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는 남편의 속마음엔 외로움이 있었다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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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상담받아보라고 하도 성화를 해서 왔습니다. 제가 분노조절장애 같대요. 선생님이 보기에도 제가 문제가 있나요?”
어색하게 말문을 연 40대 남성 ㅂ씨는 화를 좀 낸다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냐며 되묻습니다. 직장에서는 유능한 상사로 인정받고, 오랫동안 맡은 일을 책임 있게 처리하며 주변의 신뢰를 쌓아온 그였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질문 앞에서는 자주 머뭇거렸습니다.
상담실을 찾는 중년 남성 중에는 우울이나 무기력을 호소하기보다 반복되는 분노 폭발이나 중독, 외도 문제로 가족과 갈등을 겪다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심리상담을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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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씨는 아내에게 화를 내는 마음 이면에 존중받고 싶은 욕구가 좌절되면서 느끼는 서운함이나, 가족에게 더는 중요한 존재가 아닌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일은 그에게 쉽지 않았습니다. 슬픔에 머무는 것은 나약하게 느껴지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은 자신을 무력하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ㅂ씨는 그런 마음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조차 수치스럽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ㅂ씨는 분노에 의지합니다. 자신이 왜 화가 나는지는 분명하게 설명하면서도, 정작 무엇이 그토록 서럽고 두려운지는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평소 자신에게 생생하게 느껴지는 감정이 가장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마음이라고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감정이 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는 반응일 때가 많습니다. ㅂ씨가 자신의 진짜 감정이라고 굳게 믿어온 분노 역시, 정작 느끼고 싶지 않았던 감정들을 피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방어적 감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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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남성에게는 이러한 일이 더욱 낯설지 않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성취하는 것이 중요했던 삶에서, 슬픔이나 두려움, 외로움은 쉽게 드러낼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자신을 지탱해온 방식이 정작 자신의 마음을 다루는 데는 잘 통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문제를 능숙하게 처리해온 중견기업 부장 ㅂ씨도, 자신의 복잡한 마음 앞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맵니다.
그러한 어려움은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 뜻밖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위로받고 싶지만 화를 내고, 가까워지고 싶지만 상대를 밀어내게 됩니다. 때로는 외로움을 달래려 중독적인 행동에 빠지거나, 다른 관계에서 자신이 여전히 중요한 사람임을 확인하려 하기도 합니다. 그토록 많은 어려움을 스스로 감당해온 사람이 정작 자신의 서운함과 두려움은 감당하기 어려워, 그 고통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장 가까운 사람의 몫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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