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은 더 마시는데 재배지는 줄어든다”…커피값, 이러니 안 오를 수 있겠나

“커피는 흉작이 들어도 다음 해 바로 생산량을 늘릴 수 없습니다. 나무를 심은 뒤 첫 수확까지 3~5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의 기후변화가 몇 년 뒤 공급 부족이라는 청구서로 돌아옵니다.”
김수철 가치구매연구소 대표는 최근 커피 가격의 극심한 변동성이 당장의 작황뿐 아니라 아직 닥치지 않은 기상이변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뉴욕 아라비카 커피 선물가격은 브라질의 풍작 전망으로 지난 6월 파운드당 2.42달러까지 떨어져 18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브라질의 수확이 예상보다 더디고 강력한 엘니뇨 전망까지 나오면서 7월 말에는 3.20달러로 치솟았다. 9월 중순에는 2.85달러 안팎에서 거래돼 반년 사이 30% 넘게 출렁였다.
김 대표는 “코코아와 곡물 가격이 이미 발생한 병충해나 물류 병목에 반응했다면 커피 가격은 아직 오지 않은 날씨에 대한 두려움을 선반영하고 있다”며 “단기 시세보다 앞으로 재배지역과 공급망이 어떻게 바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커피벨트 사라지는 대신 위로 이동”
커피는 대두나 옥수수처럼 흉작 이후 파종 면적을 즉시 늘릴 수 없다. 나이 든 묘목을 옮겨 심으면 기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나무가 클수록 이식 충격에 약하고 관리비도 많이 든다. 농가들이 대부분 1년 미만의 어린 묘목을 심은 뒤 3~5년을 기다리는 이유다.
재배지역도 제한적이다. 커피는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위 25도 안팎의 열대·아열대 지역인 ‘커피벨트’에서 주로 생산된다. 아라비카는 해발 800~2000m의 서늘한 고지대, 로부스타는 해발 800m 이하의 덥고 습한 저지대에서 잘 자란다.
기온이 상승하면 커피벨트가 완전히 사라지기보다 재배 가능한 고도의 경계가 위로 이동한다. 세계 커피 생산량의 75%를 담당하는 브라질·베트남·에티오피아·인도네시아·콜롬비아는 최근 수년간 예년보다 폭염일이 57일 많았다. 이 같은 열 스트레스만으로 아라비카 생산량이 13.6% 감소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 대표는 “기온이 오르면 더 높은 지역을 찾아야 하지만 고도가 높아질수록 이용할 수 있는 토지는 줄어든다”며 “재배지를 옮기려면 농장 조성과 품종 교체, 유통망 구축에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역별 영향은 다르게 나타난다. 스위스 취리히응용과학대 연구진이 21개 기후모델을 분석한 결과 에티오피아와 케냐는 커피 재배 적합도가 높아지는 반면 인도와 베트남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남부 브라질과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등 고위도 지역이 새로운 산지로 편입될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는 “커피벨트가 사라진다기보다 새롭게 그려진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며 “문제는 새로 얻는 재배지역보다 기존에 잃는 지역이 훨씬 넓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국제커피기구(ICO)는 동남아시아의 커피 재배 적합지가 2050년까지 70%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기온이 2도 오르면 중남미 생산량이 2050년까지 최대 88%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공급 흔들리는데 중국 수요는 급증”
공급 기반이 약해지는 사이 커피 소비는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차를 주로 마시던 중국이 새로운 수요처로 부상했다.
중국 해관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커피 순수입량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65.7% 증가해 4년 만에 7.5배 수준으로 늘었다. 2024년 총수입량은 21만3300t이다. 금액이 아닌 실제 물량 기준 증가여서 가격 상승에 따른 착시도 아니다.
스타벅스와 루이싱커피 등이 2·3선 도시로 매장을 넓히면서 중국의 소비 기반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16잔으로 세계 평균의 두 배가 넘고 아시아에서 가장 많다.
김 대표는 “공급은 기후 위험으로 불안해지는데 수요는 물량 기준으로 늘고 있다”며 “특히 중국의 소비 증가 속도가 장기적인 커피 수급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진단했다.
“950만 자루 잉여 전망에도 살얼음판”
라보뱅크는 브라질의 기록적인 풍작을 근거로 2026~2027시즌 세계 커피시장에서 950만 자루의 공급 잉여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직전 시즌의 120만 자루보다 크게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미국 기후예측센터는 2026년 10~12월 1950년 이후 가장 강력한 수준에 속할 수 있는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을 81%로 제시했다. 2027년 봄까지 이어질 확률은 97%로 예상했다. 브라질의 실제 수확 속도도 지난해와 최근 10년 평균보다 느리다.
김 대표는 “서류상 대규모 공급 잉여와 실제 수확 속도, 다가올 엘니뇨 전망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작은 날씨 뉴스에도 가격이 크게 출렁일 수 있는 살얼음판 같은 시장”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5년, 투자자는 구조를 봐야”
첫 수확까지 3~5년이 걸리는 커피는 기업의 대응도 장기적이어야 한다. 여러 국가와 고도에 공급선을 분산하고 기후변화로 재배 적합도가 높아질 신흥 산지와 미리 거래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병충해와 고온에 강한 신품종에 투자하거나 농가와 장기계약을 맺어 물량을 선점하는 것도 대형 로스터들의 대응 방식이다.
김 대표는 “커피 구매는 내년 물량만 확보하는 게 아니라 5년, 10년 뒤에도 원두를 공급받을 산지를 찾는 작업”이라며 “장기계약과 가격 헤지가 가능한 대형 업체와 그렇지 못한 소규모 로스터의 원가 대응력 격차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는 커피 관련 상장지수상품 대부분이 현물이 아닌 선물지수를 추종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날씨 전망과 투기자금에 민감하고 선물 교체 과정의 롤오버 비용 때문에 현물가격과 투자상품 수익률이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
김 대표는 “커피는 반년 만에 30% 넘게 오르내리는 자산이라 날씨 뉴스마다 사고팔면 뒤늦게 들어가 뒤늦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단기 가격을 추격하기보다 산지를 다변화한 대형 로스터나 기후 적응 품종·재배기술에 투자하는 기업을 장기적으로 살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핵심은 생산량과 중국 등 신흥시장의 수요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빠르게 늘어나는가”라며 “두 속도가 팽팽히 맞서는 동안 커피 가격의 높은 변동성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수철 KVPI 대표와 총 3회에 걸쳐 코코아, 대두·옥수수, 커피 시장을 둘러봤다. 겉으로는 단순한 날씨 문제처럼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병충해와 전쟁, 투기자금, 정책, 기후변화가 저마다의 비중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원자재 가격표 뒤에 숨은 진짜 원인을 한 겹씩 벗겨내는 것, 그것이 이번 시리즈를 통해 김 대표가 전하고 싶었던 본질이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