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인 도다” “누구라도 피해자될 수 있어”···‘코넬대 성폭력’ 사건에 여성 연대 확산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내가 제인 도다(#IAmJaneDoe)’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들. 인스타그램 갈무리
미국 코넬대 남학생 사교클럽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력 사건이 뒤늦게 알려진 후 피해 여성을 보호하고 연대하기 위한 해시태그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코넬대 사건의 피해자와 연대하기 위해 ‘#내가 제인 도다(#IAmJaneDoe)’ ‘#미투(MeToo)’ 해시태그와 함께 성폭력 피해 경험을 밝히는 움직임이 SNS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인 도’는 영미 사법 체계에서 신원 미상이거나 공개를 원하지 않는 여성을 가리킬 때 쓰는 이름이다. 코넬대 사건의 피해자도 제인 도라는 가명으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피해 여성의 신상을 밝히려는 움직임에 반발해 시작됐다. 미국의 정치평론가 마이클 트레이시는 지난달 28일 엑스를 통해 코넬대 ‘제인 도’의 신원을 찾아내겠다고 나섰다. 트레이시는 “제인 도의 이름을 밝힐 배짱이 있는 사람이 있는지 보자”라며 “그래야 우리 모두 그와 그의 변호사들의 진술이 얼마나 신빙성 있는지 평가할 수 있다”고 썼다. 이후 그는 자신이 피해 여성이라고 추정하는 인물의 이름을 게시했다가 삭제했다.
트레이시의 게시글이 올라온 이후 ‘#내가 제인 도다’ 해시태그는 본격적으로 확산했다. 피해자의 신상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제인 도라며 나선 것이다. 이 해시태그와 함께 영상을 올린 한 여성은 “그의 신원을 보호한다는 것은 낯선 누군가를 보호하는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 중 누구라도 ‘제인 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일”이라고 말했다.
코넬대 사건 피해자의 변호사 토머스 지우프라는 신상 공개를 위협하는 움직임에 관해 “이는 피해자를 망신주려는 시도”라며 “SNS에서 공격을 받고 있어 피해자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CNN에 말했다.
대학 내 성폭력 문제는 수십년간 반복되어 온 고질적인 문제다. 미국대학협회가 2019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학생 4분의 1 이상이 신체적 폭력에 의해 또는 동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성적 접촉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대학생을 대상 강간 사건의 60%는 가해자가 피해자와 아는 사이에서 벌어진다.
코넬대 사건과 같이 대학 당국이 사건을 신고·조사·징계 단계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10여년 전 반복됐다. 2015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헌팅 그라운드>는 미 전역 대학 캠퍼스에 퍼져있는 성폭력과 이를 축소하려는 대학 당국의 시도를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화가 개봉된 후 대학 내 성폭력을 근절해야 한다는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코넬대 여학생인 피해자는 2024년 10월 교내 남학생 사교클럽 ‘카이 파이’(Chi phi) 건물에서 남학생 7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지난달 16일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피해자가 당시 술과 약물에 취해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는 사건 발생 3주 후 가해자들을 경찰에 신고했으나 가해자로 지목된 남학생 중 누구도 형사 기소 처분을 받지 않았다. 대학도 가해자들에 관해 적절한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전국적인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이 사건이 재조명된 후 자발적으로 술이나 약물에 취한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경우 강간으로 처벌하기 어렵게 만드는 뉴욕주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중이다. 검찰은 피해자가 경찰에 진술할 당시 자신에 의사에 반해 취하거나 성관계를 강요당했다고 주장하지 않아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P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19개주가 이와 비슷한 주법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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