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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September 24, 2026

길가에 철제 캐비닛이 왜 있는데요…근데 그거 뭐지? [그거사전 특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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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있잖아, 그거.” 일상에서 흔히 접하지만 이름을 몰라 ‘그거’라고 부르는 사물의 이름과 역사를 소개합니다. 가장 하찮은 물건도 꽤나 떠들썩한 등장과, 야심찬 발명과, 당대를 풍미한 문화적 코드와, 간절한 필요에 의해 태어납니다. [그거사전]은 그 흔적을 따라가는 대체로 즐겁고, 가끔은 지적이고, 때론 유머러스한 여정을 지향합니다.

강동구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로 진행한 천호대로변 지상기기 디자인 가리개. 2023년 굿 디자인 어워드 환경 부문 본상 수상. [키뮤스튜디오 제공]

강동구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로 진행한 천호대로변 지상기기 디자인 가리개. 2023년 굿 디자인 어워드 환경 부문 본상 수상. [키뮤스튜디오 제공]

공공디자인

(명사) 1. (미술) 국가나 사회 구성원 다수에 관계되는 사물이나 장소, 서비스, 기술, 시스템 등 공공재에 관련된 디자인을 통틀어 이르는 말. 2. (법률) 공공시설물 등에 대하여 공공성과 심미성 향상을 위하여 디자인하는 행위 및 그 결과물. 3. 디자인 결과물 완성 이후에 이루어지는 모든 청소·보수·관리 등 ‘돌봄의 과정’【예문】공공공간을 위한 공공디자인은 내가 그린 기린 그림 만큼이나 어려운 잰말놀이다.

지상기기에 적용한 용산형 공공디자인 [용산구 제공]

지상기기에 적용한 용산형 공공디자인 [용산구 제공]

길가에서 마주치는 육중한 철제 캐비닛

지상기기다. 법령에서는 지중배전기기로 지칭한다. 전선을 땅속에 매립하는 지중화 사업 과정에서 사라져가는 전신주(전봇대)를 대신하는 변압기·개폐기·분전함 등 배전 설비 일체를 가리킨다. 전선은 땅속으로 숨긴다고 해도, 이들 설비는 유지·보수 접근성과 화재·침수 위험을 고려해 땅 위(地上)에 설치한다. 2025년 말 기준 전국에 17만3928대가 설치돼 있다.

지상기기의 존재감은 퍽 부담스럽다. 통행을 방해하고 시설 주변에 쓰레기가 방치된 경우도 왕왕 있다. 불법 광고판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영미권에서도 빅 그린 박스(big green box)라는 별칭과 함께,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눈총을 받는다.

모진 핍박에도 지상기기는 전력·통신 등 도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시설이다. 과거의 전봇대처럼 거리의 한편에서 항상 우리와 마주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자체는 지상기기에 디자인과 쓸모와 매력을 더하는 나름의 방식을 궁리한다. 울타리나 외함을 만들어 덧씌우고, 디자이너와 예술가의 솜씨를 입힌다.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재해석한다. 디지털 사이니지와 결합해 미디어 아트와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토록 투박한 금속 상자, 지상기기는 필수 불가결한 공공 시설물이 시민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방법을 모색하는 17만3928가지 노력의 다른 이름이다.

길가에서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자주 마주치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그거 가로수 보호덮개. [한국가로수보호(주)]

길가에서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자주 마주치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그거 가로수 보호덮개. [한국가로수보호(주)]

가로수마다 바닥에 덮어둔 철망

가로수 보호덮개다. 다소 심심한 이름이지만 법률상 명칭이 이렇다. 수목보호판(보호틀·보호대)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철제로 된 격자 모양의 덮개 내부는 자갈이나 나무 파쇄물로 덮어 두기도 한다. 키 작은 풀 따위를 심기도 한다. 가로수가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릴 때까지 지탱해주는 지지대 설치할 수 있도록 별도의 구멍이 뚫린 경우가 많다.

도로나 광장 등에 가로수를 심는 식수대(植樹帶)는 구조상 토양이 드러나게 되는데, 보호덮개가 없다면 보행자나 차량이 지나가면서 하중에 눌리게 된다. 압력이 반복되면 흙 내부의 빈 곳이 없어져 빗물과 공기가 뿌리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가로수 입장에서는 단순히 장식이 아닌 통풍과 급수, 즉 생존을 위한 보호 장구인 셈이다.

보도블록에 맞닿은 구조물이기 때문에 보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높낮이 차가 없어야 하며, 다른 공공 시설물과의 디자인적 조화·연계성을 유지한다. 또 가로수가 성장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한다. 보호덮개를 관리 없이 방치할 경우, 보호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수목을 옭아매는 올가미로 돌변한다.

