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통 열었더니 하얀 막…‘골마지’에는 독성 세균이 있을까?
김치는 처음부터 곰팡이를 키우는 음식이 아니다. 김치 발효에서 주로 활동하는 것은 유산균이다. 그런데 발효가 충분히 진행되고 시간이 지나면 김치 표면의 환경이 달라진다. 이때 산소와 접촉하는 표면에서 효모가 자랄 수 있다. 그 결과 생기는 것이 골마지다.
냉장고 안쪽에 넣어둔 김치통을 오랜만에 열었다. 그런데 김치 표면에 낯선 하얀 막이 보인다. 젓가락을 갖다 대니 얇은 막이 살짝 걷힌다. ‘곰팡이인가?’ 순간 고민이 시작된다.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찜찜하다.
‘하얀 막’의 정체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얗다고 해서 모두 곰팡이는 아니다. 김치 발효를 이끄는 것은 주로 유산균이다. 시간이 지나 발효가 충분히 진행되면 김치의 산도와 미생물 환경이 달라지고, 김치 표면처럼 공기와 맞닿는 곳에서는 효모가 자랄 수 있다. 이때 생기는 것이 골마지다. 골마지는 김치 표면에 얇은 막이나 흰색 반점처럼 나타난다.
실제로 세계김치연구소 연구진은 골마지가 생긴 배추김치·갓김치·열무김치·백김치에서 어떤 미생물이 자라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골마지를 만드는 효모 5종을 확인했고, 이들 효모의 유전체를 분석해 특별한 독성 관련 유전자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것이 ‘하얀 막이 생긴 김치는 무조건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집에서 생긴 골마지를 보고 어떤 미생물이 자랐는지 정확하게 판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골마지는 대체로 김치 표면에 얇고 평평하게 퍼지는 막에 가깝다. 흰색 점처럼 보이기도 한다. 젓가락으로 건드렸을 때 막처럼 걷히는 경우도 있다.
곰팡이는 다르다. 균사가 자라면서 솜털이나 실처럼 보송보송하게 올라오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초록색이나 파란색, 검은색 등 뚜렷한 색을 띠기도 한다. 다만 이 역시 어디까지나 육안으로 판단하는 방법이다. 모양이 애매하거나 곰팡이처럼 보인다면 굳이 먹을 이유가 없다.
골마지라면 김치 전체를 버려야 할까?
골마지로 판단된다면 김치 전체를 버릴 필요는 없다. 표면에 생긴 골마지를 걷어내고 김치를 물로 씻은 뒤 김치찌개나 김치볶음처럼 가열하는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골마지가 생긴 김치는 맛과 식감이 이미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고, 김치가 물러지거나 이른바 ‘군내’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곰팡이 또한 ‘윗부분만 긁어내고 김치찌개를 끓이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수분이 많은 식품에서는 이런 방법을 권하기 어렵다. 곰팡이는 눈에 보이는 표면뿐 아니라 식품 내부로 균사를 뻗을 수 있다. 또 일부 곰팡이는 곰팡이독소를 만들 수 있다. 미국 농무부도 수분이 많은 부드러운 식품에 곰팡이가 생긴 경우, 눈에 보이는 부분만 잘라내 먹는 방법을 권하지 않는다.
이쯤 되니 냉장고에 넣어뒀는데 왜 생겼을까, 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냉장고가 모든 미생물의 활동을 멈추게 하는 것은 아니다. 온도가 낮아지면 미생물의 증식이 느려지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골마지는 김치 표면이 공기에 노출될수록 생기기 쉽다.
그래서 김치를 오래 보관할 때는 김치가 국물에 충분히 잠기도록 하고, 표면이 공기와 직접 닿는 것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식품용 비닐 등으로 김치 표면을 밀착해 덮는 것도 방법이다. 보관 온도도 중요하다. 세계김치연구소는 골마지 발생을 늦추기 위해 4℃ 이하의 저온에서 김치를 보관할 것을 권한다.
김치를 오래 두면 신맛이 강해지고 식감이 부드러워진다. 김치가 너무 시어져 상한 것이 아닌가 오해할 수도 있지만 신맛이 강해지는 것과 곰팡이가 피는 것은 같은 현상이 아니다. 발효가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변화와 식품이 곰팡이에 오염되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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