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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13, 2026

[정동칼럼]세금 때문에 남이 되는 부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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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선배와 대화를 나누던 중 웃지 못할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갖고 있는 강남의 아파트가 자신의 단독명의로 되어 있는데, 아내가 이를 두고 시시때때로 원망의 말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자신이 먼저 병이 들어 죽을 것 같으면, 그때는 아내에게 이혼을 해주겠다 했다고. 거액의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재산분할 방식으로 재산의 절반을 미리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실은 매우 합리적인 생각이다. 최근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의 이혼 사건에서는 2조5000억원 상당의 재산분할 판결이 나왔고, 그 전에는 최태원 SK 회장의 이혼 사건에서도 1조원에 육박하는 재산분할이 인정된 바 있다. 그런데 이런 재산분할은 말 그대로 부부가 혼인 중 형성한 공동재산을 나누는 것이므로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그러니 부부간 상속세·증여세를 피하려고 이혼이라는 선택을 하는 것이, 적어도 세법적 측면에서는 합리적 행동이 되어버렸다.

우리나라는 부부간 상속·증여에 대해서도 고율의 세금을 부과한다. 물론 배우자공제가 있다. 배우자가 실제 상속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최소 5억원에서 최대 30억원까지 공제가 인정된다. 증여의 경우도 10년간 6억원까지는 공제가 인정된다. 그러나 이 공제 한도를 넘어서는 순간부터는 부부간에도 최고 50%에 이르는 고율의 세율이 그대로 적용된다. 평생을 함께 산 배우자에게 재산이 이전되는 것일 뿐인데도, 마치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과 다르지 않게 과세되는 셈이다. 더구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6억원을 넘어섰는데도 배우자 공제기준은 28년이 넘도록 그대로인 데다가, 최근 국세청이 상속·증여재산에 대한 감정평가 사업을 대폭 확대하면서 거액의 상속세를 내기 위해 사망한 배우자와 함께 살던 집을 처분하고 거처를 옮겨야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다른 나라들은 다르다. 미국은 이른바 ‘무제한 배우자공제’ 제도를 두어, 생전이든 사망 시든 배우자에게 이전되는 재산에는 연방 유산세·증여세를 물리지 않는다. 세금을 영구히 면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배우자가 사망해 자녀 세대로 재산이 넘어갈 때까지 과세를 이연시키는 구조다. 영국과 프랑스, 벨기에는 아예 배우자 상속분에 대해 상속세를 전액 면제한다. 어차피 생존 배우자가 사망하면 자녀에게 상속세가 부과될 것이므로, 부부 사이에서는 이중과세를 하지 않겠다는 논리다.

배우자공제에 상한을 둔 독일도 우리보다 훨씬 관대하다. 독일은 배우자·자녀에게는 7~30%의 세율만 적용하는 차등과세 체계를 두고 있고, 여기에 더해 배우자에게는 50만유로(약 8억원)의 정액공제에 생계유지비 명목의 추가 공제까지 인정한다. 심지어 우리 상속세제의 뿌리에 해당하는 일본조차, 배우자가 실제 취득한 재산이 1억6000만엔과 법정상속분(대개 재산의 절반) 중 큰 금액 이내라면 상속세를 전액 경감해준다.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논거는 동일하다. 부부간 재산 이전은 세대를 건너뛰는 부의 이전이 아니라, 같은 세대 안에서 이루어지는 내부적 이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선진 각국은 과세를 자녀 세대로의 이전 시점까지 미루거나 대폭 감면해준다. 유산세 방식을 취하는 한국·미국·영국·덴마크 4개국 가운데, 배우자 상속분에 온전히 과세하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혼인을 맺어 어느 한쪽이 사망할 때까지 그 관계를 지키는 것은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러나 지금의 세법은 이 아름다운 모습을 순순히 허락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남은 배우자가 홀로 상속세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살아생전 재산을 미리 정리해두지 않고 죽은 배우자를 원망하게 되는 경우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본다.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세금 걱정부터 해야 하는 것, 이보다 더한 아이러니가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유산세의 유산취득세 전환 법안조차 여태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에서 정작 온 나라는 파격적인 부동산 보유세 및 양도세 강화를 둘러싸고 들끓고 있다. 지난 8일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부부간 상속·증여세를 전면 폐지하자는 제안을 했다. 야당의 제안이지만 합리적이라면 정부와 여당도 이를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부간 상속·증여세 제도의 전면 개편을 포함해, 유산취득세로의 전환 등 종합적인 상속·증여세 개편 논의가 보다 본격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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