영국 런던의 한 거리. 아주 볼라드로 도배를 해놨다. [사진 출처=Ben Wicks, unsplash]

영국 런던의 한 거리. 아주 볼라드로 도배를 해놨다. [사진 출처=Ben Wicks, unsplash]

인도에 함정도 아니고 불쑥 솟아난 철제기둥

볼라드(bollard)다. 국립국어원에서는 길말뚝으로 순화할 것을 권장한다. 정강이에 멍을 선사하는 것 외에 용도가 있나 싶지만, 차량이 인도로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차도와 인도의 경계면에 세워둔 안전시설이다. 그래서 법률상 이름은 자동차 진입억제용 말뚝이다.

콘크리트나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 특수고무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든다. 말뚝처럼 생긴 볼라드가 흔하지만, U자를 뒤집어 놓은 형태도 있다. 원래 볼라드는 배를 밧줄로 매어 두기 위해 부둣가 등에 세워 놓은 말뚝, 계선주(繫船柱)를 뜻하는 말이다.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공공시설물이지만, 자칫 시각장애인 등 교통 약자의 보행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기에 철저한 설치 기준을 마련해놓고 있다. 관련 법안 시행규칙에 따르면 볼라드는 반사 도료, 발광 테이프 등을 사용해 쉽게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높이 80~100㎝·지름 10~20㎝ 규격에 맞춰 제작해야 하고, 말뚝 30㎝ 앞쪽에 시각장애인용 점자 블록을 설치해야 한다.

오늘도 무조건 마주쳤을 터인 도로 위의 꼬깔콘 라바콘. [사진 출처=Andreas, 픽사베이]

오늘도 무조건 마주쳤을 터인 도로 위의 꼬깔콘 라바콘. [사진 출처=Andreas, 픽사베이]

도로 위에 주황색 고무 고깔

라바콘(rubber cone)이다. 이름 그대로 고무로 된 원뿔 모양 도로 안전시설이다. 원래 발음대로라면 ‘러버콘’이 옳은 표기이나, 일본식 발음을 차용하며 라바콘으로 굳어졌다. 영미권에서는 트래픽콘(traffic cone), 파일론(pylon)이라고 지칭한다.

주로 도로 점검 및 정비 현장이나 건설공사 현장에서 차량이 진입하는 것을 막거나 우회로로 안내하기 위해 세워둔다. 차량 주정차를 할 수 없도록 막아두거나 젖어서 미끄러운 매장 바닥, 점검 중인 화장실, 진입이 금지된 구역 등을 표시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최초의 라바콘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교통당국 차선도색 부서에서 일하던 찰스 D. 스캘런(Charles D. Scanlon)이 발명해 1943년 ‘세이프티 마커’란 이름으로 특허를 얻었다. 라바콘 이전에는 나무로 된 삼각대 등을 세워뒀는데, 파손되기 일쑤였고, 자동차에 손상을 입히기도 했다. 스캘런은 타이어 폐타이어에서 나온 고무로 라바콘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했다.

아이들 블록 장난감 같지만, 방호벽은 당신의 안전을 지켜주는 안전시설물이다. [신도산업]

아이들 블록 장난감 같지만, 방호벽은 당신의 안전을 지켜주는 안전시설물이다. [신도산업]

도로를 막는 거대한 블록 장난감

방호벽이다. 주로 오렌지·흰색 등 눈에 잘 띄는 색으로 된 플라스틱 소재의 도로 안전시설물이다. 도로 중앙분리대 대용으로 쓰는 콘크리트 방호벽과 구분하기 위해 PE(폴리에틸렌) 방호벽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국토교통부의 공식 명칭은 방호 울타리로, 현장에서는 충돌방지 가림막이라는 명칭도 혼용된다.

각각의 방호벽은 서로 맞물리게 설계돼 있어 ‘손에 손잡듯이’ 일렬로 길게 이을 수 있다. 주로 건설·도로공사 현장에서 임시로 차선을 통제·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보행자와 차량을 안전하게 분리하는 용도도 있다. 속이 비어있어 비교적 가볍다. 차곡차곡 겹친 채로 현장으로 운반해 물이나 모래를 채워 쓴다.

영문 이름이 독특하다. 저지 배리어(Jersey barrier)이다. 막아서 못 하게 한다는 뜻의 저지(沮止)인가 싶지만, 미국 뉴저지주에서 유래한 것이다. 1950년대 주 도로국 주도로 개발·개선한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콘크리트 저지 배리어는 충격을 받아내 차량을 급정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차량이 하단의 경사면을 타고 운동 방향을 복원하도록 돕는다. 충돌로 전복되거나 중앙선을 침범하는 걸 차단하는 것이다. PE 방호벽 역시 플라스틱 저지 배리어라고 부르지만, 용도는 다르다.

