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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September 8, 2026

일터의 온도는 늘 폭염보다 높았다…쉴 틈 없는 작업, 쉴 새 없는 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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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속 주르륵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2023년 8월 서울 용산구 당시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노동현장을 위한 폭염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더위 속 주르륵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2023년 8월 서울 용산구 당시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노동현장을 위한 폭염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달궈진 아스팔트 위 환경미화원 체감온도 최고 5.4도 더 높지만 작업 중 얼음조끼 입기도 어렵고 폭염중대경보에도 휴식 못해 40도 극한 폭염 속 “어질어질” 세척기 습한 열기 속 급식조리사 천장 에어컨 가동해도 속수무책 인력 부족한 방학 돌봄 급식 땐 노동 강도 한층 더 높아지기도

올여름은 역대 세 번째로 뜨거운 여름이었다.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더위는 기상청 관측보다 뜨겁다. 아스팔트가 내뿜는 복사열, 기계에서 나오는 열기, 작업장에 가득한 습기, 두꺼운 작업복이 기상청 기록 이상의 고온을 만든다. 종전의 폭염 대책으로는 더운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한국환경연구원은 건설 노동자와 환경미화원, 항만 노동자, 급식조리사, 배달 노동자가 일하는 현장의 열 환경과 건강 위험을 측정하고, 수요자 맞춤형 폭염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리빙랩’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진이 환경미화원과 급식조리사의 폭염 체감도를 측정하고 대책의 효과를 실험하는 현장에 동행했다.

일터의 온도는 늘 폭염보다 높았다…쉴 틈 없는 작업, 쉴 새 없는 땀

물 2ℓ씩 마셔도 화장실 한 번 안 간다

지난달 25일 오전 5시30분. 환경미화원들이 작업 시작 30분 전 전남광주 광산구 생활종합환경센터에 하나둘 나타났다. 반소매 셔츠에 토시를 두르거나 긴소매 셔츠를 입고 그 위에 작업용 조끼를 걸쳤다. 하의는 긴바지, 신발은 안전화였다.

오전 6시5분 센터를 떠나는 환경미화원들의 손에 500㎖~1.8ℓ 크기 텀블러가 들려 있었다. 센터에서 물을 받아 나간 다음 점심 먹는 식당이나 아는 장소에서 다시 채우기도 한다. 여름철에는 이 물을 다 마셔도 근무 중 화장실 한 번 가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온몸이 다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린다.

여전히 무더웠던 이날 광산구 기온은 34.0도까지 올랐다. 반소매 셔츠만 걸쳐도 더운 날씨다. 작업 중에는 작업복뿐 아니라 안전모, 장갑까지 착용해야 한다. 그늘 없는 아스팔트 도로와 보도블록 위를 오가며 일하다 보면 땀이 쏟아진다.

오후 1시 휴대전화 날씨 앱의 기온은 32도를 가리켰다. 환경미화원이 일하는 현장은 훨씬 뜨거웠다. 한국환경연구원이 아스팔트 위 1.5m 높이에 설치한 온도계는 38.7도를 가리켰다. 허리를 굽혔다 일어서는 동작을 반복하는 환경미화원들의 몸은 수시로 달궈진 지면에 가까워진다. 지상 1m와 0.5m 높이에 설치된 온도계는 각각 39.4도와 39.0도를 가리켰다. 기상청 관측보다 6~7도 높다.

한국환경연구원이 지난 7월21일, 8월19~20일, 25~26일 5회에 걸쳐 현장 기온을 측정한 결과, 기상청 수치와 현장 최고기온은 3.8~8.1도가량 차이가 났다. 이에 따라 최고체감온도도 1.7~5.4도 더 높게 나타났다.

더워도 손 선풍기나 얼음팩, 얼음조끼 등을 활용하는 건 녹록지 않다. 연구진이 얼음조끼 등을 배포했지만 선뜻 착용하는 이가 많지 않았다. 그들은 “계속 움직이며 작업하다보니 뭐 하나 더 입는 게 부담스럽다”고 했다.

일할 때는 땀을 수건으로 닦을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 출근할 때 수건을 챙기는 미화원 A씨에게 “땀 닦으시려고 가져가시는 거냐”고 묻자 “비가 오거나 할 때 차에 바로 앉기 그러니까 좌석에 깔려고 한다”며 “땀 날 때 수건은 못 쓴다. 그냥 팔로 이렇게 닦지”라고 답했다.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돼도 작업 중 휴식은 쉽지 않다. 물량과 작업을 마치는 시간은 정해져 있고, 일이 밀릴수록 더 더운 시간에 일해야 한다. 광산구 환경미화원들의 노동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다.

지난 8월 초 40도 안팎의 극한폭염이 닥쳤을 때 한 환경미화원은 “어질어질함”을 경험했다. 그때서야 차에 타 헬멧을 벗고 물을 마시며 5~10분 쉬었다. 잠시 숨을 돌린 뒤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연구원이 스마트워치를 통해 관찰한 결과, 환경미화원의 심박수는 일하는 동안 100bpm(1분당 박동 수) 넘게 오르기도 했다. 심박수는 개인의 체력, 건강 상태, 활동 수준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기온이 높아질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건강한 성인의 평상시 심박수는 60~100bpm이다.

