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우디 요청받아 이란에 ‘후티 반군 자제’ 요청”
왕이 중국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지난 16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과 베이징에서 회담하며 이란과 미국 양측에 공개적으로 자제를 촉구하고 항행의 안전 등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중국 외교부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요청을 받아 이란에 후티 반군의 사우디 공격을 자제시키라고 요청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이 중동 문제에 대한 물밑 개입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휴전 등 실질적 결과를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로이터통신은 17일(현지시간)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홍해 연안과 바브엘데만데브 해협에서 빠르게 진격하며 사우디의 원유 수출 시설 등을 위협하자 사우디가 중국에 도움을 요청했고, 중국은 분쟁이 확산되지 않도록 이란이 후티 반군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요청했다고 이란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왕이 중국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지난 16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과 베이징에서 회담하며 이란과 미국 양측에 공개적으로 자제를 촉구하고 항행의 안전 등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로이터가 전한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이 이란에 비공개로 전한 메시지는 중국 외교부의 공개 입장보다 강경했다. 다만 중국이 이란에 명시적인 위협을 가하거나 후티 반군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경제적으로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신호는 없었다.
이란은 역내 안정과 평화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 종식에 달려 있다는 입장을 중국에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소식통들이 “중국의 요청은 이란의 여러 고려 사항 중 하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이란에 후티 반군에 개입을 요청한 정확한 시점은 전해지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로이터의 사실 확인 요청에 “중국은 지역적 긴장이 예멘과 홍해 지역으로 더 확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지역 불안정의 고조는 어느 쪽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행위를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답했다고 전해졌다. 이란과 사우디 측은 사실 확인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중국은 이란과 전략적 파트너 관계이며 이란의 최대 원유 수출국이다. 동시에 이란과 앙숙 관계인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여러 국가들과도 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은 원유 수입량의 절반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며, 이란보다 나머지 중동 국가들과의 투자·협력 규모가 더욱 크다.
중국은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러시아와 함께 유엔 전문가들의 이란 제재 감시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지난해 이란이 2015년 핵 합의를 어겼다며 제재를 복구하면서 유엔 안보리는 이란 제재 위반을 감시하고 추가 조치를 권고하는 전문가 패널을 복원했다. 중·러의 거부권 행사로 유엔 전문가 패널은 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
왕 부장은 같은 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통화하며 중동 정세 등을 논의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지위와 이란과의 파트너십,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 등을 모두 발휘하는 모양새다.
중국은 중립 행보와 대이란 영향력이 실질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이란이 중국이 원하는 결과대로 행동하지 않았을 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국의 중동 정세 개입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잣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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