2022년 신사동 가로수길 은행나무에 입힌 그래피티 니팅 작품들. 신사동 주민과 학생 13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다. [사진 출처=강남구청]

2022년 신사동 가로수길 은행나무에 입힌 그래피티 니팅 작품들. 신사동 주민과 학생 13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다. [사진 출처=강남구청]

겨울철 가로수 감싸는 형형색색 뜨개옷

얀 바밍(yarn bombing)이다. 그래피티 니팅(graffiti knitting)이라고도 한다. ‘직물 폭격’ ‘뜨개질 낙서’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뜨개질로 만든 직물을 도심의 공공 건축물과 시설물에 입히는 활동과 그 결과물을 말한다.

얀 바밍은 2005년 텍사스 휴스턴에서 시작됐다. 니타 플리즈(Knitta Please)라는 ‘게릴라 뜨개 집단’을 시초로 본다. 마그다 사예그(Magda Sayeg) 주도로 모인 이들은 차갑고 딱딱한 도시의 시설물에 뜨개옷을 입혀 ’따뜻하고 친근한 공간’으로 바꾸고자 했다.

얀 바밍 예술을 시작한 마그다 사예그. [www.magdasayeg.com 제공]

얀 바밍 예술을 시작한 마그다 사예그. [www.magdasayeg.com 제공]

도심 속 열린 공간에서 대중과의 접점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얀 바밍은 공공예술로서의 그래피티와도 일맥상통하지만, 공간을 재구성하는 성격이나 인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시설물에 손상이나 흔적을 남지 않고, 치유와 온기의 메시지를 던지며, 가사 노동으로 여겨지던 뜨개질을 공공미술로 끌어올린 페미니즘적 의의 등이 공공미술사에서 얀 바밍의 위상을 설명한다.

한 벌의 뜨개옷은 삭막한 거리와 무심한 마음들을 포근하게 만든다. ‘한땀 한땀 손수 뜬 정성’의 온기를, 우리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청 신도시 내 설치된 가로화분 [안동시]

경북도청 신도시 내 설치된 가로화분 [안동시]

도시에 녹색을 더해주는 대형 화분

가로화분대다. 횡 방향을 뜻하는 우리말 가로가 아니라 시가지의 넓은 도로를 뜻하는 가로(街路)다. 가로화분대는 벤치·가로등 등과 함께 대표적인 가로시설물(street furniture)이다. 화분이 아닌 화분대(臺·받침)라는 이름 역시 구조물로서의 의미를 강화한다. 영미권에서는 플랜터(planter)라 부른다. 철재·석재·목재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들며, 형태 역시 다양하다. 아예 벤치와 합쳐진 형태도 있다.

지면에 직접 조성하는 화단과는 성격과 형태가 다르지만, 법령 상으로는 조경시설·화단이란 용어로 포괄한다. 화단에 비해 설치·이동·철거가 상대적으로 용이해 토양을 드러내기 어려운 도심 포장도로 위에 녹화·미관을 위해 사용한다. 그 밖에도 불법 노점이나 좌판 설치를 방지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상습 쓰레기 무단투기 지점에 화분대를 설치하기도 한다. 범죄예방디자인(CPTED·생활안심디자인) 개념을 활용한 것으로, 방치되고 지저분한 공간에 놓은 화분 하나는 그 자체로 ‘관리되는 공간’이라는 신호가 된다. 이는 “쓰레기 버리지 마시오”라는 궁서체 경고문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눈에 거슬리지 않을 것. 그러면서 확실히 작품과 관람객의 경계를 인식시킬 것. 인제책의 미션은 며느리에 대한 ‘딸처럼 친근할 것’ 그러면서 ‘시댁에 대한 예의는 차릴 것’ 모순된 두 요구처럼 어려운 일이다. [absoluteproduct.com]

눈에 거슬리지 않을 것. 그러면서 확실히 작품과 관람객의 경계를 인식시킬 것. 인제책의 미션은 며느리에 대한 ‘딸처럼 친근할 것’ 그러면서 ‘시댁에 대한 예의는 차릴 것’ 모순된 두 요구처럼 어려운 일이다. [absoluteproduct.com]

미술관 작품 앞에 유난히 낮은 울타리

인제책(人制柵)이다. 사람(人)의 동선을 제어(制)하는 울타리(柵)란 의미다. 낯선 용어이다 보니 전시 가이드라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미권에서는 뮤지엄 배리어(museum barrier) 혹은 스탠션(stanchion·받침대)이라고 한다.

