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폭 피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투하한지 어느덧 81 년이 지났다 . 당시 약 70 만명의 피폭자 가운데에는 조선인도 약 10 만명이 있었다 . 이들은 오랜 세월 ‘ 강제 징용 - 피폭 - 외면 ’ 으로 이어진 삼중고를 겪으면서 경계인의 삶을 살아왔다 . 2016 년에 ‘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 이 제정되었지만 , 국가 보호의 책임은 부족했고 대를 이어 피폭의 고통을 받아온 후손들에게는 보호의 손길조차 뻗치지 못했다 . 올해 정기 국회에서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는 한정순 한국원폭 2 세환우회 회장과 이남재 한국원폭 2 세환우쉼터 합천평화의집 원장을 9월 9일 한겨레신문사 인근 식당에서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
- 올해 정기국회에서 <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 개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는데 , 기존 특별법과 어떤 차이가 있나 ?
“ 원폭피해자들과 22 개 범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 한국인 원폭피해자 및 피해자 자녀지원법 추진공동대책위 ’ 의 지속적인 요구로 2016 년 5 월 29 일 제 19 대 국회에서 ‘ 한국인 원폭피해자 지원법 ’ 이 통과되었다 . 주요 내용은 법적 피해자는 당시 피폭 현장에 있었던 1 세로 한정하고 원폭피해자 지원위원회 심의를 통해 의료와 장례비를 지원하고 추모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 하지만 이 법안에는 국가적 보호책임이 명시되지 않았다 . 대를 이어 피폭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2,3 세를 법적피해자에서 제외하였고 , 전국적인 실태조사 , 지원사무국 설치를 누락한 반쪽짜리 형식적인 지원법이었다 . 이에 2016 년 9 월 원폭 2 세환우회와 원폭 2 세환우쉼터인 합천평화의집이 중심이 되어 ‘ 원폭피해자지원법 개정추진위원회 ’ 를 구성해 개정안 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 주요내용은 법적 피해자를 2 세로 확대해 의료비와 장례비 , 그리고 2 세 피해자단체를 지원하고 , 국가 돌봄 차원에서 원폭피해자 유일의 공동생활시설인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 입소하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이다 .”( 이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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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안의 골자 가운데 하나는 원폭 피해자 2 세에 대한 지원인데 , 2 세도 고통 받고 계신 분들이 많은가 ?
” 경남 합천에 피해자들이 많은데 2,3 세들은 부모의 피폭으로 유전체 변형이 나타나 평생을 병마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 사회적 편견과 차별 , 그리고 유전적 질환으로 자신의 신분을 잘 드러내지 못한다 . 2002 년 고 김형률 열사가 조직하여 만든 한국원폭 2 세환우회에 가입하여 각종 질환을 호소하고 커밍아웃한 환우는 1350 여명에 불과하다 .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것은 국가 지원은 없는데 피폭의 유전적 질환으로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면 결혼과 직장 등 사회생활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 2004 년 12 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 의뢰해 ‘ 한국인 원폭피해자 2 세 건강영향조사 ’ 를 진행한 바 있다 . 그 결과 피폭 2 세도 3.4 〜 89 배의 높은 질병 발생률을 보인다고 보고한 바 있다 . 1991 년과 2018 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및 2013 년 경남발전연구원의 조사보고서에도 원폭피해 2,3 세에게도 피폭후유증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 지금도 합천에는 다운증후군 , 지적장애 , 정신질환 , 대퇴부무혈성 괴사증 , 피부질환 등 병을 앓고 있는 2 세들이 많다 .“( 한정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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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원폭 투하의 당사국도 아니고 일본처럼 전범국도 아닌데 국가의 책임을 인정해달라는 요구를 낯설게 느끼는 국민도 있을 것 같다 .
“ 한국의 원폭피해자는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받는 피해자이다 . 그동안 한국의 원폭피해자들은 일본정부를 상대로 34 차례의 지난한 소송투쟁을 통해 피해자로서 최소한의 인권과 권리를 회복해왔다 . 이 과정에서 한국정부는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오히려 소송을 방해했다 . 1965 년 한일협정 과정에서 일제의 강제동원으로 발생한 원폭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배상 문제를 거론조차 하지 않았고 , 2011 년 헌법재판소의 원폭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부작위 결정에도 일본과 미국정부를 상대로 한 어떠한 외교적 노력도 하지 않았다 . 더욱이 한국인 원폭피해자 전모를 규명하는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고 , 추모공원 조성 등은 물론 제도적 지원대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 피폭 80 년이 지나도록 자국의 원폭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비 하나가 없다 . 이렇듯 한국정부는 국민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보편적 인권과 국가의 보호책임을 외면하면서 자국의 원폭피해자들을 방치해 왔다 .”( 이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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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안에 대한 국회와 정부의 반응은 어떤가 ?
“ 개정안에 대해 여야가 이견 없이 공동 발의하였는데 이후에도 국회와 열심히 소통하고 있다 . 지난 4 월 발의된 김선민 의원의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와 충분히 협의하여 발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적극적으로 보건복지부에 정부안을 제출해주도록 요청하고 있다 . 현재 두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 제 2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되어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아직 정부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 그동안 정부기관의 조사보고서에도 권고했듯이 이제라도 우리 2 세들의 절박한 상황을 반영해 국가의 돌봄 책임을 다해주길 바란다 .”( 한정순 )
- 일본의 원폭 피해 2 세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
“ 일본은 1957 년 3 월 원폭의료법을 제정하여 자국 피폭자에게 건강수첩을 발급하여 치료지원을 하고 있다 . 1968 년 5 월에는 원폭특별조치법을 제정하여 자국내 원폭피해자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위한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 1994 년에는 피폭자원호법을 제정하여 건강관리 , 생활향상 , 복지증진을 위한 포괄적 지원의 법적 근거를 정비하였다 . 하지만 피폭자원호법 대상에 2 세가 포함되지 않아 피해자로 인정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 . 다만 후생노동성이 정한 피폭 2 세 건강진단조사사업 위탁사업 형식으로 일부 지방정부가 시행요강을 정해 2 세 건강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8 월에 한정순 회장이 피폭 2 세로는 처음으로 나가사키에서 증언을 했는데 , 상당한 방향이 있었다 . 지금까진 피폭 2 세가 일본에서 금기시되어왔는데 , 한 회장의 증언을 계기로 2 세의 고통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 이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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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
“ 정부에 정부안 제출을 요구하는 게 핵심이다 . 보건복지부는 2020 년 3 월부터 2024 년 12 월까지 ‘ 한국인 원폭피해자 코호트 구축 및 유전체 분석연구 ’ 를 진행한 바 있다 . 이 조사연구결과를 반영하여 정부안을 내놓기로 약속했다 . 그런데 유전체 변형으로 인한 피폭 인과관계가 13% 확인되었다는 조사보고서가 나왔음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고 추적관찰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정부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 생명권에 앞서는 인권은 없다 . 유전의 의학적 , 과학적 증명을 넘어 피해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돌봄 역할을 할 정부가 그동안 보호 책무를 방기해왔다 . 인권보호의 규범적 차원에서도 “ 국민에 대한 국가의 보호책임 ” 으로 후손을 법적 피해자로 인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 피해자들과 함께 ‘ 원폭피해자 지원 특별법 개정공대위 ’ 를 사회단체들과 폭넓게 구성하여 정부가 개정안을 조속히 국회에 제출하도록 기자회견 , 국회 공청회 , 서명운동 , 문화행사 등 다양한 활동을 지속해 나가려고 한다 .”( 이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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