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떠난 고려 배 태안 바다에서 첫 흔적…800년 전 뱃길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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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주꾸미가 휘감은 고려청자 접시가 어부의 통발에 걸려 나왔다. 그 사건이 발단이 되어 태안 바다에서는 19년째 수중 발굴조사가 이어져오고 있다. 태안 바다 밑 옛 침몰선 밀집 추정 유적에서 최근 고려시대 난파선 두 척의 자취가 새로이 드러났다. 이들 가운데 한 척은 경상도에서 출항했던 배로 밝혀졌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태안 마도해역 수중 발굴 결과 지난해 존재 사실을 파악했던 난파선인 마도5호선의 선체 조각 일부를 찾아낸 데 이어 인근 해역에서 마도6호선의 흔적도 확인했다고 4일 발표했다. 마도6호선은 경남 사천, 진주에서 짐을 싣고 출항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상도를 떠난 옛 배의 흔적이 서해안에서 나온 첫 사례다. 연구소는 이 과정에서 닻돌, 원통목, 밧줄 등 주요 선체 부속품과 볏섬, 청동항아리 등 유물 54점을 거두어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마도5호선 화물 내역이 기록된 목간 26점에 쓰여진 글자들을 판독해 배의 실체와 성격을 밝힐 결정적 단서도 얻었다고 알렸다.

연구소가 낸 자료를 보면, 5호선 핵심 유물인 26종의 목간에는 정묘년,정묘 12월 등의 수하물 수집 시기와 쌀, 콩, 백미 등의 적재 곡류 이름과 수량이 ‘별장(정7품 무관) 장씨 댁’ ‘재신(종2품 이상 고위 문관) 부인 댁’ 등의 수취인 이름과 함께 한자로 쓰여져 있었다. 유기물에 대한 방사성탄소연대 측정치(12C 중반~13C 전반)와 함께 나온 청자 제작연대 등으로 미뤄 정묘년은 1207년으로 판단된다. 화물을 모은 시점인 정묘년 12월은 한겨울인 양력 1월 무렵인데, 기후가 나빠 일반적으로 항해를 꺼리는 때였다. 이런 정황을 감안하면, 마도5호선의 항해 시기는 이듬해인 1208년(무진년) 봄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정이 나온다. 목간에 적힌 화물 발송지가 현재 영암군 영암읍과 금정면 일대인 영암군과 안로현이라 쓰여 있고, 목적지는 고려 도읍이었던 개경을 의미하는 경이라고 표기된 점에서 전라도 서남부에서 개경으로 보내는 화물이 실렸음을 알 수 있다. 함께 발견된 배의 외판재 조각들에는 나무가 썩는 것을 막기 위해 뜨거운 연기를 씌워 그을리는 연훈 기법의 흔적들도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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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는 발견된 5호선이 2009년 발굴된 마도1호선과 유사한 성격의 배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1호선도 1207년 화물을 싣고 1208년 개경으로 항해하다 부근 해상에서 가라앉았고, 목간에 쓴 발송지가 죽산현(현 해남), 회진현(나주), 수령현(장흥), 안로현(영암) 등 전라도 서남부 지역이었다. 안로현에서 개경 사람 송득덕에게 보내는 것으로 확인된 5호선 적재 목간은 1호선의 안로현 목간과 필적, 내용이 거의 비슷해 같은 사람이 쓴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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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배는 1208년(희종 4년) 봄 전라도 서남부 지역 화물을 나눠 싣고 개경으로 나란히 항해하던 같은 선단의 배들로, 마도 해역에서 악천후를 만나 함께 침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소는 5호선 목간이 1호선에서 나온 유물일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연구소 쪽은 “내용만 보면 5호선 목간을 1호선 유물로 볼 수도 있으나 두 선박의 발굴 정황과 다른 연관 유물들의 양상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고 짚었다. 두 선박이 확인된 해저의 지점이 약 250m 떨어진데다 1호선 화물 발송지 일부만 5호선 목간 내용에서 확인되고, 5호선 뱃전의 바깥쪽 판재(외판)는 1호선의 두꺼운 원통형 외판보다 얇은 판재형으로 두께, 모양 등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난파선으로 보이는 마도6호선이 묻힌 흔적을 찾은 것도 특기할 만한 성과다. 마도6호선은 지난해 음파 지층탐사로 해저 이상체 반응이 나온 지점 12곳 가운데 10곳을 골라 시굴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배가 묻혔다고 추정되는 지점은 마도2호선의 자취가 확인된데서 동쪽으로 100m 정도 떨어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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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6호선 시굴조사에서는 화물 내역을 적은 목간들과 청자유병, 도기정병, 목간, 볏섬, 화물 받침목 등의 고려시대 유물 30여 점이 나왔다. 목간들 가운데 ‘사주호장목량(泗州戶長睦亮)’, ‘반성형지□미(班城邢遲□米)’라는 문구가 주목된다. 풀이하면 사주(현 경남 사천) 지역의 호장(지방 향리의 우두머리)인 목량, 반성(현 경남 진주 반성면 일대)의 형지□이란 사람이 각각 조미(현미)와 쌀을 보냈다는 내용이다. 사주에는 고려시대 세금용도로 바친 곡물(세곡)을 저장하던 13개 조창들 가운데 하나로 통양창이 있었다. 연구소는 선체 조각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유물의 구체적 시기도 특정하기 어려우나 경상도 출항 선박으로 처음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태안 앞바다 탐색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은석 소장은 “내년에도 마도5호선이 발견된 해역의 탐색을 지속할 방침”이라며 “새로 확인된 ‘경상도 사천발 난파선’의 성격을 밝히기 위한 정밀 발굴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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