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주노동자 임금 떼먹고 출국시키면 나라 망신”이라더니…‘직권 해제’ 올해 고작 2명
정부가 임금체불 피해 이주노동자의 권리 구제를 위해 직권 보호일시해제를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올해 해제 인원은 2명에 그쳤다. 일러스트 | 챗GPT
파키스탄 국적 A씨(32)는 한국에서 14개월간 선박 일을 하던 중 임금체불 피해를 당했다. 노동청에서 인정한 체불액은 약 720만원이었다. 이후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A씨는 체불임금을 받지 못한 채 9개월을 보냈다. 구금 전 체불금품확인원도 발급받았지만 지난해 12월 ‘직권 보호일시해제’ 요청으로 보호소에서 나온 뒤 노동청 중재가 재개되고 나서야 임금을 받았다.
정부가 구금된 임금체불 피해 이주노동자의 권리 구제를 위해 ‘직권 보호일시해제’를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올해(8월 기준) 해제 적용 인원은 2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당사자가 직접 신청하는 경우에도 허가율은 3분의 1 수준이었다. 체불 피해가 확인된 노동자도 장기간 구금되는 등 제도가 현장에서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정부가 구금된 이주노동자에 대해 임금체불을 사유로 직권으로 보호일시해제한 인원은 지난해 6명, 올해 8월까지 2명으로 집계됐다. 2022~2024년에는 한 명도 없었다.
직권 보호일시해제는 당사자 신청 없이도 출입국 당국이 필요성을 판단해 구금을 일시적으로 해제하는 조치다. 구금 상태에서는 체불임금을 받아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권리 구제를 돕겠다는 취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임금 떼먹고 출국시키면 나라 망신”이라고 지적한 뒤, 정부는 그해 12월 발표한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근절 대책’의 주요 내용이 ‘직권 보호일시해제’ 확대였다. 그러나 대책이 본격적으로 적용된 올해에 직권 해제 실적이 극소수에 머무는 상황이다.
구금된 이주노동자 본인이 임금체불을 사유로 직접 신청한 보호일시해제는 승인율이 30%대에 그쳤다. 올해(8월 기준) 신청자 31명 중 10명(32.3%)이 허가받았고, 지난해는 61명 중 20명(32.8%)이 허가됐다.
A씨를 도와온 ‘이주민 인권을 위한 행정사 모임’의 최희성 행정사는 “보호소 구금 자체가 실질적으로 사업주를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을 전무하게 만들기 때문에 체불임금을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이상현 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는 “임금체불 피해자에 대한 직권 보호일시해제 인원이 극소수에 그친다는 점은 법무부가 보호소 내 임금체불 피해자를 제대로 식별하지 않고 있다는 실태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구금된 이주노동자의 체불임금 회수 지원이 미흡하다는 문제는 앞서도 지적됐다. 감사원이 2021년 공개한 ‘외국인 출입국 등 관리 실태’ 보고서를 보면, 2020년 10월 3개 보호시설에 수용된 외국인 359명을 조사한 결과 29명(8.1%)이 체불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 중 고충 상담을 받은 23명은 체불 사실이 확인되고도 임금 회수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성윤 의원은 “체불 피해가 확인된 이주노동자가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장기간 구금되고 추방되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보호소 내 임금체불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직권 보호일시해제 등 구금 대안제도를 확대해 실질적인 권리 구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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