생활종합환경센터를 담당하는 광산구 시설관리공단 이상진 주임은 “폭염이 닥친 7월부터 미화원들이 센터에 일찍 복귀할 수 있도록 조치했고, 주 1회 얼음물과 아이스크림을 나눠주고 있다”며 “팔토시나 챙 넓은 모자를 배급하고 복귀 시간에는 ‘쿨링 포그’를 작동시키는 등 최대한 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가 갈수록 너무 더워져 현장 상황이 점차 열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위생모와 마스크, 고무장갑을 착용한 조리실무사가 학교급식 조리실에서 조리용 삽으로 음식을 뒤집고 있다. 성동훈 기자 zenism@kyunghyang.com

위생모와 마스크, 고무장갑을 착용한 조리실무사가 학교급식 조리실에서 조리용 삽으로 음식을 뒤집고 있다. 성동훈 기자 zenism@kyunghyang.com

폭염 속 급식 조리실…잠시도 못 멈춘다

지난달 28일 오후 2시40분 세종의 한 초등학교 급식 조리실. 점심 배식은 끝났지만 조리실은 여전히 분주했다. 조리실무사 3명이 60도 넘는 뜨거운 물로 쉴 새 없이 식판을 씻어 세척기에 밀어 넣었다. 세척기가 뿜는 90도 열기와 수증기로 작업장은 후텁지근했다. 조리실무사들은 연신 땀을 훔치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420명분의 점심을 준비하려면 오전에 대형 솥 3개에 불을 올리고, 조리를 하며 별도 화구를 또 써야 한다. 오후에는 온수 세척을 하기 때문에 조리실에서 열과 습기가 빠져나갈 틈이 없다. 조리실무사들이 착용한 위생 모자와 앞치마, 마스크, 장갑은 열을 몸에 가둔다. 천장 에어컨을 가동하지만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는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급식 조리 현장의 체감온도가 ‘주의’(33도 이상) 단계로 측정된 비율은 19.4%로 6월(6.9%)보다 약 2.8배 증가했다. 급식실 내 평균 체감온도는 30.4도, 최고체감온도는 42.99도에 달했다. 작업 현장 내에서 ‘경고’(체감온도 35도 이상) 이상 기록은 83.3%가 열이 모이는 최대조리와 세척·마무리 공정에 집중됐다.

14년 차 조리실무사 B씨(63)는 “조리할 때는 작업장 내부 온도가 40도 넘게 올라가기도 한다”며 “일할 때는 정신이 없어서 느끼지 못하는데, 일이 끝나고 나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욱신거린다”고 말했다.

연구원이 지난 8월24~28일 측정한 실내 조리실의 일최고기온은 30~31도대로, 같은 기간 바깥 기온보다 약 1도 낮았다. 그러나 높은 습도 탓에 체감온도가 35.3도까지 올라 기상청 관측치보다 2도가량 높았다. 조리실무사의 몸도 고온에 반응했다. 스마트워치로 측정한 작업 중 심박수는 안정 시보다 개인별 최대 34~49bpm 높아졌다.

얼음조끼와 목 선풍기 같은 폭염 대응 물품은 별 효과가 없었다. 얼음조끼의 효과는 1시간 남짓이었고, 목 선풍기는 먼지가 날릴 수 있어 조리 중에 착용할 수 없다. 극한 폭염 시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취하도록 한 규정도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조리 업무 특성상 현실적으로 20분을 끊고가기 어렵다. C씨(60)는 “평소 5명이 일하는데, 한 명이 병가를 가거나 휴가를 내면 4명이 420명분의 식사를 준비하고 치워야 한다”며 “일을 잠시도 멈출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중간에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여름철에는 튀김과 전 등 화기를 많이 사용하는 메뉴를 줄이라는 교육당국의 지침이 내려온다. 하지만 이런 지침을 따르지 않는 학교가 적지 않다. C씨는 “식단을 조정하는 학교도 있지만, 가성비 등을 이유로 튀김 메뉴를 고집하는 학교도 많다”고 말했다.

올해 여름방학 돌봄 급식은 학기 중보다 더 고됐다. 가장 더웠던 7월 말~8월 초 열흘 동안 3명이 돌봄교실 학생 220명분의 급식을 준비했다. 폭염에 맞물려 조리와 배식, 세척 작업을 세 사람이 모두 감당하다보니 노동 강도가 한층 높아졌다.

결국 돌봄 급식 기간에 조리실무사 한 명이 탈진으로 두 차례 링거를 맞았고,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아르바이트생은 업무 중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C씨는 “사람이 부족한 상태에서 더위까지 겹치면서 탈이 난 것”이라며 “인력 충원과 냉방 설비 개선과 같은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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