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 먹다 ‘꿈틀’하는 벌레 발견…“원래 안에 사는 거라고?”
무화과 속 벌레. SNS 갈무리
무화과를 반으로 잘랐다가 속에서 작은 벌레나 유충이 꿈틀거리는 것을 발견했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겉으로는 멀쩡한데 안쪽에서 벌레가 발견되니 ‘무화과에는 원래 벌레가 들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생긴다. 실제로 무화과와 곤충은 아주 독특한 관계를 맺고 있다. 다만 여기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과일 속 해충’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다.
우선 무화과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과일과 구조부터 다르다. 이름부터 ‘꽃이 없는 열매’라는 뜻의 무화과(無花果)지만, 실제로 꽃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무화과는 하나의 꽃이 바깥으로 피는 대신 수백 개의 작은 꽃이 꽃받침이 오목하게 발달한 주머니 같은 구조 안쪽에 들어 있다. 우리가 흔히 무화과 열매라고 부르는 부분 자체가 사실 수많은 작은 꽃을 품은 독특한 구조인 셈이다. 우리가 과육이라고 부르는 부분은 이 꽃들이 들어 있는 주머니에 해당한다. 그래서 식물학적으로는 일반적인 과일이라기보다 꽃차례가 발달한 ‘시코늄(syconium)’이라는 구조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일부 무화과에는 아주 특별한 수분 매개자가 필요하다. 바로 무화과벌이다. 암컷 무화과벌은 무화과 끝에 있는 아주 작은 구멍인 ‘오스티올’을 통해 안으로 들어간다. 미국 플로리다대 농업·식품과학연구소(IFAS)에 따르면 이 통로는 매우 좁아 암컷 무화과벌이 몸을 비집고 들어가야 하며, 들어간 뒤 무화과 내부의 꽃에 꽃가루를 옮기고 알을 낳는다. 일부 종에서는 수컷이 먼저 부화해 내부에서 암컷과 교미한 뒤 탈출 통로를 만들고, 암컷이 꽃가루를 묻힌 채 밖으로 빠져나간다.
무화과벌. 위키피디아
문제는 구멍으로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하는 개체가 있다는 점이다. 무화과벌이 오스티올을 통과하는 과정은 워낙 험난해 날개나 더듬이가 떨어지기도 한다. 미국 농무부의 곤충 수분 자료에도 암컷이 무화과의 좁은 입구를 통과하면서 날개를 잃고 안에 남는 경우가 기록돼 있다. 실제로 일부 수분이 필요한 무화과에서는 암컷 무화과벌이 수분과 산란을 마친 뒤 무화과 내부에서 죽기도 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먹는 무화과에는 죽은 벌레가 들어 있다”라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미국 농무부 농업연구청(ARS)이 발표한 무화과 종설을 보면, 재배 무화과의 상당수가 ‘일반 무화과’ 유형이며, 이 품종은 무화과벌의 수분 없이도 열매를 맺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 무화과를 연구해온 과수학자 루이즈 퍼거슨 역시 “무화과와 무화과벌의 관계가 모든 품종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부 무화과는 무화과벌의 수분 없이도 열매를 맺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무화과를 먹다가 눈에 보이는 벌레나 유충이 발견됐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화과벌과 별개로 무화과를 공격하는 해충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 연구진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검은무화과파리는 암컷이 무화과 끝의 작은 구멍인 ‘오스티올(ostiole)’을 통해 알을 낳고, 부화한 유충이 열매 안쪽으로 들어가 과육을 먹으며 자란다. 유충이 자라면 무화과에 작은 구멍을 내고 빠져나와 땅으로 떨어진 뒤 흙속에서 번데기가 된다. 유충이 과육을 갉아먹으면서 열매가 손상되고, 나무에서 일찍 떨어지기도 한다.
휴스턴 윌슨 박사 연구진이 통합해충관리저널에 발표한 연구 자료 갈무리
문제는 이 과정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 곤충학과 휴스턴 윌슨 박사 연구진은 2022년 ‘통합해충관리저널’에 발표한 연구에서 검은무화과파리 암컷이 어린 무화과의 오스티올에 알을 낳고, 부화한 유충이 과실 표면 바로 아래에서 조직을 먹는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암컷이 알을 낳은 시점이나 과실 안에 유충이 있는지를 육안으로 알아채기 어려우며, 감염 사실이 눈에 띌 때는 이미 무화과가 나무에서 떨어진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검은무화과파리는 지중해 지역이 원산지로, 미국에서는 2021년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처음 확인된 새로운 침입 해충이다.
따라서 무화과를 잘랐는데 눈에 띄는 유충이 꿈틀거리거나 내부에 벌레가 여러 마리 보인다면 ‘무화과벌이 원래 들어가는 과일이니까 먹어도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무화과벌의 수분과 해충 감염은 전혀 다른 현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충이 발견된 과실은 먹지 않고 버리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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