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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20, 2026

[음식의 미래]왜 옥춘당은 사라지고 약과는 살아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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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나는 약과를 좋아했다. 설탕을 자물쇠로 채워놓던 가난했던 시절, 약과는 명절이나 제삿날에 접할 수 있는 단맛이었다.

약과는 특히 독보적이었다. 알록달록한 제례용 사탕인 옥춘당은 아이가 먹기에는 너무 크고 박하향이 강했다. 어머니에게 등짝을 맞아가며 차례나 제사 전에 약과를 집던 까닭이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 서울로 이사를 와보니 단것이 지천이었다. 사탕도 캐러멜도 심지어 초콜릿도 있었다. 약과는 명절이나 제사 때 잠시 마주쳤지만 설렘은 없었다.

약과의 쓸모를 재발견한 것은 쉰이 넘어서였다. 이탈리아 유학 시절 인연을 맺은 이탈리아 친구들이 한국을 찾아왔다. 그들에게 환영 선물로 건넬 전통 과자를 찾아야 했다. 이때 생활협동조합의 약과가 요긴했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이 약과는 크루아상처럼 반죽을 여러 겹으로 겹쳐 튀겨냈다. 겹겹이 층 사이로 꿀과 조청이 스며들어 맛이 은은했다. 전통 소주를 넣어 반죽해 참기름과 튀긴 기름향까지 잡았다.

이탈리아 친구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단맛이 과하지 않고 계피와 생강향이 정갈하다고 했다. 쫀득하고 부드러운 식감도 신기해했다. 비결은 그들에게는 생소한 조청 덕이다. 조청은 원료인 엿기름의 효소가 전분을 분해하며 생긴 맥아당이 주성분이다. 맥아당은 정제된 설탕에 견줘 단맛이 30% 정도로 은은하며 깊은 풍미를 지닌다.

약과는 고려시대 때부터 왕실 행사나 사찰 제례에 빠지지 않았다. 인기가 어찌나 높았던지 재료의 품귀와 가격 불안정을 우려해 민간 제조를 법으로 금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약과의 생존력은 왕실과 제례 같은 상징적 아우라 때문만은 아니다. 옥춘당 역시 왕실 행사의 필수품이었다. 약과와 옥춘당의 차이는 ‘K브라우니’라는 약과의 별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외국인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문화적 번역 가능성’에 있다. 여기에 바삭한 밀가루 튀김 베이스라는 물리적 특성 덕분에 현대적 변형이 용이하다. MZ세대들이 몇년 전부터 약과를 기발하게 변형한 ‘할매니얼 디저트’를 SNS에 올릴 수 있던 것도 이 같은 장점에 기인했다.

이런 관점에서 약과는 같은 궁중음식이지만 고추장, 춘장, 어묵, 쫄면처럼 새로운 요소를 받아들이며 살아남은 길거리 음식, 떡볶이와 닮았다. 한 번도 표준이 없던 떡볶이는 요즘 마라와 치즈를 받아들이며 분투 중이다. 약과도 수입 옥수수 전분을 효소로 처리한 대량 생산된 공장 물엿(엿기름으로 오랜 시간이 걸려 만드는 조청과 다르다)으로 단맛을 낸 것이 적지 않다. 대중성을 넓힐수록 아우라는 사라지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높은 상징성과 값싼 상업화의 갈림길에 선 약과를 보면, 프랑스 디저트 마카롱이 떠오른다. 마카롱은 아랍에서 건너온 아몬드를 빻아 만든 이탈리아 과자에서 유래했다. 애초 동전 모양의 소박한 과자였던 마카롱은 20세기 초 프랑스의 창의적인 파티시에들이 과자 두 개를 초콜릿 크림으로 붙이면서 지금 같은 입체성을 가진 과자로 재탄생했다.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이 아몬드 과자가 가진 문화자본의 재맥락화를 수용했다. 마카롱처럼 표준을 정하고 미래에도 통할 새로운 가치로 입체감을 주지 않는다면, 약과는 수입 옥수수 시럽을 뒤집어쓴 국적 불명의 쫀득 쿠키쯤으로 표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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