즈 파병에 관한 미국의 요구나, 그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국내의 주장도 잦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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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한국의 알래스카 가스전 건설 500억달러 투자’에도 한국은 공식 합의가 아니라고 공개적으로 반박하며 선을 그었다. 트럼프는 “투자하기 싫다면 그냥 더 부담시키면 된다. 곧 서명하지 않으면 (관세율을) 두배로 올릴 것이라고 전하라”라고 압박했으나, 미국 상무부 쪽도 한국과 그런 합의가 없었음은 인정하고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미국은 지금 해외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면서도 이란 전쟁을 일으켜, 주력 전선이 돼야 할 동아시아에서 전력을 집중하지 못하고 동맹을 규합하지 못하는 대외정책의 착종에 빠져 있다. 일개 현지 사령관에 불과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반도를 중국에 대한 “지정학적 단도”라고 규정하고, 양국 정상이 풀어야 할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을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것 등은 미국이 그만큼 동아시아에서 다급하고 혼선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연말에 개최될 예정이던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의(SCM)가 내년으로 연기됐다. 한국 내에서는 한-미 동맹의 갈등과 약화라고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이 있다. 트럼프의 무리한 요구를 모두 들어주자는 말에 불과하다. ‘전시작전권 이양 연기’나 ‘한반도의 대중국 기지화라는 미국의 전략’을 놓고 한·미가 갈등하면, 연기해서 조정해야 한다. 한국으로서는 오히려 잘된 것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간선거 이후 미뤄진 모든 대외 현안을 놓고, 당사국과 씨름해야 하고 민주당과도 드잡이해야 한다. 카니 총리는 워싱턴이 서명을 때론 “연필로 쓴다”고 경고하고는 트럼프가 새로운 무역협정을 “펜으로 서명할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합의를 하고도 뒤엎는 트럼프의 행태에 계속 싸울 것임을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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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한국도 트럼프의 무리한 요구에 선을 그어놓아야 한다. 특히, 중간선거 이후에 더욱 그렇다. 위기는 기회이다. 중간선거 이후 미국이 안팎에서 전례 없는 혼란을 보일 때가 우리로서는 한-미 관계를 우리의 국력과 이익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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