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달러 눈 앞] ③ K자 양극화 심화…반도체는 잔치, 서민·청년은 시름

삼성전자 직원, 성과급 수억 원 전망…중기 특별급여 2천원 '찔끔'↑
성장 대비 고용, 8년 만에 최저 수준 될 듯…청년 취업, 46개월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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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9월 11일 서울의 한 먹자골목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4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의 온기는 고르게 퍼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대기업·반도체가 이끄는 성장의 과실은 일부 계층만 누리고 있고, 중소기업·자영업자, 서민의 삶은 제자리걸음이라는 평가가 많다.
특히 장기간 고용 부진의 늪에 빠진 청년들에겐 1인당 GNI 4만달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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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 반도체가 이끈 성장…대기업 성과급은 두둑
1인당 GNI를 4만달러로 끌어올린 일등 공신은 반도체·대기업이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가 늘면서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대했고, 반도체 가격이 뛰면서 생산과 수출이 모두 호황을 보인 덕분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영업이익의 10.5%,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등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성과급을 주기로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직원들의 경우 연간 사업성과 300조원을 기준으로 볼 때 특별경영성과급으로만 최대 5억5천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이미 두 업체 직원은 올해 상반기에도 두둑한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용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 총액(초과급여 제외)은 431만8천원으로, 1년 전보다 3.1% 늘었다.
기본급 등 정액 급여 증가율은 2.2%, 성과급 등 특별급여 증가율은 9.3%로 각각 조사됐다.
특히 반도체 제조업이 포함된 전자·통신업의 월평균 임금 총액이 943만4천원으로 23.1% 늘었고, 이 가운데 특별급여는 66.0%나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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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 상반기 물가 반영한 임금 상승률 0.3%…자영업 폐업 40만
그러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삶엔 냉골이 이어지면서 성장은 '남의 나라 얘기'나 다름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자·통신업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의 월평균 임금 총액은 418만7천원으로 2.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자·통신업의 증가율(23.1%)보다 20%포인트(p) 이상 작고, 임금 총액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300인 미만 사업체의 상반기 월평균 임금 총액은 2.1% 늘어나는 데 그쳤다. 300인 이상 사업체의 임금 총액 증가율(4.8%)의 반토막인 셈이다.
300인 미만 사업체의 월평균 특별급여는 32만원으로 1년 새 불과 2천원 '찔끔' 증가했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체의 월평균 특별급여액은 14.7% 증가한 182만4천원으로 집계됐다.
반도체발 임금 상승이 경제 전반에 고르게 확산하지 않았다는 점은 다른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률은 0.3%에 머물렀다.
물가 상승세를 고려하면 전체 근로자의 임금은 거의 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마저도 반도체 근로자의 임금을 제외하면 '마이너스'였을 가능성도 있다.
보통 경제가 성장해 노동자의 임금이 늘고, 가계의 구매력 향상으로 이어지면서 소비도 활기를 띠지만 선순환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자영업 폐업은 40만3천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39만명)보다 3.3%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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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 서울 한 대학 게시판에 붙은 AI 관련 행사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성장 대비 고용, 8년 만에 최저 전망
고용 시장에도 온기가 좀처럼 퍼지지 못하고 있다.
경제 성장으로 고용이 얼마나 늘었는지 보여주는 고용 탄성치는 KDI 전망을 토대로 분석하면 올해 0.125로 전망된다.
올해 취업자 수 증가율(0.4%)을 경제 성장률 전망(3.2%)로 나눈 수치다.
고용 탄성치가 현실화하면 2018년(0.13) 이후 최저 수준이 된다.
경제 성장을 이끄는 반도체가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닌 자본·기술 집약적 산업이어서 고용 창출 여력이 크지 않은 탓이다.
AI 확산의 영향도 있다.
AI가 산업계에 널리 쓰이면서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현상은 두드러지고 있다. AI가 과거 신입 직원들이 많이 했던 정형화된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은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노동시장에서 생성형 AI 도구인 챗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5∼29세 청년층 일자리는 21만1천개 감소했다.
이 같은 고용 한파는 청년들이 직격으로 맞고 있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지난달까지 46개월 연속 감소했고, 청년층 고용률은 28개월 연속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한쪽에선 축배를 들고 있는 가운데 성장을 체감하지 못하는 중소기업 종사자, 자영업자, 서민, 청년의 박탈감은 심화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이 때문에 연령·계층별 갈등이 점차 격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5일 "반도체를 제외한 총량 지표를 별도로 발행해 반도체 그늘에 가려져 있는 경제 취약 부문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청년 정책의 경우 현재 '쉬었음' 청년에게 안전판을 제공하는 정책이 많은데, 취업한 청년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정책자금으로 근로조건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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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9월25일 08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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