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원폭 피해자의 희망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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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가을, 서울 도심에서 아픈 역사를 되새기고, 평화와 희망을 노래하는 특별한 무대가 열린다. 평화의나무합창단은 10월의 마지막 토요일인 31일 오후 4시, 안국역 인근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힘내라 맑은 물’ 주제로 공연한다.
이번 공연에는 대물림된 한국인 원폭 피해자의 고통과 아픔에 공감하고 핵 없는 세상과 평화를 소망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합창단원 50여명은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경남 합천에서 매년 열리는 ‘합천비핵평화대회’와 ‘한국인원폭피해자지원특별법’ 개정을 응원하며 수개월간 연습했다. 노래와 시, 피해자 증언, 비핵평화를 위한 연대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자리에서 원폭 피해자와 관객이 만난다.
약 1시간 동안 펼쳐질 공연은 김민기 작사·작곡, 김준범 편곡의 ‘아름다운 사람’ 합창과 조선남 시인의 ‘우리가 김형률이 되어’ 시 낭송으로 문을 연다. 1부 주제는 희망과 생명이다. 도종환 시·지혜정 작곡의 ‘담쟁이’를 시작으로 조동화 시·윤학준 작곡의 ‘나 하나 꽃피어’, 타케시의 곡 ‘살다’가 이어진다. 이어 원폭 피해자 2세 곽금희씨의 증언과 나혜 시인의 비핵평화 시 낭송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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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선 존엄과 비핵평화를 주제로, 제임스 오펜하임 작사·이현관 편곡의 ‘빵과 장미’, 김민기 작곡·김준범 편곡의 ‘철망앞에서’, 류형선 작사·작곡의 ‘힘내라 맑은 물’ 합창이 울려 퍼진다. 원폭 피해자 2세를 법적 피해자로 인정할 것을 촉구하는 연대 발언이 이어진 뒤, 권정생 시·김준범 작곡의 ‘애국자가 없는 세상’을 함께 부르며 마무리된다.
1945년 8월6일과 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참혹한 고통은 그날로 끝나지 않았다. 피폭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의 삶을 파괴한 고통은 후손에게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미국의 원폭 투하에 따른 피폭, 후유증의 대물림과 사회적 차별이라는 삼중 고통을 겪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1965년 한일협정에서 원폭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문제를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피폭 80여년이 지났지만 피해 전모를 밝히는 종합적인 실태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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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회는 이제라도 대물림된 고통 속에서 80여년을 각종 질환으로 힘겹게 살아온 2세와 후손들의 삶을 보듬어야 한다. 이들을 법적 피해자로 인정하고 건강·생계·돌봄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깊어가는 가을, 평화의 노래를 들으며 우리가 외면해 온 역사와 다시 마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 원폭을 비롯한 핵 재난 피해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음을 기억하는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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