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 돈 48조원 들어간 해외 화석연료 시설…온실가스 29억톤 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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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소유·통제하는 국내 주요 공적 금융기관 3곳이 최근 5년간 해외 화석연료 사업에 48조원이 넘는 자금 지원을 약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지원한 시설에서 배출될 온실가스는 약 29억톤으로, 우리나라 국민이 1년간 배출하는 양의 4배가 넘는다. 지난 8월 말 ‘빙하 붕괴 홍수’로 8천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네팔의 누적 배출량과 비교하면 13배에 달한다.
18일 한겨레가 기후 싱크탱크인 기후솔루션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의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 기후솔루션 등은 한국수출입은행·한국산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가 2020∼2024년 신규 금융 지원을 약정한 국외 화석연료 사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했다. 약정 건수는 347건, 총 48조4500억원에 달했다. 보고서는 이 가운데 중복 지원과 배출량 산정이 어려운 사례 등 34건을 제외한 313건(41조7천억원)을 대상으로, 이들 시설이 예상 수명 동안 배출할 온실가스 총량인 ‘고정 배출량’을 산정했다. 국내 공적 금융기관들이 지원한 해외 화석연료 사업의 고정 배출량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석 결과, 세 기관이 지원한 시설의 고정배출량은 29억3460만톤으로 추산됐다. 이는 네팔이 산업화 이후인 지난 250여년간 배출한 온실가스 누적량 2억3200만톤의 12.6배에 이른다. 수출입은행이 15억7040만톤으로 가장 많았고, 산업은행 12억9170만톤, 무역보험공사 3억5360만톤 순이었다. 기관별 배출량에는 공동 지원 시설 6곳의 중복 집계분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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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량이 가장 많은 시설은 수출입은행이 2020년 대출을 지원한 쿠웨이트 알주르 정유시설로, 약 3억660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추산됐다. 산업은행이 지원한 사우디아라비아 자잔 발전소는 2억900만톤, 미국 리오그란데 액화천연가스(LNG) 수출터미널은 1억5200만톤에 달했다.
지원 사업의 대부분은 화석연료 운송 인프라로, 313건 가운데 94%(294건)가 화석연료 운반선·터미널·파이프라인이었으며, 이 가운데 운반선은 284척이었다. 연구진은 이 선박들이 예상 수명 동안 운송할 화석연료의 생산·연소 과정에서 추가로 온실가스(‘내재 배출량’)가 165억2390만톤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한 해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2025년 540억~550억톤)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양으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전 세계가 앞으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총량인 ‘탄소예산’의 12.7%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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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국가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모잠비크에서 한국 공적금융이 지원한 화석연료 시설의 연간 최대 예상 배출량은 391만톤으로, 모잠비크의 2024년 화석연료·전력 부문 배출량의 약 26.5%에 달했다. 지난해 모잠비크 환경단체와 한국 청년 기후활동가들은 코랄 노스 액화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막아달라며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를 상대로 국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다.

한국은 2021년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대한 공적금융의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석유와 가스 사업에 대한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세 기관 신규 약정액은 2021년 5조700억원에서 2024년 13조5300억원으로 2.7배 늘었다. 특히 수출입은행의 신규 약정액은 같은 기간 1조3300억원에서 8조9500억원으로 6.7배 급증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국내 에너지 수급 안정과 한국 기업의 액화천연가스 운반선·발전소 수주를 지원하기 위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가스의 생애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이 석탄에 버금간다는 연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국내 제조업의 탈탄소 전환을 늦춰 산업 경재력을 위태롭게 만드는 ‘착시 지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예빈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석탄뿐 아니라 석유·가스 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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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금융 지원이 정부가 내세운 탄소중립 목표와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해외 사업으로만 연간 2980만∼3400만톤의 감축 실적을 확보할 계획이다. 그런데도 다른 한편으로는 공적금융을 통해 국외 화석연료 사업의 탄소배출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숫자들은 공개되지 않고 가려져 있다. 금융기관이 지원한 사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해당 금융기관의 몫을 ‘금융 배출량’이라 하는데, 공개 의무가 없다. 이는 내후년부터 대형 상장기업의 기후공시를 의무화하려 하는 흐름과도 배치된다. 수출입은행 등은 2021년 금융위원회와 함께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를 위한 국제 권고안(TCFD)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면서도, 5년째 금융 배출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보고서는 공적 금융기관의 배출량을 공개하고,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신규 금융 지원을 제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강윤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연구원은 “이번 분석은 일부 금융 유형과 특정 기간의 사업만을 대상으로 한 만큼 실제 배출량은 추산치보다 상당히 더 클 가능성이 높다”며 “공적금융기관이 국외에서 발생시키는 배출량을 관리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쪽은 “정부 정책 등을 고려해 배출량 공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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