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예멘 내전…실향민 20만명 육박
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남쪽에 위치한 사우디 석유 기업 아람코 석유 시설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초·중순 정점에 달했던 예멘 정부군과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의 충돌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정부군이 대대적 군사 작전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예멘 남서부 타이즈주 일대에서 격렬한 교전이 발발했고, 예멘 수도 사나와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시설 등에서 폭발음이 잇달았다. 예멘 실향민은 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예멘 정부군은 4일(현지시간) 예멘 타이즈·라히즈주에서 후티를 상대로 97건의 ‘정밀 표적 공격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예멘 정부군 측은 직전에도 예멘 수도 사나를 비롯해 마리브·알바이다 등에서도 드론 공습·폭격 등으로 257차례 공격을 감행했다고 발표했다. 후티 측 매체 알마시라TV는 사우디가 사나를 26차례 공격해 산부인과·소아과 등 병원 시설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고 했다. 사나의 한 주민은 신화통신에 “폭발이 강력해 발밑의 땅속까지 지진이 온 것처럼 진동했다. 집 유리창도 덜컹거려 잠에서 깬 아이들이 공포에 떨었다”고 말했다.
사우디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 시설에서도 불꽃과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후티는 전날 사우디 아람코 시설을 상대로 한 미사일·드론 공습 사실을 밝히며 리야드와 나즈란, 지잔 등의 석유 시설과 카미스무샤이트 등의 군사기지를 폭격했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은 아람코 시설에서 치솟은 화염을 진압하기 위해 소방관들이 나서는 장면이 포착됐으며, 인근에 구급차와 경찰차가 배치돼 있다고 했다.
최근 예멘 정부군은 남서부 타이즈주 일대에서 벌어진 후티의 공격을 저지하고 일부 요새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아나돌루 통신은 예멘 정부군이 타이즈 남동쪽 사마아 지역에서 벌어진 후티 공격을 막았으며, 이 지역을 향한 후티의 공격은 2014년 이후 첫 사례라고 보도했다.
사우디 주도의 연합군과 예멘 정부군은 수주 내 대대적인 지상·공중 공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최대 10만명 이상의 군이 동원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개입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날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J D 밴스 미국 부통령·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위 관료들이 모여 예멘 내전과 이란 전쟁에 관한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도하면서 후티 공습에 부정적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바뀔 수 있다는 미국 관료들의 발언을 소개했다.
3일(현지시간)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이 장악한 예멘 수도 사나와 인근 지역에서 벌어진 공습 이후 병원 창문 밖을 소년들이 바라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목숨 건 피란 뒤 또 다른 위기
예멘 내전이 격화하면서 실향민 수는 급증하고 있다. 예멘 정부는 지난달 30일까지 집계된 민간인 사망자 250명, 부상자가 360명 이상에 이르며 약 20만명이 피난길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2주 전 집계된 수치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예멘 정부는 후티가 징집하는 아동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지난달 전투 중 최소 100명의 아동이 후티에 징집된 후 숨졌다고 밝혔다. 알자지라는 이날 타이즈 서부에서 벌어진 치열한 전투 중 민간인 사상자가 이어졌으며 두바이브의 한 주택가에 포탄이 떨어져 생후 14일 된 아기가 숨졌다고 보도했다.
생사가 걸린 피란길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막막한 생계난에 내몰린 이들의 사연도 전해졌다. 예멘 서부 홍해 연안의 항구도시 알코카에서 남부 아덴을 거쳐 약 1000㎞의 여정 끝에 남부 무칼라에 도착한 사이드 하산은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폭발이 점점 거세졌고, 후티가 우리를 따라잡을까 봐 두려워하며 서로 서두르라고 재촉했다”고 말했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무칼라에서 이들은 또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모하메드 하산은 “오늘 아침도 못 먹었다. 돈을 아끼려 끼니를 거르고 있다”며 “일자리를 찾아다녔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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