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많이 쓰니까 공부 못하지”…명절 단골 잔소리, 진짜일까?
경향신문 자료사진
“스마트폰 좀 그만 봐. 그러니까 공부를 못하지.”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 반가운 인사만큼 무례한 잔소리도 심심찮게 튀어나옵니다. 듣는 아이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오래 쓰는 학생일수록 정말 성적이 낮을까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자료를 들여다보면, 답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얼마나 오래’ 쓰느냐뿐 아니라, ‘무엇을 위해, 언제, 어디서’ 쓰느냐였습니다.
학교에선 ‘공부용’과 ‘놀이용’이 달랐다
먼저 학교 안에서의 디지털 기기 활용을 보면, ‘얼마나 오래’보다 ‘뭘 하느냐’가 더 중요했습니다. OECD가 2025년 PISA의 과학성취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차이가 선명합니다.
먼저 학습 목적일 때는, 디지털 기기를 아예 안 쓰는 것보다 적당히 쓰는 학생의 성적이 오히려 높았습니다. OECD 평균으로 학교에서 학습용 디지털 기기를 전혀 쓰지 않은 학생의 과학점수는 469점이었지만, 하루 2~3시간 쓴 학생은 496점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전혀 쓰지 않은 학생은 494점, 하루 2~3시간 쓴 학생은 540점이었습니다.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고려한 뒤에도 이런 차이는 유지됐습니다.
OECD는 하루 5시간 이하로 적당히 학습에 활용한 경우가 아예 안 쓰거나 지나치게 오래 쓴 경우보다 과학점수가 높았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여가 목적일 때는 조금 달랐습니다. 학습용과 달리, 여가용 디지털 기기는 하루 1시간을 넘어서면 사용시간이 길수록 점수가 낮아지는 흐름이 나타난 겁니다. OECD 평균을 보면 학교에서 여가용 디지털 기기를 하루 1시간 이하 쓴 학생의 과학점수는 504점이었지만, 1~2시간이면 492점, 3~5시간이면 457점까지 떨어졌습니다. 한국 학생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참고로 PISA가 말하는 ‘디지털 기기’는 스마트폰만이 아니라 컴퓨터, 태블릿까지 포함합니다. 같은 디지털 기기라도 수업을 위해 쓰는지, 여가 목적으로 쓰는지에 따라 성취도와의 관계가 크게 달라진 셈입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학교 밖에선 ‘적당히’ 쓴 학생 점수가 높았다
그럼 수업이 끝난 뒤, 집이나 밖에서 디지털 기기를 여가용으로 쓸 때는 어떨까요?
지난해 OECD가 PISA 2022 자료를 분석해 펴낸 보고서 ‘배우고 놀 시간은 한정돼 있다’(Finite time to learn and play)를 보면, 학교 밖에서도 디지털 기기를 무조건 적게 쓰는 것이 능사는 아니었습니다.
평일 등교 전이나 하교 후 여가용 디지털 기기를 전혀 쓰지 않은 학생의 OECD 평균 수학점수는 440점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 1시간 이하는 465점, 1~2시간은 485점, 2~3시간은 497점으로 올라갔고, 3~4시간 사용한 학생이 499점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문제는 하루 4시간을 넘어서면서부터입니다. 4~5시간은 493점, 5~6시간은 486점, 6~7시간은 474점, 7시간을 넘기면 470점으로 다시 떨어졌습니다. 주말에도 흐름은 비슷했지만, 점수가 떨어지기 시작한 시점은 평일보다 1시간 늦은 하루 5시간 이후였습니다.
정리하면 학교 밖에서 여가용 디지털 기기를 하루 2~4시간 쓴 학생의 수학성취도가 그보다 적게 쓰거나 많이 쓴 학생보다 높았던 것입니다. 이런 비선형적인 관계는 PISA 2022 참가국·경제 전반에서 관찰됐습니다.
인공지능(AI) 활용 그래픽.
그렇다고 이 통계를 “집에서는 4시간까지 봐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OECD가 강조한 건 특정 ‘허용시간’이 아니라, 학교 밖 디지털 여가가 공부 시간을 직접 밀어내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반드시 낮은 수학성취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다만 여가용 디지털 기기의 사용시간이 길어졌을 때 나타나는 부정적 변화는 성적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장시간 이용과 학교생활 참여의 관계가 두드러졌습니다. 등교 전이나 하교 후 디지털 기기를 여가용으로 하루 4시간 이상 쓰는 학생은 적당한 수준으로 이용하는 학생보다 수업을 빠질 가능성이 2배 이상 높았습니다. 이는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학업성취도 등을 고려한 뒤에도 나타난 관계입니다. OECD는 한국과 베트남에서 특히 이런 관계가 두드러졌다고 짚었습니다.
단, 이 모든 건 어디까지나 ‘관계’일 뿐입니다. 스마트폰을 몇 시간 썼기 때문에 성적이 오르내렸다는 인과관계까지 증명된 건 아닙니다. 생활습관이나 가정환경 같은 다른 요인이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막으면?
구제원 광주 새별초 교사가 쓴 책 ‘스마트폰이 사라진 교실’ 표지. 이 책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함께 학생새활규칙을 개정해 수업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 새별초의 변화를 담고 있다. 구제원 교사 제공.
그럼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못 쓰게 하면 학생들의 성적이 오를까요?
우선 산만함과는 분명한 관련이 있었습니다. 2025년 PISA에서 OECD 평균 학생의 28%는 대부분 또는 모든 과학수업에서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 사용으로 산만해진다고 답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학교일수록 수업 중 산만함을 호소하는 학생이 적고, 여가용 디지털 기기 사용시간도 짧았습니다.
다만 한국은 애초에 산만함을 호소하는 비율 자체가 낮았습니다. 과학수업에서 또래 학생들의 디지털 기기 사용으로 자주 산만해진다고 답한 한국 학생은 6.7%로 OECD 평균 28%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스마트폰 금지가 높은 성적으로 이어진다는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OECD는 스마트폰 금지나 사용지침이 낮은 산만함과는 관련이 있지만 과학성취도와의 관계는 명확하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PISA 자료만으로는 스마트폰 금지정책의 인과효과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안민석 경기교육감이 취임 첫날인 1일 1호 결제로 ‘폰 프리 스쿨 추진계획’에 서명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국내 정책은 일단 학교 안에서의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올해 3월부터 초·중등학교 학생은 교육 목적이나 긴급상황 등의 예외를 빼면 수업 중 스마트기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경기도교육청도 교육활동과 무관한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폰 프리 스쿨’ 실천학교를 300여교 규모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스마트폰 많이 쓰니까 공부 못하지”라는 명절 단골 잔소리를 그대로 사실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얼마나 오래 쓰는지만으로 아이의 공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무엇을 위해 언제 어디서 쓰는지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게 PISA가 보여준 결과에 가깝습니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