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를 비판해? 백악관 오지마!”···CNN·MS나우·폴리티코 기자, 백악관 출입 금지
왼쪽부터 MS나우의 아케일라 가드너, CNN의 베치 클라인, 폴리티코의 샤이엔 헤이즐럿.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부에 부정적인 기사를 쓴다”는 이유로 CNN 등 주류 매체 3곳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치러지는 중간선거를 불과 45일 앞두고,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상대로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언론과의 갈등이 한층 격화하는 모습이다.
10여 년 동안 미 백악관을 출입해 온 베치 클라인 CNN 기자는 19일(현지시간) 오전 여느 때처럼 백악관 북서쪽 게이트에 도착해 카드 리더기에 출입증을 찍은 뒤 네 자리 개인식별번호(PIN)를 입력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 없이 그가 통과했던 기계엔 ‘삐’ 소리와 함께 빨간색 불이 들어왔다. 경호국 요원은 “출입증이 비활성화됐다”며 들어갈 수 없다고 막았다. 클라인 기자는 결국 출입증을 압수당한 후 백악관 게이트 밖에서 리포트를 해야 했다.
이 같은 일은 MS나우와 폴리티코의 백악관 출입기자인 아케일라 가드너, 샤이엔 헤이즐럿에도 똑같이 일어났다. 이들 매체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고가 현실화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SNS에 “가짜뉴스 CNN, 시청률·신뢰도 부족으로 최근 MSNBC에서 이름을 바꾼 MS나우, 사기꾼 조 바이든 정부로부터 800만 달러 규모의 구독료를 지원받은 폴리티코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한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발표한다”며 “이들이 미국 대통령과 미국에 대해 계속 거짓말을 쓰고 전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다른 가짜뉴스 언론사들도 뒤따르게 될 것”이라며 대상을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불법”이라며 “백악관의 취재 활동 방해 시도와 관계없이 정부에 대한 보도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MS나우도 “수정헌법 제1조에 따른 (언론 자유) 권리를 수호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백악관출입기자협회(WHCA) 역시 성명을 내 즉각적인 취재권 복원을 촉구했다. WHCA는 트럼프 행정부의 언론 출입금지 조치는 “해당 매체들을 넘어 더 광범위한 파장을 미칠 것”이라며 “보도 내용을 이유로 언론사를 배제하는 데 활용된 기준이 향후 어떤 언론사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친트럼프 성향인 폭스뉴스 칼럼니스트들도 비판에 가담했다. 조지 W. 부시 정권 시절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아리 플라이셔는 “진보 성향 기자들의 출입을 금지하지 말고 논쟁에서 그들을 이기라”며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진보 정권이) 우리(보수 매체 기자)의 출입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초에도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표기하는 것을 거부한 AP통신 출입 기자의 대통령 집무실·전용기 출입을 금지하면서 언론과 마찰을 빚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구체적인 이유조차 대지 않은 채 “지난 2년 동안의 누적된 보도들” 때문이라고 논조 자체를 문제 삼았다. “이들은 공화당과 공화당 행정부의 위상을 떨어뜨리려고 일부러 부정적인 기사를 쓴다”고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2기 들어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 언론사를 적대시하면서 소송을 제기하거나 취재 제한 조치를 잇달아 취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자신에게 불리하게 인터뷰를 편집했다며 CBS 방송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1600만 달러에 달하는 합의금을 받아냈다.
지난 1월에는 미연방수사국(FBI)이 기밀 유출을 이유로 워싱턴포스트 현직 기자의 자택을 압수 수색을 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허가받지 않은 유출 정보를 보도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구하다가 기자실을 아예 폐쇄했다.
이 때문에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미국은 올해 180개국 중 64위로 2002년 지수 발표 이래 역대 최저 순위를 기록했다. 보츠와나 바로 아래, 파나마 바로 위다. RSF는 “미국은 언론에 대한 신뢰도 하락, 언론인에 대한 위협과 폭력 증가 등으로 2024년 언론자유지수가 10계단이나 하락한 55위로 떨어졌다”면서 “이 같은 상황은 2025년 트럼프 재집권 이후 더욱 악화했다”고 짚었다.
60년 동안 언론과 표현의 자유 관련 소송을 담당해 온 플로이드 에이브럼스 변호사는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우리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 위협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라면서 “수정헌법 1조에 따른 보호가 강력하다고는 하지만, 법원이 판결을 내리기 전까지는 그 위협이 매우 현실적”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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