40~100㎝ 높이의 낮은 울타리로, 두 개 이상의 금속 지지대를 탄성력 있는 끈으로 연결해 작품과 관람객의 거리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작품을 훼손할 수 있는 접촉을 방지함과 동시에 관람객의 시야를 가리지 않으면서, 작품의 존재감을 해치지 않도록 - 자기 자신을 철저히 감추면서 할 일은 해내는 그런 존재다.

높이가 낮은 이유는 또 있다. 장애인·노인 등 교통약자를 고려한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유효높이 2.1미터 이내에 장애물이 있는 경우 바닥면으로부터 0.6미터 이하에 접근방지용 난간 또는 보호벽을 설치해야 한다. 이는 미국장애인법(ADA)도 유사하다. 특히 ADA는 27인치(0.68미터) 이하 공간을 ‘지팡이 감지 구역’으로 설명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 보행할 때 지팡이로 감지할 수 있도록 높이를 규정해놓은 것이다.

캠핑족이 늘어나며 공장 현장의 그거 리드선도 일상 속으로 성큼 다가왔다. [우진테크툴]

캠핑족이 늘어나며 공장 현장의 그거 리드선도 일상 속으로 성큼 다가왔다. [우진테크툴]

실패처럼 감겨있는 초대형 연장 전선

리드선(lead線)이다. ‘이끌다’라는 의미의 리드에 한자 선이 합쳐진 형태다. 전선(도선)을 뜻하는 영어단어 리드와이어(lead wire)가 일본으로 건너가 리도센(リード線)이 됐고, 다시 한국으로 넘어와 리드선으로 정착한 것으로 본다. 단어의 전래 경로만 보면 한국의 리드선 역시 전기회로 단자나 기기를 잇는 인출선을 지칭하는 명칭이어야 마땅하다. 실제로도 국어사전에서는 해당 뜻으로 풀이한다.

하지만 실생활에서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졌다. 전기를 콘센트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전달하기 위한 연장 전선(extension cord)을 가리키는 이름이 된 것이다. 주로 10~100m 길이의 긴 전선을 실패처럼 생긴 원통에 둘둘 감아서 사용한다. 공사 현장은 물론, 야외 작업장, 야영장에서도 두루 사용한다. 해당 공구의 영문 명칭은 릴 코드(reel cord)로, 리드선과 유사한 과정을 거쳐 릴선(reel線)이란 이름으로 부른다.

실로 드라이어(er)보다 드라이기(機), 믹서보다 믹서기가 더 살가운 한국인다운 작명이라 하겠다.

노란 색이었으면 ‘백룸’이었겠지만 파란 색이라 ‘보양재룸’이다. 해당 제품명은 단프라시트 3T다. [11번가/굿바잉딜]

노란 색이었으면 ‘백룸’이었겠지만 파란 색이라 ‘보양재룸’이다. 해당 제품명은 단프라시트 3T다. [11번가/굿바잉딜]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온통 파란 방

보양재(保養材)다. 건설 및 인테리어 시공 중 기존 시설이나 이미 시공이 끝난 부분이 손상되지 않도록 사용하는 필수적인 보호 자재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긁힘·충격·오염을 예방한다. 보양재는 승강기·바닥·벽면·창호 등 시설물은 물론, 가구나 인테리어 요소에 두루 사용한다. 대상이 다양한 만큼 플라스틱 패널, 폴리에스터 천막, 폴리에틸렌 폼, 비닐 시트, 고무, 종이테이프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든다.

현장에서는 단프라시트라고 부르는데 그 어원이 좀 복잡하다.골판지를 뜻하는 일본어 단보루(段ボール)에서 물결 모양의 층·단 구조(段)를 플라스틱에 적용한 것이다. 그래서 이름도 단(段)+프라(플라스틱)가 됐다.

국어사전에서는 보양을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보전하는 양생(養生)과 비슷한 말로 정의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표준어와는 별개로 ‘마감 보호’의 의미로 쓴다. 보양재는 끝내 사라지는 존재다. 박수갈채도, 커튼콜도 없다. 묵묵히 먼지와 파편을 뒤집어쓰고는, 치열한 작업의 흔적을 안고 퇴장한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문화역서울284(옛 서울역사)에서 ‘돌봄의 디자인’ 전시를 열고 있습니다. 전시는 공공디자인을 ‘결과물의 완성’이 아닌 공간과 사물을 유지하고 보수하는 ‘쉼없는 실천’으로 바라봅니다. ‘그거사전 : 돌봄의 그거 특별편’은 정다영 총괄 큐레이터(CAC 대표)가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논의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음을 밝힙니다. 해당 사물들은 전시회 메인 중앙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공공디자인의 의미와 범위를 확장한 이번 전시는 오는 11월 1일까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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